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93승69패 NL 서부 2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모든 계획이 틀어진 애리조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바꾸기로 결심했다. 토니 라루사/데이브 스튜어트 체제를 해체하고 테오 엡스타인 사단의 마지막 후예 마이크 헤이즌을 단장으로 데려왔다. 헤이즌은 필요한 인사를 구단 곳곳에 배치. 특히 보스턴 출신 두 명을 중요한 보직에 앉혔다. 보스턴 선수 육성부 디렉터 아미엘 소데이를 단장 보좌관, 보스턴 벤치 코치 토리 러벨로를 새 감독으로 임명했다.
헤이즌의 목표는 실점을 줄이는 것이었다. 지난해 애리조나가 내준 890점은 팀 역대 두 번째로 나빴다(2004년 899점). 이에 진 세구라가 포함된 2대3 트레이드로 시애틀 선발 타이후안 워커를 받아왔다. 공격력이 좋은 웰링턴 카스티요 대신 프레이밍 능력이 뛰어난 제프 매티스를 영입한 것도 그 일환(2년 400만). 매티스의 부족한 부분은 크리스 아이아네타를 믿어보기로 했다(1년 170만). 마무리를 맡아줄 페르난도 로드니 하고도 1년 계약을 맺었다(275만).
지난해 애리조나의 첫 10경기 성적은 3승7패였다. 올해는 개막전 크리스 오윙스의 끝내기 안타로 역전승을 거두더니 첫 10경기를 7승3패로 출발했다. 승패가 완전히 뒤바뀐 행보는 올해 애리조나의 운명이었다. 애리조나는 4월 16승11패, 5월 17승11패로 열심히 달렸고, 급기야 6월에는 17승9패로 더 높이 날아올랐다. 시즌 절반을 소화한 시점에서 애리조나의 성적은 51승31패. 1년 전에는 5할 승률에 10승이 부족했지만(36승46패) 이번에는 20승이 추가됐다. 한 가지 문제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세 팀이 리그를 주도했던 것. 서부지구 순위는 곧 내셔널리그 전체 순위이기도 했다(1위 다저스 2위 애리조나 3위 콜로라도).
가장 큰 위기는 7월이었다. 7월초 다저스 원정 3연전을 모두 패배했다. 3연전 마지막 경기는 로드니가 9회말 석 점의 리드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이 3연전을 비롯해 9경기 1승8패로 휘청거린 애리조나는 남들보다 빨리 전력을 보강했다. 논웨이버 트레이드 마감시한이 열흘도 더 남은 시점에서 유망주 세 명을 보내고 제이디 마르티네스를 영입했다. 애리조나는 좌투수 상대로 약점을 노출했는데, 마르티네스가 이 고민을 해결해 줄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마르티네스는 비단 좌투수만 두들기지 않았다. 좌우 가리지 않고 모든 투수들을 심판했다. 복덩이가 굴러들어온 애리조나는 8월말부터 9월초까지 13연승을 질주. 13연승은 2003년 12연승을 넘어서는 팀 신기록이었다. 9월25일 마이애미전에서는 끝내기 안타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제이디 마르티네스 끝내기). 애리조나는 정규시즌 최종전을 크게 승리하면서 팀 역대 네 번째로 많은 93승째를 올렸다. 1년 전 당한 93패가 고스란히 승리로 전환된 것이다. 한편 팀에서 입지가 좁아진 토니 라루사는 시즌이 끝나고 부사장 겸 사장 보좌관직을 보장받고 보스턴으로 떠났다. 라루사를 불러들인 데이브 돔브로스키 사장은 예전부터 그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포스트시즌 첫 관문은 통과했다.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치열한 난타전 끝에 콜로라도를 따돌렸다. 디비전시리즈 상대는 또 같은 지구 팀. 당초 다저스와 맞대결은 누가 이길지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 정규시즌 성적은 다저스가 압도적이나, 두 팀 맞대결 전적은 애리조나가 앞섰다(11승8패). ESPN 야후스포츠 CBS스포츠가 다저스의 손을 들어준 반면, USA투데이 포브스 워싱턴포스트는 애리조나의 승리를 점쳤다. 그러나 막상 시리즈가 시작되자 두 팀의 전력 차는 생각보다 컸다. 애리조나는 반격 한 번 해보지 못하고 3연패로 탈락했다.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너무 힘을 뺀 것이 디비전시리즈 내내 영향을 미쳤다(로비 레이의 불펜 등판이 치명타였다).
Good : 지난해보다 실점이 무려 231점이 줄었다. 659점은 2011년 662점보다 더 적은 한 시즌 팀 최소실점. 메이저리그 최하위였던 투수 평균자책점이 5.09에서 3.67(ML 3위)로 크게 좋아졌다. 실제로 선발진이 쌓은 승리 기여도 18.8은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높았다(워싱턴 17.3). 애리조나는 다섯 명의 투수가 선발 25경기 이상 나온 두 팀 중 한 팀으로(피츠버그) 이 다섯 명이 시즌 전체의 89.5%를 책임졌다(145선발). 투수를 단순히 데려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측면에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 주효했다. 투수 리드가 좋은 포수들을 붙여줌으로써 부담을 덜어줬으며, 댄 해런을 피칭 전략가로 영입해 등판 준비를 함께 하도록 했다.
