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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pin, Nocturnes 쇼팽 ‘녹턴’ Frédéric Chopin 1810-1849 Yundi Li, piano Beijing National Center 2011.04.23
Yundi Li plays Chopin Nocturnes Op.9 No.1, No.2 & Op.48 No.1
피아노를 위한 녹턴은 원래 영국 작곡가인 존 필드(1782-1837)가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로부터 영향을 받아 창작한 음악 장르다. 그는 1812년경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처음으로 녹턴(몇 곡은 로망스로 이름 붙여지기도 했다)을 작곡했고, 이후 18개의 녹턴을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음악 장르는 로시니, 벨리니, 도니체티의 벨칸토 오페라를 사랑했던 쇼팽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쇼팽은 청년 시절부터 만년에 이르기까지 모두 21개의 녹턴을 꾸준히 작곡했는데, 쇼팽의 녹턴은 특유의 자기성찰적인 측면으로 인해 19세기를 지배했던 외향적 비르투오소를 위한 음악과는 거리가 있었다. 또한 이전 시대에 존재했던 이탈리아의 ‘노투르노’(Notturno) 형식과도 달랐고, 멘델스존이 창안한 ‘무언가’(Lieder ohne Worte)와도 다른 독특한 정서를 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피아노의 발달에 따른 악기 개량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음악이 녹턴이라고 할 수 있다. 서스테인 페달로 왼손의 효과를 확장시킬 수 있었고, 보다 강력해진 강철 프레임으로 인한 장력의 증대 또한 오른손 멜로디 표현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쇼팽은 연주를 할 때 힘이 강하지 않았던 탓에, 리스트와 같은 극적인 연주효과를 낼 수 없었다. 그 대신 쇼팽을 후원했던 플레이엘 사의 개량된 피아노는 쇼팽의 섬세한 표현력을 더 정밀하게 재현해내 청중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 신비로운 감성을 담은 밤의 노래 1827년부터 1847년 사이에 작곡된 쇼팽의 19개의 녹턴은 형식에서 존 필드의 그것을 거의 따르고 있다. 단순한 반주와 세련된 선율로 A-B-A’의 가곡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쇼팽은 존 필드의 형식을 그다지 많이 변화시키지는 않았다. A부분은 항상 멜로딕하고 리드미컬한 오른손 선율이 지배적으로, 벨칸토적 장식음들이 도드라지며 성악적인 환상과 효과를 배가시킨다. B부분은 A의 주제와는 다른, 보다 밀도가 높고 긴박한 표현력과 극적인 감수성을 요구한다. A’는 A에 대한 회귀로서 긴장감을 소멸시킴과 동시에 밤이라는 시간대 특유의 무감각함을 상징한다. Op.32-2, Op.72-1, Op.48-2, Op.55-1 등에서 형식적인 변화가 얼핏 보이기는 하지만, 몇몇 부분을 제외한다면 쇼팽의 다른 무곡들, 즉 마주르카나 왈츠에서 사용한 세도막 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쇼팽은 녹턴을 통해 밤이 가진 고요함과 고즈넉함에 시적 상상력을 극대화했다. 대범한 주제와 치열한 발전, 구조적인 응집력을 요하는 전개와 제시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소나타 형식과 비교한다면, 무곡에 기반을 둔 세도막 형식은 간결하고 율동적이며 상징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쇼팽의 시적 상상력의 표본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새롭고 신비로운 감정이 풍부하게 담겨 있는 녹턴은 그 길이가 짧은 만큼 듣는 이의 내면을 더욱 강렬하게 흔들어놓으며 낭만주의 시대 음악을 대표하는 최고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렇듯 풍부한 상상력과 무언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녹턴은, 쇼팽 사후 가브리엘 포레를 비롯한 일군의 프랑스 작곡가들, 더 나아가 러시아의 스크랴빈이나 보로딘에게도 영향을 준다. 녹턴 연주사에 있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쇼팽의 제자로서 폴란드를 대표하는 쇼팽 스페셜리스트인 피아니스트 카를 미쿨리의 제자들, 즉 모리츠 로젠탈이나 라울 콕찰스키의 연주를 들어보면 현대에는 기피하는 즉흥적인 장식음을 추가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절대로 같은 곡을 같은 방식으로 연주하지 않았다는 쇼팽의 음악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들은 쇼팽의 후기보다는 전기 작품 연주에 이런 연주법을 적절히 용했다. 물론 템포 루바토와 양손을 어긋나게 연주하여 낭만적인 정취를 고조시키는 연주법 또한 적극 사용하여 녹턴의 서정성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도 했다. Arthur Rubinstein plays Chopin Nocturnes Op.9~Op.72
추천음반 가장 먼저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의 연주를 녹턴에서 부동의 레퍼런스로 손꼽을 수 있다. 담백한 터치와 정갈한 분위기로 인해 과장 없는 깊이를 자아내는 루빈스타인은 20세기 초반부터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유명세를 떨친 탓에 1930년대, 1949~50년, 1965~67년 이렇게 세 번에 걸쳐 녹턴을 녹음했다. 이 가운데 마지막 스테레오 버전(RCA)이 템포나 분위기, 녹음에서 가장 훌륭한 기록으로 평가된다. 프랑스 출신의 상송 프랑수아(EMI) 또한 녹턴에서 최고의 연주를 보여주는데, 그 프랑스적인 에스프리와 즉흥성 넘치는 터치는 폴란드적인 쇼팽 해석과 여러 면에서 좋은 대조를 이룬다. 현대의 연주로는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숨 막히는 듯한 긴장감과 구조적 완결성이 돋보이는 연주(DG)와 음색과 분위기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를 보여준 넬슨 프레이레의 연주(DECCA)가 유독 돋보인다.
