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시대,
내가 먹는 야채라곤 햄버거속의 시든 양상추... 묵은 밀가루와 인공 감미료가 범벅이 된 컵라면이 오늘도 나의 메뉴다... 쯧쯧 몸상한 후 후회말고 균형잡힌 식단을 고민하자~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한 채식 신드롬이 한반도를 휩쓰는 요즘, 고기냐, 야채냐라는 찬반론사이에서 어지러움증을 느껴본 적은 없는지. 지금 필요한 것은 채식주의에 대한 몰표나 근거가 빈약한 음해론보다는 무엇이 내 몸에 맞는 균형 잡힌 식단인지 알아가는 것이다.
내가 먹는 야채라곤 햄버거 속의 시든 양상추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말해주면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답할 수 있다` 커서가 위태롭게 깜빡이는 컴퓨터 화면에 마치 공중부양이라도 하듯 서양 속담 한마디가 떠 있다.
그렇다면 말해주마. 약 30분 전인 밤 8시 30분. 잠시도 엉덩이를 뗄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오후는 자연스럽게 야근으로 이어졌다.
저녁을 먹겠다고 삼삼오오 총총이 사무실을 나서는 동료에게 편의점 김밥과 컵라면, 그리고 약간의 간식거리를 부탁했다.
묵은 밀가루와 인공 감미료가 범벅이 된 컵라면이 오늘도 나의 저녁 메뉴다.
그 결과 속이 아리다, 뱃속이 부글부글 끊는 듯하다, 아랫배가 묵직하다, 등등 언젠부터인가 나의 건강 상태를 서술하는 문장들은 하나같이 심란하기 짝이 없다.
이쯤이면 눈치채지 않았을까. 나는 하루 열두 시간 일하고 패스트 푸드와 배달된 중국요리로 끼니를 때우는 대신 시간을 절약한다. 내게 가정식 백반이란 식당 주문표의 맨 앞줄에 존재하는 가장 싼 메뉴일 뿐이다.
나는 대도시에 살면서 온갖 편의를 누리고 사는 현대인이다. 덕분에 내가 먹는 야채라곤 햄버거의 소고기 패드 사이에 낀 오래된 양상추나 어쩌다 한 번 먹게 되는 쌈밥 정식 같은 별식이 고작이다.
물론 나도 안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사람은 변해가게 마련인 것을. 먹거리야말로 민족성을 가늠 하는 단초이며 더 나아가 그들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이 담겨 있다는 것을. 결국 사람의 몸이란 음식물을 담아내는 질박한 그릇에 지나지 않는 법이다.
인도 사람들은 쇠고기를 먹지 않고 몽고 사람들은 물고기를, 중동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알래스카 원주민들은 산 구더기를 먹으며 프랑스 사람들은 말고기를 먹는다.
원숭이를 먹는 종족도 있고 개고기를 먹는 나라도 있으며 텔레비전을 켜면 심지어는 바퀴벌레(!)를 먹는다는 부족이 소개되기도 한다. 이토록 독특한 음식 문화는 각 민족이 처한 생태학적 환경에 대한 오랜 적응의 결과다.
다시 말해 어떤 음식을 선택하느냐,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한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과 의식구조가 용해되어 있다. 그렇기에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고 사고 방식이 달라지면 가장 먼저 먹거리부터 변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예습이 성적을 올리는 최선의 방법임을 알면서도 (나약함과 게으름 때문에) 한번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학창 시절과 비슷하다.
채식과 야채즙이 몸에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벌써 몇 년째 나는 편의점에서 습관처럼 청량음료를 산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손에서 과자 봉지를 놓지 못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주위에 몰아닥친 채식에 대한 열렬한 지지는 나를 당황케 하기에 충분했다.
회식 때마다 나란히 앉아 마지막 고기 한점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던 옆자리 동료는 오늘 처음 감자탕을 먹으면서 죄책감을 느꼈다고 한다.
사람들은 점점 야채와 소식을 패셔너블하고 트렌디한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는 눈치다.
그것은 마치 이국의 땅에서 묻혀온 바람 한점처럼 면세점에서 손에 넣은 것이 분명한 빤딱빤딱한 에르메스 켈리백을 옆에 끼고 걷는 친구와 마주쳤을 때 여지없이 폐부를 찌를 듯이 파고드는 부러움과 비슷하다.
게다가 가히 신드롬이라 이름 붙일 만한 채식붐의 근원지가 모 방송이라는 사실도 혐의를 가중시키는 부분이다.
채식 뷔페가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유기농 야채를 인터넷으로 주문해 먹고, 오염된 우유 대신 중국 황제들이 마셨다는 화이트 티를 마신다는 요즘 사람들이 ENG 카메라의 네모난 프레임에 터질듯이 클로즈업되는 것도 도무지 못마땅했다.
매스 미디어의 융단 폭격 속에서 꽁지에 불붙은 노루새끼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꼴들이란.
나는 채식주의자보다는 야채 애호가가 되고 싶다
그러나 좀더 솔직하게 얘기한다면 나 역시 채식에 호감이 간다. 그리고 아주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 딸만큼은 냉이국과 현미밥, 된장 쌈에 슴슴한 나물 반찬을 먹고 컸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딸아이를 위해서라면 몇 배나 비싼 유기농 야채를 구해다 식탁을 차릴지도 모른다.
아무거나 잘 먹고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라고 자위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오염되었다는 걸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한 마음으로 오늘도 회사 근처의 식당에서 메뉴판을 들여다 본다. 영 신통치 않다. 묵은 밀가루는 몸을 처지게 하고 바다와 강도 오염되어 생선 역시 환경 호르몬에 노출돼 있다고 한다.
