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곡지 연꽃 잔치
率天 李永淳
칠월이면
연꽃 만나는 일이
아무래도 내게는 병인가 보다
이보시게
장마 쉬는 날
마치 연꽃 성전(聖殿)에 온 듯
관곡지(官谷池) 연지(蓮池)에는
눈부시고 탄성이 절로 나네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서러운 이별 말고
다시 만남이 있는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이듯
시방 관곡지 연밭에
신비스런 연꽃 향연이 한창인데
혼자 보기 아까워
바보짓거리를 하나 보네
이보시게 친구
연꽃 만나러 가는 날
관곡지(官谷池) 연꽃을 만나고 있는데
연꽃 마주하는 날이
설날인 줄 알았지 뭔가
설날에 설빔 입고
소녀가 널뛰기하듯
색동저고리 옷소매가
바람에 사뿐히 나는(飛) 듯 하고
마주한 연꽃 잎 끝에
연분홍빛 호(鎬) 물들인
연꽃에 비경(秘境)은
정말로 선경(仙境 )처럼 보이고
또 어찌 보면
관곡지(官谷池) 백련(白蓮) 꽃은
사랑 속삭이는
신방(新房)에서 퍼져 나오는
신비스런 향기 같이 은은하고
아침 찻상(茶狀)에 놓인
찻잔(茶盞) 적신
백련 꽃차 향기는
새색시 친정엄니에 아쉬운 눈물 같은
말갛게 고운 향기 일걸세
관곡지(官谷池) 홍련(紅蓮)은
외동 딸 시집보내며
뽀얗게 씻은 하얀 접시 위에
풍성하게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린 잔치 상을 보는 듯하네
이보시게 내 친구
이렇게 긴
관곡지(官谷池) 연꽃 잔치 소개를 하는
나에게는 여름이 짧기만 하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