글 박제성(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으며,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을 번역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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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pin, Nocturnes 쇼팽 '녹턴' Frédéric Chopin 1810-1849 Yundi Li, piano Kirche Oberstrass, Zürich 2009
Yundi Li - Chopin, Nocturnes Nos.1~21 (Complete) 1번(00:00) Op.9 No.1 - 2번(05:33) Op.9 No.2 - 3번(10:01) Op.9 No.3 - 4번(16:21) Op.15 No.1 - 5번(20:44) Op.15 No.2 - 6번(24:07) Op.15 No.3 - 7번(28:49) Op.27 No.1 - 8번(33:24) Op.27 No.2 - 9번(38:25) Op.32 No.1 - 10번(42:46) Op.32 No.2 - 11번(46:51) Op.37 No.1 - 12번(52:49) Op.37 No.2 - 13번(58:45) Op.48 No.1 - 14번(1:04:02) Op.48 No.2 - 15번(1:11:36) Op.55 No.1 - 16번(1:16:28) Op.55 No.2 - 17번(1:22:38) Op.62 No.1 - 18번(1:28:34) Op.62 No.2 - 19번(1:33:08) Op.72 - 20번(1:37:45) posth.1 No.16 - 21번(01:41:49) posth.2 No.8
‘캐릭터 피스’(Character Piece)라는 말을 아시나요? 우리말로 바꾸자면 ‘성격적 소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낭만의 시대인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자유로운 감정의 표현이 피아노 음악의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는데, 그것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장르가 바로 ‘캐릭터 피스’라고 할 수 있지요. 소나타와 변주곡 등 고전적 형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피아노 소품들을 일컫습니다. 아름다운 시적 영감이 두드러질 뿐 아니라, A-B-A의 단순한 3부 형식, 또 선율과 화성이 매우 강조돼 있어서 듣는 이의 입장에서 보자면 쉽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음악에 속합니다. 시대적으로 보자면, 몇 가지 객관적 조건이 캐릭터 피스의 출현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하나는 ‘피아노’라는 악기의 개량과 발전이겠지요. 과거에 비해 연주하기가 보다 쉬워졌고 음량도 더욱 커졌습니다. 또 하나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신흥 부르주아지의 성장입니다. 새로운 사회의 중심 세력으로 떠오른 부르주아지 중에서 이른바 ‘부자’들이 속속 등장합니다. 그들이 집안에 피아노를 들여놓기 시작하지요. 귀족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던 음악을 자신들의 교양으로 만드는 것은 신흥 부르주아지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화적 목표였습니다. 거기에 또 하나의 조건이 따라붙습니다. 바로 악보 출판의 활성화였습니다. 이런 사회적 조건들이 무르익으면서 음악은 좀 더 대중적인 지평을 얻게 됩니다. 넉넉한 집안의 부인이나 딸들은 집안에 독선생(獨先生)을 불러들여 레슨을 받으면서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들이 급격히 늘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머릿속에 여전히 자리해 있는 ‘돈 많고 화목한 가정’의 이미지, 예쁘게 차려입은 딸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부모가 그 옆에서 흐뭇하게 미소 짓는 장면은 그렇게 19세기에 이미 등장했습니다. 혼자 있는 밤에 들으면 더욱 좋은 음악 그래서 당시의 작곡가들은 악보 출판과 아마추어 연주자들까지도 염두에 둔 짧고 쉬우면서도 아름다운 피아노곡을 많이 썼습니다. 이른바 살롱 문화의 등장도 캐릭터 피스의 유행을 더욱 부채질했겠지요. 한데 캐릭터 피스를 단지 사회적 수요에 의한 것으로만 규정한다면 단견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캐릭터 피스는 작곡가 본인에게도 ‘자유로운 음악’이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음악적 형식에서 마음 편하게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은, 작곡가들에게도 자신의 기질이나 감성을 음악 속에 좀 더 투영하게 해줬습니다. 