항생제와 호르몬의 집약체라는 비빔밥 위에 올려진 계란 노른자는 또 어떤가. 아마 세상의 모든 채식주의자들도 처음엔 좀더 건강해지기를 소망하는 마음에서 단순히 이런 저런 음식들을 가려 먹다 보니 어렵지 않게 고기를 멀리하게 된 것이라.
누가 굳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패스트 푸드보다는 슬로우 푸드가 몸에 좋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되듯이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심정적으로만 채식주의자인 나의 경우, 입맛 당기는 것으로 낙찰을 보게 된다.
적당히 타협하며 비빔밥 위에 고명으로 얹어진 쇠고기 볶음을 남김없이 먹어 치운 후 또 다시 생각한다. 유행은 가도 한번 인이 박힌 입맛은 남는게 아닐까. 마치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어머니 손맛을 그리워하는 50대 아저씨들처럼 말이다.
결국 나의 경우, 획일화된 채식주의자가 되기보다는 고기보다는 야채를 훨씬 좋아하는 야채 애호가로 남기로 했다.
물론 예전보다 배 두들겨가며 남의 살 뜯어 먹는 일은 훨씬 줄어 들겠지만 적어도 고기를 먹으며 어줍잖은 죄책감이나 열패감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 또한 우유나 계란을 혐오하게 될 것 같지도 않다.
대신 두유를 좀더 자주 마시려고 노력할 것이다(한여름이 되면 걸죽한 콩국수를 보양식 삼아 질리도록 먹을 예정이다).
사실 채식주의에 대한 긍정적인 면뿐 아니라 부정적인 면까지도 같이 언급되는 것은 나처럼 자신에게 맞는 식단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장점과 함께 단점이 균형있게 공개된 상황에서만 올바른 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가 바로 채식주의자들에겐 단백질 부족 현상이 생기기 쉽다는 것인데 내 나름대로는 채식을 주로 하지만 어쩌다 가끔 고기 섭취도 해가면서 해결해 볼 요량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채식을 하더라도 올바르게 해야 한다는 점. 한마디로 말해 허울좋은 채식주의자보다는 제대로 된 야채 애호가가 훨씬 바람직하지 않을까.
우선 단백질이 풍부하게 함유된 콩이나 견과류를 규칙적으로 섭취하고 조리 시간도 짧게 해서 야채가 지닌 영양분이 파괴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생각이다.
또한 야채를 섭취할 때는 당근, 귤, 토마토, 브로콜리, 시금치를 집중적으로 먹어야 한다고. 이들 녹황색 야채에 풍부하게 함유된 카로티노이드, 비타민 C와 E 등은 항암, 황산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채식이든 육식이든 혹은 그 사이에서 중도주의자로 남든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사회와 매스 미디어의 역할은 어줍잖은 계도가 아니라 충분한 정보를 가감없이 전달하는 정도에서 멈춰야 하지 않을까.
채식, 제대로 알면 하나도 힘들지 않다
별난 한의사, 혹은 풀먹는 한의사로 이름난 손기영 씨가 들려주는 채식 정도론은 무엇일까. 일상 생활에서 고통스럽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채식 노하우를 알아본다.
묵은 밀가루는 몸을 처지게 한다 - 밀을 주식으로 하기에 밀가루가 빨리 소비되는 서양과 달리 긴 유통과정을 통해 우리 나라로 수입되는 묵은 밀가루는 열과 독이 있어 풍(風)을 동(動)하게 한다고.
특히 밀가루에는 처지는 성질이 있어 피부뿐 아니라 내장까지도 처지게 한다.
현미는 섬유질이 풍부한 완전 곡류이다 - 현미와 같은 완전 곡류에는 여러 종류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들어 있고 섬유질이 풍부하다.
이러한 완전 곡류에는 암 예방 물질이 들어 있고 발암 물질과 중금속 등의 오염 물질을 흡착하여 몸 밖으로 배설하는 기능이 뛰어나다.
자궁의 건강은 장에 달렸다 - 자궁 문제를 호소하는 여성 환자 대부분이 육류와 밀가루를 지나치게 즐기는 식습관이 있다. 자궁 질환에는 육류나 육가공품 등 지나친 육류 섭취를 금해야 한다.
안구 건조는 기관지 문제다 - 안구 건조는 알려진 것과는 달리 식습관에서 야기된 질환으로 철저히 음식 관리를 하면 완치될 수 있다.
고추 같은 매운 음식을 금하고 커피, 녹차, 맥주 등의 이뇨 식품을 피하며 육류나 밀가루 음식은 절제한다. 사우나 혹은 찜질방에서 지나치게 땀을 내지 않도록 한다.
생선이라고 다 안전하지는 않다 - 대구, 참치, 동태 등의 원양어를 먹는다. 삼치, 고등어, 멸치 같은 회유어나 오징어가 비교적 오염이 덜하다. 내장이나 알, 아가미 같이 지방이 많은 부위의 섭취는 신중 해야 한다.
튀김류를 멀리하면 머리가 좋아진다 - 오래된 기름으로 튀기거나 튀긴 후 시간이 경과한 튀김류를 먹는 것은 몸에 해롭다. 튀김 요리에 들어 있는 과산화지질은 동맥경화, 심장병, 간장병, 암, 노화 등의 원인이 된다.
특히 과산화지질이 단백질과 결합하여 만들어진 '리포푸스친' 은 노화 물질로 뇌세포에 침착하면 기억력이 쇠퇴하고 판단력이 흐려져 노망의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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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탄트를 다이어트합시다.
이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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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4.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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