실제로 매티스와 해런 효과를 인정한 선수가 잭 그레인키다. 3년 연속 골드글러브 수상을 빼면 이적 첫 해 별로 내세울 게 없었던 그레인키는 훨씬 나아진 모습(17승7패 3.20). 홈구장 체이스필드 적응에 성공했다(5승5패 4.81→13승1패 2.87). 홈 승률 .929는 2008년 브랜든 웹 2011년 이안 케네디(.846)를 뛰어넘는 팀 최고 기록(15선발). 클레이튼 커쇼, 맥스 슈어저가 나란히 부상으로 빠진 틈을 타 유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떠올랐는데, 마지막 두 경기(8이닝 10실점)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이 무너져 뒤로 밀려났다.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돌아오지 않았다(90.7마일). 대신 브레이킹볼 제구가 날카로웠고, 이를 바탕으로 수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헛스윙 유도에 탁월했던 슬라이더는 피안타율 1할대(.175). 러벨로 감독은 "원래 구위로 승부하는 투수는 아니었다. 그의 강점은 늘 커맨드였다"라고 말했다.
올해 애리조나는 브레이킹볼 비중을 늘렸다. 브레이킹볼 의존도를 높여재미를 본 투수는 로비 레이였다(15승5패 2.89). 구위는 원래 손에 꼽혔던 레이는 지난해 거의 던지지 않은 커브를 세컨드 피치로 활용했다(5.5→20.0%). 포심 싱커 슬라이더 레퍼토리를 포심 커브 슬라이더로 바꾼 것이 타자들에게 혼란을 줬다(레이는 지난해 "타자들이 뭘 던지는지 알고 치는 것 같았다"고). 7월29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 108마일짜리 타구에 머리를 맞았는데 다행히 별다른 후유증 없이 돌아왔다. 레이가 더 큰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다저스전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3승 2.27). 다저스 상대 53삼진은 단일시즌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선발진의 패트릭 코빈(14승13패 4.03)과 잭 고들리(8승9패 3.37)도 브레이킹볼 달인들. 코빈은 리그 최다 헛스윙을 이끈 슬라이더(256회) 고들리는 구종가치 전체 2위의 커브(22.7)를 던졌다. 이 중 고들리는 트리플A에서 시즌을 맞이했다가 셸비 밀러의 이탈(토미존)로 승격 통보를 받았다. 이적생 워커도 데뷔 후 가장 높은 승리 기여도를 쌓으면서 팀에 보탬이 됐다(9승9패 3.49 fwar 2.5). 선발진이 부담을 덜어준 불펜도 평균자책점을 4.94에서 3.78로 낮추고 다저스(3.38)에 이은 리그 2위에 올랐다. 아치 브래들리가 더이상 선발을 고집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았다. 평균자책점 1.73은 애리조나 불펜 역사상 최저 1위. 브래들리는 MVP 투표에서 그레인키와 함께 10위표 한 장을 받았다. 앤드류 체이핀(71경기 3.51) J J 후버(52경기 3.92) 호르헤 데라로사(65경기 4.21)가 중용됐고 막판에는 지미 셔피(11경기 0.00)도 등장했다.

폴 골드슈미트는 개인 통산 세 번째 30홈런 100타점 시즌(.297 .404 .563). 8월까지 .319 .428 .607(33홈런)로 지안카를로 스탠튼에 대적하는 MVP 후보였는데, 9월 들어 성적이 급격하게 하락했다(22경기 .171 .250 .305). 골드슈미트는 도루 18개를 더하면서 통산 100홈런 100도루를 달성(176홈런 117도루). 애리조나 선수로는 크리스 영(132홈런 112도루)에 이은 두 번째였다. 수비(DRS 10) 주루도 고루 잘해준 골드슈미트는 리더로서의 책임감도 보였다. 러벨로 감독에게 직접 데이빗 오티스의 리더십은 어땠는지 물어봤다고(The athletic). 러벨로는 "상대가 펜웨이파크에 들어서면 오티스를 떠올린다. 이 곳은 너가 생각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이디 마르티네스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다(62경기 .302 .366 .741). 이적 후 첫 홈런이 나온 7월25일 이후에는 메이저리그 홈런(29) 장타율(.748) 1위, 타점(65) ops(1.114) 2위, 조정득점창조력(174) 4위에 올랐다. 9월5일 다저스전에서는 애리조나 타자 최초로 4홈런 경기를 선보였다. 마르티네스는 홈런 네 개를 각기 다른 네 투수(힐 바에스 필즈 폰트)에게 뽑아 더욱 진기한 경기로 만들었다. 9/10월 ops 1.382는 이 부문 역대 7위(1위 2001년 배리 본즈 1.685). 마르티네스의 활약에 열광한 애리조나 팬들은 그가 잔류할 수 있는 금액 모금 운동도 진행했다. 스윙을 조정한 제이크 램은 30홈런 100타점 타자로 우뚝 섰다(.248 .357 .487). 애리조나 좌타자로는 세 번째다(1999년 스티브 핀리 2000-01년 루이스 곤살레스).
