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 논란에 드디어 종지부가 찍혔다. 노무현 정부때 개정되었다가 재개정되었던 사학법 개정안과 관련 헌법재판소(헌재)는 28일, 6년만에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사학들의 부패와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 개정안을 만들었으나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개정안에 반대하며 이명박과 손을 잡고 53일간 장외투쟁을 벌인 결과 사학법 원안이 누더기가 되어 2007년 재 개정되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과 우암학원 등이 ‘개방이사제’ ‘학교정상화를 위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이사 해임과 선임권, 초·중등교장의 중임 횟수 제한’ 등을 담은 사학법 조항에 반발해 위헌소송을 제기한 지 6년 만에 나온 판단이다. 2007년 4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에 참석했던 목사와 신도들이 국회 앞까지 행진하다 경찰 통제선을 벗어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6년만에 내린 '사학법 모두 합헌' 결정2007년 10월에 제기된 위헌 소송에 대해서 헌재는 무려 6년이 지나서야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현행 헌재법에 의하면 위헌 소송이 제기된 사건에 대해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한다. 물론 180일이라는 규정은 강제규정이 아니라 훈시규정이다. 그러나 헌법의 마지막 보루라는 헌재가 그 기한을 무려 12배를 넘기면서까지 결정을 미뤘다. 헌재가 얼마나 큰 정치적 부담을 느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학법인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집단적으로 반발한 개정 사학법의 대표적인 조항들은 ▲ 이사 정수의 4분의1 개방이사제과 개방감사 임명 ▲사학분쟁조정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 설치와 구성 ▲초·중학교장의 임기와 중임 1회 제한 ▲이사장 및 그 배우자 등 친인척의 학교장 취임 제한 등 10개가 훨씬 넘는다. | 헌법재판소는 6년을 끌었던 사학법 헌법소원과 관련 심판 청구 내용에 대해 모두 '합헌'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박근혜 , 새누리당, 사학법인들이 줄기차게 제기하였던 사학법 위헌논쟁은 종지부를 찍었다 오마이 ⓒ김행수. | |
그런데 헌재는 이 많은 청구 조항 중에서 단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고 모두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개방이사제나 친인척 학교장 임명 제한, 대학평의원회 등이 사학의 재산권이나 운영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사학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재고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각 조항에 대해서 조목조목 이 조항들이 합헌인 이유를 설명하면서 사학법인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개방형 이사제는 "사립학교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고 학교구성원에게 학교운영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사학의 자유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히며 압도적으로 합헌 의견을 밝혔다. 개방이사제와 더불어 사학법인들이 가장 크게 반발했던 조항 중 하나였던 이사장 및 배우자, 그 직계친인척에 대해 학교장 취임 제한 규정에 대해서도 헌재는 "학교의 족벌운영을 방지함으로써 학교의 자주성을 보호하고 사학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 재고를 위한 것으로 사학운영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일부 대법관들이 개방이사제와 학교장 임명 제한 규정 등에 대해서 사학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는 했지만 모두 소수 의견에 그쳤다. 현재의 헌법재판관들은 모두 이명박 또는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인물들이다. 보수 일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헌재마저도 사학법의 모든 조항이 합헌이라고 선언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사학법인들과 보수세력들은 또 한 번 큰 망신을 당했다. 헌재 재판관마저 종북세력이라는 비판이 또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박근혜,새누리 국민 앞에 석고대해야2005년 12월 16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등이 사학법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개정 사학법 위헌 소송의 담당 변호사들을 보면 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망신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이 사건의 담당 변호사는 이석연, 이두아, 강훈, 이헌 변호사 등이다. 대표 변호사였던 이석연은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인물이며, 이두아 변호사는 이명박 후보의 인권특보를 지낸 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다. 강훈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시절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바른'의 대표 변호사이며, 이헌 변호사 역시 이명박 정부에서 급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보수 성향의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시변) 대표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사학법을 고리로 전교조를 좌파세력이라고 비난하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공격했던 박근혜, 새누리의 석고대죄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를 거치는 동안, 16대와 17대 국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쟁점 법안 중의 하나가 사학법이었다. 국민들의 지탄의 대상이던 사학비리 척결과 족벌경영을 막아서 공교육을 정상화시킨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사학법 개정 요구에 한나라당(대표 박근혜)과 사학들은 "사유재산권 침해이자 전교조의 사학 탈취 음모이며, 더 나아가 사회주의 하자는 것"이라며 색깔론까지 들먹이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2005년 12월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등이 손을 잡고 직권상정을 통하여 사학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박근혜 대표가 선두에 서서 한나라당은 국회를 보이콧하고 장외투쟁을 펼쳤다. 이명박 서울시장까지 가세해 서울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야간집회를 하고, 전국에서 거리집회를 진행했다. 한나라당의 조직적인 장외투쟁과 사학법인들의 보이콧, 보수단체들이 결합한 반발로 결국 2007년 일부 조항들이 후퇴한 채로 사학법이 재개정됐다.
그러나, 재개정된 사학법에 대해서도 사학법인들은 "개정 사학법은 개인 재산으로 설립된 사립학교의 재산권과 평등권, 운영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소송의 주체는 선덕학원, 우암학원 등 사립학교 법인과 설립자들이었지만 사실상 한나라당이 주도한 소송이었다.
헌재의 이번 사학법 합헌 결정으로 누가 교육계를 혼란에 빠뜨렸는지 분명해졌다. 위헌도 아닌 것을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전교조와 노무현 대통령에게 색깔론을 덧씌우며 부패사학들을 편들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바로 위헌세력임이 드러난 것이다. 그간 교육계의 대립과 혼란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쪽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그리고 사학법인과 보수단체들이라는 의미다.
최소한의 정치 도의를 아는 정치인이라면 박근혜 대통령부터 새누리당 대표, 국회의원들까지, 그리고 최소한의 교육적 양심을 가진 교육자라면 사학법인 대표들부터 족벌 교장들이 함께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것이 마땅하다.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민주당, '박근혜의 오만' '반대했던 '사학법 합헌' 결정처럼 끝날 것'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사학재단의 부패를 방지하고,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두 조항을 도입했을 때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이명박과 손을 잡고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다. 결국 2007년에는 한나라당의 장외투쟁 끝에 사학법이 다시 개정되면서 누더기가 됐다. 한나라당과 사학들은 이것도 성에 안 차 헌법소원을 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사학을 평가하면 족벌,세습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박근혜 대통령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민주사회에서 ‘절대 강자’란 있을 수 없다. 권력의 힘으로 잠시 눌러 이긴 듯 보일지 모르지만 모든 순리는 사필귀정이다. 박근혜,새누리당은 이번 헌재 결정을 계기로 성찰이 있길 바란다.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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