하필 연휴를 앞두고 하수구가 막혀서 2층은 물론 3층에서도 물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로 기나긴 명절을 어찌 보내나 싶어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거래하던 설비가게가 두 군데는 전업을 하고 한 사람은 근력이 달려 쉬엄쉬엄 일을 한다니 한 사람 밖에 남지 않았는데 다행히 통화가 되어 아침 10시 부터 11시 사이에 출장 나오기로 하였지만 워낙 상황이 심각하고 여러 군데에 이상징후가 나타났으며 내 아는 바로는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낙관적인 기대를 하기 어려워서 밤새 뒤척이다 보니 날이 밝았다.
워낙 긴장을 한 탓인지 잠이 부족함에도 졸리지가 않아 방마다 돌아 다니며 상황을 차근차근 체크하기로 했다.
<경과> 1.처음 203호와 204호가 역류했고 3층 물내리기엔 이상없음. 204호에서 뚫기 시도 - 실패 2층 전 세대의 베란다 창을 닫음. 2.닷새 후 202호까지 역류하면서 3층에서 물 내리면 2층으로 역류. 201호는 이상 없음. 103-104호 천정에서 누수. 결빙이 최초의 원인이지만 하수구 배관이 막힌 곳도 있다는 결론. 1층 천정의 누수는 그 양이 많은 걸로 보아 밸브가 느슨해 졌거나 배관이 파열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 1층 창을 뽁뽁이로 도배하면서 햇살이 차단되어 실온 하강.
<조치> 기사가 11시 20분에 도착하였기에 차근차근 상세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1층의 천정을 뜯고 배관과 트랩의 누수부위를 확인. 다음에 1층 계단 화장실의 큰 배관을 확인하고 막힌 부위를 추정. 그리곤 2층 방마다 들어가서 다용도실과 화장실의 배수상태 점검. (처음엔 1층에서 물을 쏟아내겠대서 큰 다라를 2개 대기시켰으나 → 일단 보류 다음엔 1층 관로를 거꾸로 뚫겠대서 → 내가 NO. (1층관로 이상없음을 확인시킴)
얼음은 이미 녹은 것으로 보고 하수구가 이물질로 막힌 것이 원인이라는데 합의하고 현재 막힌 곳이 202호와 201호 관로가 만나는 곳이라 추정하여 피트랩이 아닌 복도쪽 직선배관을 204 싱크대에서 전동스프링으로 뚫어감. 다행히 우리의 추측이 적중하여 40여 분 만에 하수구를 소통시키고 1층의 천정 위로 배설된 배관 중에 누수된 부위를 조인 뒤 종료. 파열되거나 금간 부분은 없고..... 다행이다.
평소에 15만원을 받던 기사가 이번에만은 25만원을 달라고 한다. 명절을 앞둔 때에 이처럼 복잡하고 큰 애로사항을 예상했던 것보다 수월하게 처리하게 되었으므로 군소리 않고 흔쾌히 지불하기로 했다. 오늘같은 경우에 이처럼 쉽고 명쾌하게 사고를 수습했으니 즐겁지 아니한가!
세탁기 물을 수차례 내보내고 방마다 확인해본 바, 모든 곳이 정상으로 돌아가 주춤대며 빠지거나 새는 데가 없다. 다만, 일을 마친 후에도 아직 이해할 수 없는 건 어째서 3층의 하수가 201호로는 역류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인데 내 소견으로는 적절한 해답을 유추하기가 불가능하다.
막힌 하수관에서 별나게 긁어낸 건 없으며 최종 저수조로도 흘러 내려온 찌꺼기가 없어서 오히려 다소 의구심과 우려가 생기기도 하지만...아무튼 다행이다.
명절 지내러 가지 않고 홀로 남은 204호가 뿌듯한 웃음을 짓고 1층의 잭슨도 엄청나게 염려했던지 만족한 모습이기에 기사가 당부한 이야기를 내 말과 섞어서 전달하고 나니 내 맘도 흡족하다.
204호에게는.. 하수구가 막혔을 때 무턱대고 쑤셔대지 말 것과 때때로 뜨거운 물을 싱크대에 가득 담아 하수구로 흘려보낼 것. 잭슨에게는.. 실내가 영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해가 떠있는 때에는 가급적 자동차로 햇살을 막지 않도록 하고 뽁뽁이 윗쪽을 제거할것.
이번의 하수구 동결에 이은 막힘현상을 정리하자면.. 1.203호 다용도실을 지나는 배관에 실온저하로 유속이 느려지다가 찌꺼기가 뭉쳐서 하수관을 막았다. 2.203다용도실의 실온이 오르면서 찌꺼기뭉치가 202호로 밀려가고 난방중단한 201호에 비하여 유속이 빠른 202호를 경유하여 집수관 쪽으로 진행하는 중에 상대적으로 기름기찌거기가 많은 복도 아래로 진출하면서 관로에 쌓인 찌꺼기와 결합하여 뭉치가 더 커지는 바람에 더이상 흐르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었다. 3.204호에서 물을 내리자 물이 흐르지 못하고 202,203,204호의 베란다와 화장실로 역류하였는 바, 202호의 피해가 제일 커서 방바닥으로 넘칠지경.. 4.1층의 누수는 2층의 물이 흘러내려가지 못하는 경우에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204호에서 쑤셔땜으로 인하여 이음새가 헐거워진 부분이 나타났기에 보수하였다. ※잭슨의 말로는 204호 싱크대 아래가 얼었었다 하니 그 얼음 알갱이가 흘러가면서 찌꺼기들과 합쳐지며 밀어내기를 계속하는 중에 찌꺼기 뭉치가 커졌을 수도 있다. 아직까지 굳은상태였을 찌꺼기 뭉치를 전동스프링으로 잘게 부수어 흘려보냄으로써 막힘현상이 종결되었지만 나머지 경로에서 실온저하시 이런 현상이 재발할 우려가 있고 하수관로에 찌꺼기가 많이 쌓여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찌꺼기를 제거해 줄 필요가 있다. 특히..찌꺼기와 섞인 기름기만 자주 녹여 주어도 이런 우려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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