Bad : 불혹의 로드니는 나이보다 하나 적은 세이브를 거뒀다(39세이브 4.23). 9월23일 마이애미전에서는 올시즌 마지막 세이브를 따내고 통산 300세이브 투수로 등록됐다(현역 3번째).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피칭은 여전했다. 제구가 흔들리면 이 모습은 더 심해졌다. 9이닝당 내준 볼넷 수는 평균자책점과 같은 4.23개. 제구가 불안한 투수는 루상에 주자를 내보내면 더 당황하기 마련. 로드니는 리그 두 번째로 낮은 잔루율(61.1%)을 남겨 이 사실을 뒷받침했다(잔루율 58.8%로 전체 최하위인 T J 맥파랜드도 애리조나 소속). 불펜 전력이 좋아진 것은 분명했지만, 로드니 때문에 애리조나의 야구는 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내야 키스톤 듀오는 아쉬웠다. 세구라가 있을 때 걱정 없었던 2루수 포지션은 승리 기여도가 리그 5위에서 14위까지 추락(fwar 5.5→1.3). 브랜든 드루리(.267 .317 .447) 다니엘 데스칼소(.233 .332 .395)로 세구라의 기억을 지우기는 역부족이었다. 6명이 드나든 유격수 포지션도 승리 기여도 13위(0.8)로 평균 이하였다. 공격은 고사하고 수비도 견고하지 못했다. 애리조나 유격수들은 가장 많은 실책(27)을 저질렀고 그만큼 수비율(.960)도 떨어졌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 외야진은 야스마니 토마스가 코어 근육 수술을 받으면서 47경기 출장에 그쳤다(.241 .294 .464). 사타구니 대퇴사두근 부상을 당한 A J 폴락은 올해도 50경기를 놓쳤다(.266 .330 .471).
애리조나의 고민은 구장 문제다. 1월부터 마리코파 카운티와 법적 공방에 들어갔다. 애리조나는 체이스필드에 보수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1998년 개장). 그리고 보수 비용(1억8700만)의 대부분을 마리코파 카운티가 부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장 체이스필드는 올해도 공기 조절 장치가 파손되면서 곤경에 빠진 적이 있다(덥고 건조한 애리조나는 공기 조절 장치가 필수적이다). 마리코파 카운티의 입장은 다르다. 자신들은 구장 콘크리트 철근 교체로 나름대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반박했다. 임대 기간 동안 낙후된 시설에 대해서는 애리조나 구단의 책임이라는 생각이다. 또한 마리코파 카운티는 애리조나가 이를 구실로 새 구장 이전을 꾀한다고 대응했다(계약 기간 2028년). 법원은 양측이 조속히 합의를 이룰 것을 권고한 상태. 법정 수수료로 45만 달러를 쓴 애리조나는 내년 초에 결판이 나길 바라지만, 4월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전망 : 헤이즌 단장이 계획한대로 흘러간 시즌이었다. 헤이즌은 올해 성공을 발판삼아 내년에도 실점 방지에 더 신경을 쓰겠다고 전했다. 로드니와 데라로사가 떠난 불펜 재정비를 우선 과제로 삼았다. 일단 탬파베이에서 브래드 박스버거를 재빨리 영입했다. 부상으로 최근 두 시즌을 망쳤지만 박스버거는 2015년 마무리까지 맡은 경력이 있다. 내년 시즌 예상 팀 연봉은 1억2000만 달러 수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그레인키(3100만)를 내심 팔고 싶지만, 텍사스와 나눈 대화는 별 소득이 없었다(필라델피아가 관심을 보인다고). 타석에서 공헌한 제이디 마르티네스와 크리스 아이아네타(콜로라도)의 공백을 메우는 것도 과제. 마르티네스는 여전히 붙잡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다가서기 쉽지 않은데, 그레인키 트레이드가 변수로 남아있다.
야수 fwar 순위
5.3 - 폴 골드슈미트
2.5 - 제이크 램
2.2 - 제이디 마르티네스
2.2 - 크리스 아이아네타
2.1 - A J 폴락
1.8 - 데이빗 페랄타
1.2 - 브랜든 드루리
0.9 - 케텔 마르테
0.9 - 제레미 해즐베이커
투수 fwar 순위
5.1 - 잭 그레인키
3.5 - 잭 고들리
3.2 - 로비 레이
3.0 - 패트릭 코빈
2.5 - 타이후안 워커
2.1 - 아치 브래들리
1.4 - 페르난도 로드니
1.2 - 랜달 델가도
0.7 - 앤드류 체이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