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잇 김준혁 기자] 스마트는 스위스의 시계 그룹인 스와치와 메르세데스-벤츠가 합작해 세운 소형차 전문 브랜드다. 1994년 회사가 설립된 이례 스마트는 포투와 포포, 로드스터 등 다양한 소형차를 생산했었지만 판매 부진으로 인해 현재는 스마트 포투만이 스마트의 유일한 판매 모델로 남아있는 상태다.
스마트 포투는 지난 1998년 1세대가 데뷔한 후 2007년 2세대가 데뷔하면서 현재까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해오고 있다. 스마트 포투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쿠페 모델인 포투와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포투 카브리오 등 2가지 라인업으로 판매가 되고 있으며, 엔진은 직렬 3기통 가솔린과 디젤 엔진을 기본으로 한다.
이 중 직렬 3기통 1.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와 소프트탑을 장착해 운전재미와 오픈에어링을 즐길 수 있는 스마트 포투 카브리오를 종로 삼청동 일대와 파주출판도시에서 시승해봤다.
▲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을 갖고 있는 스마트 포투 카브리오
스마트 포투 카브리오의 전체 길이는 일반 자동차의 휠베이스 길이와 비슷한 2695mm에 불과하다. 넓이와 높이는 모두 1.5m를 살짝 넘어서 우리나라 경차 기준을 충족시키고도 남는 콤팩트한 크기를 자랑한다.
하지만 작은 크기와는 달리 스마트 포투 카브리오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스마트 포투만큼이나 작은 차가 많지 않고, 디자인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자동차와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 콤팩트한 차체를 갖고 있지만 지붕을 열면 꽤 스포티한 모습을 연출한다.
일반적인 자동차가 본넷과 탑승공간, 트렁크 등이 명확히 구분되는 것과 달리 포투 카브리오는 그러한 경계가 모호하다. 일단 본넷이라 부를만한 공간이 없고, 프론트 범퍼부터 시작된 선이 곧장 윈드실드까지 이어지는 점이 포투 카브리오의 디자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포투 카브리오가 이러한 디자인을 갖게 된 것은 엔진이 차체 앞이 아닌 뒤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기량 1.0리터의 작은 엔진을 뒷바퀴 축 위에 올려놓고 뒷바퀴를 굴리는 구조를 갖고 있는 포투 카브리오는 덕분에 이 세상 어떤 차와도 닮지 않은 독창적인 디자인을 갖게 됐다.
▲ 더 넓어진 라디에이터 그릴과 하나로 합쳐진 헤드램프가 특징인 S60 D4의 앞모습
앞, 뒤 오버행이 거의 없을 만큼 앞, 뒤 바퀴가 차체 바깥쪽으로 최대한 물러나 있고, 지상고도 낮은 편이어서 크기와는 달리 상당히 스포티한 모습을 연출한다. 바디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어의 디자인도 역동적으로 디자인됐으며, 도어 하단부터 시작해 B필러까지 연결되는 메탈 컬러의 장식물도 포투 카브리오를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 요소다.
▲ 포투 카브리오의 지붕을 열어 젖힐 수 있는 부분이 소프트탑이다.
하지만 포투 카브리오의 외관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단연 캔버스 재질로 된 소프트탑이다. 실내에서 버튼을 눌러 속도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여닫을 수 있는 소프트탑은 그렇지 않아도 개성적인 포투 카브리오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포투 카브리오의 소프트탑은 완전 자동식이 아닌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하는 반자동식이지만 작동속도가 느린 편이 아니어서 불편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 소프트탑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지만, 외부 열과 소음에는 약하다.
▲ 포투 카브리오의 지붕이 열리는 과정, 생각보다 빠르고 조용하다.
포투 카브리오의 소프트탑은 2단계로 열리는데, 1단계는 선루프처럼 머리 위 지붕만 열리는 방식이고 2단계는 뒤쪽 유리까지 모두 열려 오픈카와 같은 모습을 연출한다. 여기에 A필러와 B필러를 잇는 연결바를 제거하면 완전한 오픈카로 변신하게 된다.
▲ 포투 카브리오의 스포트탑은 절반만 열어도 뛰어난 개방감을 선사한다.
차체가 작아 실내공간이 넓지 않은 포투 카브리오는 소프트탑을 열었을 때 뛰어난 개방감을 느낄 수 있으며, 실내로 들어오는 바람의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큰 부담감 없이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소프트탑의 재질상 요즘과 같은 뜨거운 여름에는 실내로 들어오는 열기를 완전히 차단시켜주지 못하고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도 다소 큰 편이다.
▲ 포투 카브리오의 실내는 차체 크기에 비하면 꽤나 넉넉한 편이다.