그래서 캐릭터 피스는 거대한 규모의 다른 장르들, 이를테면 낭만주의 시대의 교향곡이나 오페라 같은 장르에 비해 작곡가 개인의 내밀한 심성을 더욱 드러내는 측면이 있습니다. ▶쇼팽은 녹턴을 통해 밤이 가진 고요함과 고즈넉함에 시적 상상력을 극대화했다. 어떤 작곡가들은 가곡에 제목을 붙이는 것처럼 캐릭터 피스에도 ‘표제’를 달았습니다. 누가 그랬을까요? 멘델스존의 ‘봄노래’, 슈만의 ‘어린이 정경’과 ‘트로이메라이’, 리스트의 ‘에스테장의 분수’ 등등 헤아리기조차 힘들 만큼 많습니다. 차이콥스키도 ‘사계’라는 표제를 붙여 일 년 열두 달의 정경을 묘사하는 12곡의 캐릭터 피스를 썼습니다. 그런데 표제를 달았다는 것은 작곡의 전제나 목표가 있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어떤 특정한 주제나 소재를 전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비해 아무런 표제 없이 그냥 작곡된 캐릭터 피스는 더욱 직감적이고 순간적인 음악, 개인의 내면을 보다 노골적으로 투영한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를테면 오늘 함께 들을 쇼팽의 ‘녹턴’(Nocturn, 야상곡)이 그렇습니다. 39년의 생애를 살다간 ‘피아노의 시인’ 쇼팽은 모두 21곡의 ‘녹턴’을 작곡했는데, 그중에서 19번, 20번, 21번은 사후에 출판된 유작입니다. 쇼팽 개인의 내밀한 분위기를 진하게 풍길 뿐 아니라 여성적인 선율 위주로 작곡된 곡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대규모 홀에서 이 곡을 듣는 건 별로 적절치 않습니다. 자그마한 살롱 풍의 콘서트홀, 혹은 각자의 방에서 작은 오디오를 틀어 놓고 듣는 것이 한층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물론 이 지점에서도 잠시 첨언할 사항이 있습니다. ‘녹턴’은 쇼팽의 음악 가운데 일부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녹턴’이 보여주는 ‘여성성’이 쇼팽 그 자체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사실 쇼팽은 매우 격렬하고 남성적인 곡들도 많이 썼습니다. 특히 피아노 소나타 1번과 2번이 대표적이지요. 21곡으로 이뤄진 ‘녹턴’에서도 종종 웅장하고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튀어나오곤 합니다. Yundi Li - Chopin Nocturnes Op.9 No.1, Op.9 No.2 & Op.48 No.1 Yundi Li, piano Beijing National Center 2011.04.21 서양음악사에서 ‘쇼팽’이라는 두 글자는 피아노 음악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가 남긴 음악은 약 200곡인데 대다수가 피아노 독주곡이지요. 특히 그는 피아노라는 악기의 ‘새로운 뉘앙스’를 만들어낸 음악가였습니다. 이를테면 건반을 밀고 당기면서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리듬과 악센트, 마치 한편의 영상처럼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슬라브적 음색, 과감한 조바꿈과 때때로 등장하는 불분명한 느낌의 조성들이 그렇습니다. 그것은 쇼팽 이전의 음악에서는 좀체 맛보기 어려웠던 피아노 음악의 새로운 경지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쇼팽은 자신의 ‘녹턴’을 ‘피아노로 부르는 노래’라고 여겼지요. 그는 작곡가로 첫발을 내디뎠던 17살(1827)부터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이었던 1847년까지, 거의 평생에 걸쳐 21곡의 녹턴을 썼습니다. 그가 남긴 4곡의 ‘발라드’와 비교하지면, 녹턴은 보다 시적이고 영상적인 반면, 발라드는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녹턴은 시적이고 발라드는 서사적입니다. 사람에 따라 생각이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21곡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곡은 첫머리에 나오는 1번(Op.9-1)과 2번(Op.9-2)일 겁니다. 특히 쇼팽 특유의 센티멘털리즘이 매혹적으로 펼쳐지는 2번은 ‘쇼팽의 녹턴’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곡으로 손꼽힙니다. 더불어 5번(Op.15-2)과 8번(Op.27-2), 10번(Op.32-2)도 많은 사랑을 받습니다. 특별한 음악적 설명이 없어도, 그냥 듣는 것만으로 음악적 감흥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캐릭터 피스’입니다. ‘야상곡’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혼자 있는 밤에 들으면 더욱 좋습니다.
