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구자룡)는 '제17회 수주문학상' 당선자로 경남 창원의 박형권 시인의「쓸쓸함의 비결」을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민족시인 수주 변영로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전국 공모를 실시하고 있는 수주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구자룡)는 지난 8월 1일 ~8월 20일까지 접수된 전국 305명의 작품 2,600여 편이 예심(50명 작품 선정)을 거쳐 본심에 올라왔으며, 심사위원 최문자(시인.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김기택(시인.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두 분은 최종 4명의 작품 중 박형권 시인의 「쓸쓸함의 비결」외 7편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되며, 시상식은 2015년 10월 27일(화) 오후 3시, 부천시청 5층 만남실에서 개최된다.
최문자,김기택 심사위원은 " '쓸쓸함의 비결'은 자연의 변화와 기운이 하나의 사물 속에서 감지되는 순간,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무심한 몸짓 속에 감춰져 있는 순간을 행복하게 포착한 수작이다"면서 "이 시는 그 순간을 통해 삶의 희로애락이 광풍처럼 지나간 자리, 욕망과 희망과 기대가 사라져버린 자리에 남는 쓸쓸함이 사실은 얼마나 풍요로운 세계인가를 슬쩍 내비쳐 보여준다." 고 말했다.
특히 "노인이 봉창문을 여는 순간에 갑자기 생기는 안과 밖의 광대한 경계, 노인과 나를 가르는 낯선 경계,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아득한 경계들이 '문풍지 한 장의 두께'로 압축되는 과정은 음미할만하다."고 평했다.
더불어 "시적 자아가 사라져서 하나의 풍경 속에 조화롭게 녹아드는 희열의 경험, 세속적인 모든 것들의 가치와 의미가 무화되는 지점에 대한 종교적 미학적 원리를 한 노인이 문을 여는 아주 사소하고 평범한 이야기에서 이끌어내는 방법은 탁월하다."고 밝혔다.
쓸쓸함의 비결
어제 잠깐 동네를 걷다가 쓸쓸한 노인이 아무 뜻 없이 봉창문을 여는 걸 보았다 그 옆을 지나가는 내 발자국 소리를 사그락 사그락 눈 내리는 소리로 들은 것 같았다 문이 열리는 순간 문 밖과 문 안의 적요(寂寥)가 소문처럼 만났다 적요는 비어있는 것이 아니다 탱탱하여서 느슨할 뿐 안과 밖의 소문은 노인과 내가 귀에 익어서 조금 알지만 그 사이에 놓인 경계는 너무나 광대하여 그저 문풍지 한 장의 두께라고 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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