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80>
몸살감기 · 알레르기 천식 · 비염 - 족도리풀(細辛)
한의학에서 상한(傷寒)은 일체의 외감병(外感病)을 대표하는 명칭으로, 초기 몸살감기에서 독감과 중풍에 이르기까지 모두 ‘열증’을 수반하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인체가 추위에 오래 노출되면 콧물, 재채기와 함께 온몸이 으슬으슬하고(오한), 아프며(두통, 목덜미 강직), 열이 나는데 이는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작이다. 한(寒)은 본디 거두고 끌어들여 응결하는 성질이 있어서 피부가 닫혀 땀이 나지 않고 전신의 근육이 위축되면서 맥은 뜨고(浮) 긴장하고(緊) 빨라진다(數). 한방에서는 이때 맵고 따뜻한 성질의 약재로 몸속의 찬 기운을 흩고, 기의 문란을 막아 혈의 순환을 순조롭게 하며, 맺힌 근육을 풀고, 체표를 열어 땀을 약간 내주는 방향으로 치료한다. 예컨대 방풍(3), 마황 계지(각 2), 세신, 진피, 자소엽, 생강, 감초(각 1)의 구성이다. 이때 열이 약간 높다 싶으면 갈근(3)을 추가하고, 심한 콧물이나 코 막힘이 있으면 신이(3), 기침을 동반하면 오미자(1), 가래가 끼면 반하(1), 알러지비염이 겹치면 창이자(1)을 더하여 복합증상에 대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처방은 수많은 한의학 고서에 기록되어 있는 이른바 <소청룡탕 - 마황, 계지, 건강, 세신, 반하, 감초, 작약, 오미자>의 구성과도 유사하다. 마황의 약성은 오한, 발열, 두통, 신통의 완화와 함께 기침과 알러지성 천식(哮喘)발작을 다스리고, 땀을 내 해열하는 효능이다. 계지(계피)는 인체의 안팎과 위아래를 투달하여 한사(寒邪)를 땀으로 발산시키며, 건강(생강) 역시 한기를 흩고 체표를 열며 위와 폐를 데워서 소화, 해열, 진정, 진통한다. 반하는 가래를 삭이고 기침과 구토증을 억제하며, 감초는 인후통을 가라앉히고 윤폐(潤肺)하여 진해(鎭咳)한다. 작약은 대식세포의 탐식능력을 높이고 면역조절작용을 나타내며, 오미자는 폐기를 수렴하여 기침을 억제하고 진액을 늘려 갈증을 해소한다. 이 같은 약성들의 조합으로 소청룡탕은 알레르기 천식증이나 알레르기 비염증에도 응용되는데,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무엇이 주증인가에 따라 약재의 선택과 용량을 달리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것.
위의 약재들 가운데 특기할 것은 세신(족도리풀)과 창이자(도꼬마리)이다. 둘 다 항염·항알레르기 효능을 가졌는데 이 중 심한 몸살감기엔 세신이 더 요구되고, 창이자는 통비규(通鼻竅, 막힌 코를 터줌), 피부소양(皮膚搔痒) 등 고질의 알레르기성 질환(비염이나 천식, 아토피)에 더 요긴하다. 창이자는 적정용량 이상에서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그 증상은 오심, 구토, 저혈압, 간독성 등으로 반드시 찌거나 솥에 넣고 볶은 후 잘 비벼서 열매에 돋친 가시를 제거하고 소량을 써야한다. 이 방식이 좀 어려우면 대신 향기가 맑고 강한 신이(목련과 옥란의 꽃봉오리)를 쓸 수 있다. 신이는 만성비염, 비강염, 비색, 비연 등에 대응한다. 혹은 항균, 항염, 소종, 열성옹창, 욕창, 만성피부궤양 등에 쓰이는 유피(느릅나무 수피)를 추가함으로써 한층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세신(細辛)은 쥐방울덩굴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본인 족도리풀의 뿌리이다. 약용부위인 뿌리가 가늘고(細) 맛이 아주 맵기(辛)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5~10월에 뿌리를 캐서 그늘에 말려 쓴다. 햇볕에 말리거나 물에 오래 씻으면 흑색으로 변하고 향기가 떨어진다. 또한 꽃, 줄기, 잎, 노두, 열매엔 신(腎)장해를 야기할 수 있는 아리스톨로크 산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지상부는 버리고 뿌리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약성은 맵고 따뜻(性熱)하며 향기가 강렬하다. 폐, 신경으로 들어가 발표산한(發表散寒, 땀을 내서 피부의 한기를 발산시킴), 온폐거담(溫肺祛痰, 폐를 따뜻하게 하고 담을 없앰), 거풍지통(祛風止痛, 풍을 제거하고 통증을 그치게 함)의 효능으로 대표된다. 이 약은 성질이 격렬하고 방향성이 강하여 인체의 맨 위 폐장에 작용하여 매운 기운으로 폐가 주관하는 피부의 찬 기운(風寒)을 흩고, 인체의 맨 아래 장기인 신장에 작용하여 따뜻한 성미로 완고한 냉증(痼冷)을 제거하는 요약이다. 따라서 해열, 거담, 소염작용과 함께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막힌 곳을 터줌으로써 몽롱한 정신을 깨우고, 두통, 코 막힘, 근육통을 다스리며, 항알러지활성, 항바이러스, 평천, 항경련에 주효하다. 약리는 강심, 혈관확장, 진정, 당대사증가, 진통 등이다.
그밖에 세신 추출물은 사람의 진피층과 같은 세포의 성장과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켜 발모를 촉진하고 뇌세포 보호효과 및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효도 있다. 세신에서 분리된 리그난 화합물인 아사리닌 등은 쥐의 피부암 및 폐암에 대하여 억제활성을 갖는 등 항암효과가 보고되었다. 다만 기가 허하여 자한이 있거나 마른기침이 오래되었거나 상시적으로 두통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겐 맞지 않다. 앞서 살펴본 <소청룡탕>은 과립제로 일반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꽃
잎
개족도리
온포기
뿌리
약재(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