포투 카브리오의 실내는 외부만큼이나 개성이 넘친다. 실내 재질이 썩 고급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붉은색의 직물을 시트와 도어 안쪽을 비롯해 실내 곳곳에 적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 개성있는 디자인이지만 편의성과 조립품질 부분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실내 구성은 일반 자동차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실내 폭이 좁은 만큼 오디오나 에어컨 조작부가 위치하고 있을 센터페시아가 없는 것이 눈에 띈다. 대신 대시보드를 최대한 위쪽으로 끌어올려 무릎 공간을 확보했고, 넓지 않은 공간에 에어컨 조작부와 내비게이션 등을 적절히 배치했다. 하지만 각 버튼의 조작감이 확실치 않고, 각 부품 간의 조립 단차가 큰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계기판에 위치한 커다란 속도계는 시인성이 좋다.
▲ 대시보드 위에 위치한 RPM 게이지와 시계는 운전 중 확인이 불편하다.
계기판의 구성도 남다르다. 계기판에는 속도계와 연비, 주행거리 등을 보여주는 트립컴퓨터만이 위치하고 있고, RPM 게이지는 아날로그 시계와 함께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RPM 게이지의 크기가 작고, 위치가 운전자의 시선에서 많이 벗어나있기 때문에 운전 중에 RPM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 센터페시아가 없는 디자인을 적용해 무릎공간을 최대한으로 넓히고 있다.
스티어링 휠의 사이즈는 차체 크기를 생각했을 때 다소 큰 편이지만 그립감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주행 중 불편함을 느낄 수는 없다. 다만, 스티어링 휠에 위치한 리모컨이 운전 중 자주 사용하는 오디오 관련 버튼이 아닌 크루즈 컨트롤 버튼이라는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시내 주행이 많은 포투 카브리오의 특성 상 크루트 컨트롤을 이용할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 세미 버킷 타입의 직물 시트는 몸을 잘 잡아준다.
포투 카브리오는 엔진이 차체 뒤에 위치하고 있어 차체 앞부분이 가볍다. 이 때문에 파워 핸들이라 부르는 스티어링 어시스트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차가 가벼운 만큼 스티어링 휠을 돌리기 어렵지는 않지만 여성 운전자의 경우,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 가솔린 터보 엔진에서 나오는 넉넉한 파워 덕분에 고속도로도 무리없이 달릴 수 있다.
포투 카브리오는 생각보다 차가 잘 나가고 코너링에서 의외의 실력을 보여줘 운전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는 830kg에 불과한 가벼운 무게에 터보 엔진을 사용해 만들어낸 84마력의 최고출력이 만난 결과라 할 수 있다. 최신 터보 엔진이 아닌 탓에 터보랙이 자주 발생하지만 일단 엔진에 힘이 붙기 시작하면 100km/h까지는 큰 무리없이 도달할 수 있다.
▲ 포투 카브리오의 자동변속기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시동키를 변속기 아래에 꼽는 점이 독특하다.
변속기에 대한 아쉬움은 매우 크다. 수동 기반의 싱글클러치 타입 5단 자동변속기는 변속 충격이 매우 크고, 타이밍 또한 운전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한 박자씩 늦게 이뤄지기 때문에 예민한 운전자의 경우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어 보인다. 3세대 모델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해결된 변속기가 적용되길 기대해본다.
▲ 엔진이 차체 뒤에 위치한 덕분에 도어 뒤에 공기흡입구가 자리하고 있다.
변속기에 대한 아쉬움과는 달리 다소 단단하게 설정된 서스펜션에서 비롯되는 코너링 실력은 생각 외로 높다. 여기에 차체 밑으로 낮게 위치한 엔진 덕분에 무게 중심이 낮다는 점과 후륜 구동 특유의 민첩함은 포투 카브리오를 단순히 경차가 아닌 운전재미를 느낄 수 있는 차로 만들어준다. 승차감이란 부분에 대해서는 차체가 작기 때문에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서스펜션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는 무난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 15인치 알로이 휠을 사용하며, 후륜구동의 특성상 앞, 뒤 타이어 크기가 다르다.
▲ 소프트탑의 채용으로 트렁크가 아래도 열린다. 트렁크 용량은 크지 않다.
스마트 포투 카브리오는 경차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경제성 하나만을 놓고 봤을 때 선뜻 구입하기에는 쉽지 않은 자동차다. 가격이 비싸면 차가 커야 된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특성상 국산 경차보다 작은 크기에 2790만 원이나 하는 포투 카브리오의 가격은 분명 받아들이기 힘든 숫자임에 틀림없다.
▲ 스마트 포투 카브리오는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자동차다.
하지만 포투 카브리오는 복잡한 도심에서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고,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 세컨드 카를 찾고 있는 소비자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