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을 바가지로 했던 도라지 씨 채종을 마무리하고,
판로와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인 선생에게 물어보니
도라지 씨 1kg 10만원에서 12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수확한 도라지 씨는 5k 400g 이다.
적당한 가격 1kg 6만원씩 당근에 내놓았더니 500g 씩 2k 500g을
몇 사람에게서 주문이 들어온다.
택배로 부쳐주기도 하고 직접 방문해서 사가기도 하고 15만원 어치를 팔았다.
그래서 다 팔면 30만원은 되겠다 하고 기분이 좋았는데 연락이 끊어졌다.
남은 씨는 제천 약초 상회에 가서 팔기로 하고 전화했더니
키로그램도 아니고 한 되가 1k200g인데 4만원이라고 한다.
그것도 별로 달가워하지도 않고 12월이 되어야 가격이 책정되어야 알겠단다.
요즘 한 되로 측정하는 게 어디 있다고, 그래도 싸던지 말든지 몇 만원 때문에
신경 쓰기 싫어서 도라지 씨를 가지고 마지막 단풍놀이도 할 겸 집을 나섰다.
도라지 채종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던 터라 가격을 좀더 받을까 해서
몇 곳 종묘상에 상호를 보면서 전화를 해 보지만 전부 안산다고 한다.
농사를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조금이라도 이해가 된다.
판로가 문제다.
할 수 없이 약초상회에 가서 1kg을 3만 3천원에 2k 900g을 9만 7천에 팔고
나오는데 참 씁쓸했다.
잠시지만 이 순간 인생의 참 많은 경험을 한 것 같다.
금액이 적든지 말든지 못 팔면 이것도 감지덕지지 하며 웃음이 나왔다.
옥순봉 출렁다리구경이나 가자고 했다.
점심은 먹어야 하고, 옥순봉 가는 길 금성 송이간장게장식당에서
내가 좋아하는 간장게장을 사주겠단다.
오늘 만큼은 아무리 좋아해도 먹고 싶지가 않았다.
힘들게 번 돈 3분의1을 점심 한 끼로 쓰기엔 너무나 아까웠다.
갈비탕 한 그릇씩 먹고 마지막 단풍놀이의 시작이다
우선 옥순봉 가는 길목에 2km 들어가면 정방사 절이 있다.
정방사는 금수산 자락 신선봉이 있는 천년고찰로 가볼만한 곳으로 손꼽힌다.
주차장에서 부터 절까지 걷는 거리가 먼 것이 흠이다.
사찰이 바위 절벽아래 위치해 청풍호와 주변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풍광이 아름답고
소박한 절이 조용하고 해서 수양하기에 좋은 곳이다.
몇 년전에 와본 곳이지만 한번 더 올라가고 싶어도 우리가 가는 코스는 옥순봉 출렁다리다.
정방사 주차장 까지만 가고 돌아서 내려오는데 태양에 반사된 조금 마른 단풍이
올라 갈때 와는 사뭇 다른 아름다운 풍경이다.
같은 단풍이라도 빛에 따라 이렇게 다른 예쁜 단풍으로 자태를 뽐내다니 자연은 정말 신비롭다.
이제 단풍의 막바지라 마른 단풍이 아쉽지만 사각 거리는 낙엽을 밟는 소리도 나름 좋았다.
2km되는 울창한 숲속의 소로길은 단풍이 절정일때 오면 아름답고 힐링이 절로 되는 멋진 곳인 것 같다.
옥순봉 출렁다리에는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입장권이 경로 혜택없이 3천원이다.
입장료를내면 지역 상품권 2천원을 돌려받는다
결국 입장료가 천원인 셈이다.
지역 경제를 위한 특혜인 것 같다.
옥순봉 출렁다리는 조성된 데크 길을 적당한 거리를 걸어서 올라가다보면
계단 한켠엔 찻집도 있고 계단이 그리 힘든 거리가 아니라서 좋다.
청풍호반 수면위에 출렁다리 길이는 222m 이다.
다리를 걷다보면 사방에 풍광도 빼어나고 호반에 빤짝이는 윤슬도 너무나 아름답다.
출렁다리는 이름값을 하는지 심하게 출렁거린다.
그 많은 사람 중에 중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얼굴은 사색이 되어
줄을 붙잡고 엉금엉금 걸어서온다.
발아래 유리판에 비추이는 물도 둘이서 손을 잡고 걸어가니 무섭지 않고,
청풍 호반에 아름다움을 통 채로 보고 느낄 수 있는 눈과 건강한 신체를 가진 것에
새삼 감사하고 혼자가 아닌 남편과 둘이라는 게 참 행복하구나를 느끼게 한다.
출렁다리 구경을 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파크 골프장에 들려서 18홀을 하면서 충분한 운동을 했다.
살아가면서 열심히 일하고 때론 이런 호강도 있어야 삶이 지루하지 않고
에너지 충전에도 이만한 게 없다.
한 번씩 해주는 이벤트, 늙어서까지 힘들게 노동을 하지만
나는 행복한 황혼을 보내고 있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지혜로운 남편이 늘 고맙다.
첫댓글 동생 시어머님..사장어른 이라 호칭이 그랬지요
그 사장어른 혼자 손에 꽤 넓은 농토에 이름있는 농작물은 모두 재배하시고
닥나무로 문종이를 몇 필이나 만드셔서 그 문종이 판로에 애 쓰시기에
짐짓 많이 필요한척 해 마다 다 들고 왔더니..
참 오래도 문종이 장농위에 다발 묶음으로 쟁여놓고..
사장어른 그냥도 용돈 드릴 터..
그 어른 돌아가신지 십년도 넘는 세월 남은게 문종이 뿐이네요
멸치젓 담아 잘 삭아진거 달여서
그 문종이에 받혀 액젓된거 갈무리 하면서..
해가 거듭 될수록 문종이가 귀히 여겨집니다
사정어른에 대한 배려하는 마음이 오랜 세월 동안 이어지셨다니
렛테님의 마음이 참 따뜻하십니다.
농사를 20년 가까이 지어도
이렇게 도라지씨가 마음편치않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암튼 다 처분해서 속이 시원합니다.
덕은 선배님께서도 소담 누님같이 사알짝 웃어 주셨으면 금상첨화일터인데.......
출렁다리 소담 누님 저 뒤에 아지매가 사색이 된 그 중년여인이십니까?
파크골프!
저도 몇년후엔 배워볼까 합니다~~
덕은님은 사진마다 웃는 적이 별로 없어 화난 사람 같답니다.
실제로는 다정다감한데 말입니다..ㅎ
저는 입을 꾸욱 다물고 찍으니 못생겨져서 되도록 웃으니
그나마 인물이 좀 괜찮은 것 같아 사진마다 웃습니다..ㅎ
저 아지매가 맞는 것 같네요
손잡아주지 못해 못내 마음이 찝찝했습니다.
파크 골프
지금 배우시지 왜 나중에 배울려고요
지금이 제일 좋아요 지금부터 배우세요.
신세계같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