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나 한 잔 / 김승옥 / 민음사
4편의 단편이 묶인 문고판 크기의 책이다.
서울의 달빛 0장 - 1977년, 제 1회 이상(李箱) 문학상 대상
야행 - 1969년
차나 한 잔 - 1964년
서울 1964년 겨울 - 1965년
4편 모두 생각을 많이 히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김승옥의 대표작으로 말하면 [무진기행]을 꼽지만, 여기서 만나는 작품들도 만만치 않다. 작품의 발표년도를 참고하면서 읽어야 하는데, 요즘 새대가 통행금지라는 것을 이해 할 수 있을까?
* 서울의 달빛 0장
성에 대한 표현이 거침이 없지만 성을 매개로 이야기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쩔 수 없으리라 본다. 한 남자가 아직 가난한 여자 탈렌트와 비행기에서 나란히 앉은 인연으로 결혼한다. 항간의 소문으로 인하여 주위의 반대가 많이 있었다. 첫날밤 남자는 자신이 숫총각이 아닐 뿐더러 군에 있을때 성병까지 걸렸던 전력이 있음을 고백한다. 남자가 행동에 비하여, 여자는 - 남자의 표현에 의하면 "그 여자를 정화시킬 수 있엇던 기회"를 놓치고 만 - 대담한 행동으로 첫 날밤을 아무렇지 않게 보낸다. 남자는 애써 그녀의 첫 겸험이 힘들어했을 것이라 상상하며 행동한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함께 병원에 다니면서 남자는 생각한다. "부부란 함께 병을 고치지 위해 만난 남자와 여자다." 그러나 의사의 입을 통해 여자가 인공 유산의 경험이 많음을 듣은 후, 이런 생각을 한다.
"아내는 나에게 도깨비들이 실컷 뜯어먹다 싫증이 나서 던져 준 썩은 고깃덩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늦지는 않았었다. 그 여자가 입으로 그 도깨비들을 토해 줬더라면."
남자가 친구들과 함께 후암동의 은밀한 방에 간다. 그 자리에 일 때문에 늦는다는 아내가 다른 호스티스와 함께 들어온다. 돈 때문이란다. 이혼하기로 한다. 여자는 위자료를 요구하지 못한다. 여자는 결혼때 받은 폐물로 작은 아파트를 마련했다고 한다. 남자의 가족은 안주인이 떠난 집에 가구를 들여 놓았으나, 남자에게 그 환경이 낯섦은 여전하다. 결국 남자도 아파트를 팔고 ... 줄거리를 쓰려고 한 것이 아닌데. 여차여차해서 남자는 수중에 들어온 돈으로 (아마도) 최고급 차를 산다. 남은 돈은 그녀의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 방송국으로 간다. 여자는 돈을 받을까? 남자는 그 돈을 왜 여자에게 주려고 그랬을까?
"지나 놓고 보니 위자료 같은 거 안 받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나는 나쁜 여자가 되는군요..... 잘 쓰겠어요."
"저어 ... 나 .... 영숙이 아파트로 가끔 놀러 가도 되겠어?"
단순한 이야기인것 같으나 여러가지 부딪히는 문제가 많이 있다.
* 야행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으나 부부로 살고 있다. 부부는 한 사무실에서 근무한다. 사무실에서는 완전히 남남으로 행동한다. 둘의 관계는 아무도 모른다. 여자의 휴가가 거의 끝나갈 무렵, 그녀는 길거리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끌려 여관에 들어간다. 밤에 거리를 거닐때면 누군가가 자기를 유혹하여 어디론가 데려가기를 바랬던 마음이 대낮에 아루어진것이다. 그 후에 그녀는 밤에 다시 거리를 배회하며 그 때를 추억한다. 어느날 사무실에서 실수를 한다. 무의식 중에 사무실에서 남편을 "여보"라고 부른다. 여자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강하게 속하고 싶어하는 둣 하다. 부부의 소속감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 여자에게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집이 어디세요?"이다.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그녀의 소속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 내 집은 어디인가?
* 차나 한 잔
우리말에서 조사가 갖는 힘은 지대하다. "차나 한 잔"에서 "~나"는 참으로 민망한 조사이다.
* 서울 1964년 겨울
이전에 읽었던 적이 있는 이야기다. 특별한 구성이다. 등장인물간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 포장마차와 비슷할 것 같은 선술집에서 부잣집 아들인 대학원생과 구청에서 일하는 이십대 젊은이 그리고 가난뱅이 책 외판원인 삼십대생이 이야기를 나눈다. 삼십대 아저씨의 아내가 죽었으며 그는 아내의 시신을 병원에 기증하고 그 댓가로 돈을 손에 쥐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 돈을 함께 다 쓰기로 했다. 중국음식점에서 음식을 더 먹고 귤을 샀으며, 택시를 타고 소방차를 따라가서 불 난 집에 돈을 집어 던지기까지 한다. 그들은 여관에 들어갔으며 각각 방을 잡고 들어갔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 남자는 죽어 있었다는 이야기다.
함께 묶인 이야기들은 생각할 것이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한 동안 머리 속에서 맴맴 돌며 떠나지 않을 것 같다. (2018.3.13 평상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