추천음반 1. 아르투르 루빈스타인(Arthur Rubinstein), 1965, Sony(RCA). 오랫동안 1순위 음반으로 거론돼 왔다. 95세까지 살았던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1887-1982)은 평생에 걸쳐 쇼팽의 ‘녹턴’을 세 차례 녹음했다. 앞의 두 가지는 모노 녹음인데다 음반을 구하기도 어렵다. 1965년의 스테레오 녹음은 여든이 다 된 나이에 내놓은 세 번째 음반이다. 로맨틱한 정감이 풍부하면서도 약간 묵직함이 느껴지는 연주다. 폴란드 태생의 루빈스타인은 고전에서 낭만에 이르는 많은 곡을 연주해 녹음으로 남겼지만, 그중에서도 최고의 유산은 자국의 작곡가인 쇼팽을 연주한 음반들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아쉬운 점을 한 가지 거론하자면, 쇼팽 음악의 매력 포인트인 루바토(템포의 변화)에서 루빈스타인의 연주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 때문에 어떤 이들은 연주가 좀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2. 이반 모라베츠(Ivan Moravec), 1965, Supraphon. 체코의 피아니스트 이반 모라베츠(모라벡, 모라베크 등으로도 표기함)는 미켈란젤리의 제자로도 유명하다. ‘아메리칸 레코드 가이드’는 그가 1965년에 라이브로 녹음했던 ‘녹턴’을 역사상 최고의 쇼팽 녹음 가운데 하나로 극찬한 바 있다. ‘녹턴’의 시적인 느낌을 빼어나게 살려내고 있는 연주다. 아름다운 레가토와 잔잔하면서도 꿈을 꾸는 듯한 음색이 황홀하다. 낭만주의적 해석임에는 분명하지만, 매우 절제된 음량을 구사해 듣는 이를 음악 속에 서서히 빠트린다. 비록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놓칠 수 없는 쇼팽 연주 가운데 하나다. 이 음반이 국내 매장에서 현재 품절 상태인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3. 마리아 주앙 피레스(Maria Joao Pires), 1996, DG. 루빈스타인이나 모라베츠의 연주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한층 생동감이 느껴지는 연주다. 루바토는 물론이거니와 강약의 대비에서도 매우 신선하고 자유로운 해석을 펼친다. 마치 즉흥연주를 듣는 듯한 감흥을 전해준다. 물론 ‘녹턴’ 특유의 애잔하고 쓸쓸한 느낌도 예리하게 포착한다. 생동감 넘치는 리듬과 악센트, 조바꿈에 따른 미묘한 뉘앙스를 빼어나게 구사하면서 듣는 이에게 음악적 감흥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한마디로, 변화가 많은 동적인 연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거칠다는 의미는 아니다. 피레스 특유의 섬세함과 따뜻함은 여전히 살아있다. 16년 전의 피레스가 얼마나 에너지 넘치는 연주자였는가를 확인하는 것은 이 한 장의 음반으로 충분하다.
글 문학수 1961년 강원도 묵호에서 태어났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에 소위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서양음악을 처음 접했다. 청년 시절에는 음악을 멀리한 적도 있다. 서양음악의 쳇바퀴가 어딘지 모르게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구 부르주아 예술에 탐닉한다는 주변의 빈정거림도 한몫을 했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음악에 대한 불필요한 부담을 다소나마 털어버렸고, 클래식은 물론이고 재즈에도 한동안 빠졌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재즈에 대한 애호는 점차 사라졌다. 특히 좋아하는 장르는 대편성의 관현악이거나 피아노 독주다. 약간 극과 극의 취향이다. 경향신문에서 문화부장을 두 차례 지냈고, 지금은 다시 취재 현장으로 돌아와 음악담당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다. 2013년 2월 철학적 클래식 읽기의 세계로 초대하는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를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