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여유, ‘부용사’ 인천그리기 ㉝ 미추홀구 부용사 재개발, 재건축으로 낮은 집, 골목들이 없어지고 우람한 고층건물, 아파트가 들어서며 동네 풍경이 바뀌고 있다. 재건축, 재개발이 되면 동네의 옛모습은 완전히 사라진다. 어쩌면 인천 구도심의 옛 모습은 사진이나 그림속 에서만 추억하게 될 지도 모른다. 재개발, 재건축으로 사라지는 동네의 옛모습을 막연히 안타까워하기보다 돌아보고 기록하며 그 분위기를 그려보고자 한다. 제물포역에서 내려서 수봉문화관으로 오르다 보면 거의 목적지에 다다를 때쯤 주변환경과는 확연히 다른 전통건축물을 볼 수 있다. 넓은 가운데 빈공간(Void Space)을 중심으로 ‘ㄷ자로 건물이 둘러싸고 있는 전형적인 한옥의 형태처럼 보인다. 다만 대웅전과 응진은 조금더 높은 곳에 위치하여 기본적인 위계는 지켰지만 도심에 위치해서인지 사찰의 일반적인 배치형태와는 틀리다. 사찰과 한옥주택의 중간즈음의 느낌인데 밀도 높은 도심에 이렇게 일부분 비움의 공간을 둠으로써 한 숨 돌릴 시간을 주는 귀한 장소이다. 일단 부용사는 일단 담장부터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인도를 오르다보면 일주문보다 오히려 담장이 눈에 더 들어온다. 일주문은 담장보다 도로에서 한 켠 더 들어가있는데, 도로에서 바라봤을 때 바로 크고 높은 일주문을 바로 접해 조금 위압적일 수 있는 인상을 조금 더 앞에 배치한 낮은 담장을 통해 완화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담장 자체로도 아름다워 일주문보다 담장에 시선이 먼저간다. 담장의 높이가 높지 않은 것은 또한 도로 건너편에선 수봉산을 오르는 길목에선 살짝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정도인데 이는 외부인을 배척하지 않는 듯해 정감간다. 6.25 전쟁 이후 고아들을 돌보아온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듯하다고 하면 조금 과장일까? 담장 하부는 커다란 부정형의 돌, 그 윗부분은 기와의 단면이 보이게끔 쌓고 상단부분은 전형적인 기와담장으로 담장 전체가 미학적으로도 훌륭하다. 일주문으로 들어가면 약간 빗겨서 커다란 빈공간(Void Space)이 보이고 이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대웅전, 응진전과 요사채, 사무공간 건물이 보인다. 다른 사찰에 비하면 가장 높은 위계를 차지하는 대웅전이 위치한 단이 높지 않아서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대웅전은 친근해 보인다. 마치, 큰 형이 아래 동생들을 보살피는 듯 한 인상을 준다. ‘S’자형 건물은 대웅전, 응진전과는 달리 단청이 없다. 재료 본연의 색이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여 고풍스러운 색상과 질감을 보여주며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차분하고 아늑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수봉산이 제공하는 자연의 모습과 함께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이곳을 눈에 담아보면 어떨까? 글·그림 염광호, yeomkwangho@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