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연 외 {시원} 출간 {시원}은 ‘시원문학 동인시집’이며, 현상연(회장), 김용식, 박미자, 배택훈, 손창완, 이명자, 이태동, 이용우, 장기혁, 최재영, 황순옥, 한인숙 등의 12명 회원들의 72편의 시를 수록했다. 올해로서 시원동인지 제23집을 발간하게 된 것이고, 이십 삼년, 즉,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고도 남는 시간 동안 함께 해온 것이다. 문학이라는 인연으로 이십삼 년이면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남는 시간인데 이렇듯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서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문학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서로 소통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언제나 신선하게 응축된 시어를 건져 올리는 시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시원문학 회장 현상연
긴장된다/ 불청객 그분이 오시는 날엔/ 느닷없이 들이밀고 나타나시는 날엔// 아이디어가 번쩍이기도 하고/ 주체할 수 없는 말썽이 생기기도 하고/ 엉뚱한 사건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불쑥 화를 내기도/ 벌컥 집을 나가기도/ 험한 독설을 쏟기도 하는 ---박미자의 [그분] 부분 배밭이 헐렸다/ 떠날 때 인사조차 못한/ 가로수 나무들도/ 제법 큰 어른이 되어있다/ 이방인들/ 뿌리째 뽑힌 배밭을 잊고/ 건조한 도시를/ 살아가고 있다 ---이명자, [평택에 다시 돌아왔다] 부분
오천 년을 대代 이어온/ 홰치는 품새/ 그대로,/ 오천 년을 향한/ 새벽 여는 소리가/ 붉다니// 능청, 대놓고 떠는구나 ---이용우, [수탉] 전문 무너진 틈에도 꽃은 피었고/ 버석거리는 소금꽃이 되었다// 어둠이 풍경이 된 생의 중턱에서/ 데칼코마니 같은 아이가 토해내던 말간 울음이 흔들렸다// 어둠은 흔들리지 않고/ 나는 새는 날개를 접지 않는다 ---한인숙, [나는 새는 날개를 접지 않는다] 부분 백색가면 쓰고 온 너를 안개라 했다 촘촘한 녹조그물망에 갇힌 물고기들 믿었던 shu가 자취를 감췄다 북극곰은 빈민구조대상이 되었다 시원한 냉방과 따뜻한 난방에 전염병이 돌고 해수면 상승에 불가사리가 녹아내렸다 운우의 날 맞추어 파종한 구름종자는 몇 년을 기약했다 빗방울은 키가 자라지 않았다 또 다시 낮게 드리운 마른안개 안개가 아니라는 의심이 떠돌기 시작했다 허공과 허공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안개와 동거중인 입자는 까칠한 금속성 얼마 전 한 노인이 호흡곤란으로 세상을 등졌다는 스모그 같은 뉴스도 잠깐 흘러 다녔다 물속을 활보하던 물고기는 재난문자에 얼음이 되고 대륙을 건너온 미세먼지는 급기야 마스크를 썼다 반대쪽 공장에서 또 다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공기의 신. ---현상연, [실종된 슈*] 전문
----현상연 외 {시원}, 도서출판 지혜, 값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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