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조한강설(獨釣寒江雪)
눈 내리는 차가운 강에서 홀로 낚시를 한다는 뜻으로, 산수화 같은 풍경을 일컫는 말이다.
獨 : 홀로 독(犭/13)
釣 : 낚을 조(金/3)
寒 : 찰 한(宀/9)
江 : 강 강(氵/3)
雪 : 눈 설(雨/3)
자연을 묘사하여 마치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빼어난 시가 있다. 산수를 유람하며 자연 속의 아름다운 정경을 노래하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시인의 심경을 산수자연시(山水自然詩) 들이다.
중국 동진(東晉)의 전원시인 도연명(陶淵明) 때에 싹이 트고 당(唐)나라에서 꽃을 피운 자연시파는 왕유(王維)나 맹호연(孟浩然) 등에서 절정을 이뤘다.
무려 4만 8900 수의 전당시(全唐詩)를 남긴 시의 시대 당에선 물론 산수전원만을 노래한 것이 아니고 다양한 주제가 있지만 그림을 그리는 듯한 자연시에서 더욱 이끄는 맛이 있다.
자연시의 전통을 잇는 왕맹위류(王孟韋柳)란 말도 있는데 뒤 세대의 위응물(韋應物)과 유종원(柳宗元)을 포함한 것이다.
차고 시린 눈이 산이고 들이고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다. 눈 덮인 추운 강가에서 홀로 낚시를 하는 노인이 있다. 이 장면을 그린 잘 알려진 시가 유종원의 '강설(江雪)'이다.
千山鳥飛絶, 萬徑人蹤滅.
온 산엔 새들도 자취 끊겨 고요하고, 모든 길엔 사람의 행적도 사라졌네.
孤舟簑笠翁, 獨釣寒江雪.
외로운 조각배에 도롱이 삿갓 쓴 늙은이, 눈 내리는 차가운 강에서 낚시질 하는구나.
천산(千山)은 물론 굽이진 산이고, 逕은 지름길 경, 徑(경)과 같다. 蹤은 발자취 종, 簑는 도롱이 사, 짚이나 띠 따위로 엮어 허리나 어깨에 걸쳐 두르는 옛날 농부의 비옷을 말한다.
오언절구의 제일 처음 구절 천산조비절(千山鳥飛絶)을 소개하면서 나왔듯 이렇게 이미지가 바로 뜨는 멋진 산수화의 작가 유종원은 한유(韓愈)와 함께 고문(古文)운동을 일으켜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에 함께 들어가며 한류(韓柳)로 불린다.
하지만 혁신정치 집단에 참여했다가 지방으로 좌천되어 오랫동안 변경생활을 하며 울분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욕망과 번뇌에 가득 찬 속세를 초월하여 대자연에 은거한 낚시꾼 늙은이는 외로운 배와 도롱이와 삿갓을 씌워 유종원 자신을 나타낸다.
차가운 눈을 맞으면서 무심히 강에 낚싯대를 드리운 늙은이의 모습에서 중앙에서 밀려난 정치적 실의와 고독감을 이겨내려는 정신력도 나타내고 있다.
번잡한 사회에서 은퇴하여 초야에 묻히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꿈꿀만한 내용이다. 이런 풍광을 그리면서 도저히 재주가 못 미친다고 자탄하는 조선 중기의 명신 신흠(申欽)의 멋진 시도 함께 보자.
塡壑埋山極目同, 瓊瑤世界水晶宮.
골 메우고 산을 덮어 눈 닿는 덴 모두 같아, 온 세계는 구슬이요 집들은 수정궁궐.
人間畵史知無數, 難寫陰陽變化功.
인간 세상 화가들이 무수히 많겠지만, 음양의 조화만은 그리기가 어렵다네.
백설이 덮인 천지는 감상만으로 족하다.
⏹ 독조한강설(獨釣寒江雪)
은둔하며 사는 낚시꾼의 삶을 말하는 것으로 당대의 오언절구의 절창으로 꼽히는 유종원(柳宗元)의 '강설(江雪)'이란 작품에 나온다.
千山鳥飛絶, 萬徑人踪滅.
온 산에 새 날지 않고, 온 길에 사람 발자취 없는데.
孤舟사笠翁, 獨釣寒江雪.
외로운 배엔 도롱이에 삿갓 쓴 노인, 홀로 낚시질하는데 차가운 강엔 눈이 내린다
이 시를 읽으면 쪽배에 도롱이 입고 삿갓 쓴 늙은이가 눈 내리는 가운데 낚시질하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을 펼쳐 놓은 듯 떠오른다.
'온 산(千山)'과 '온 길(萬徑)'로 광활한 정경이 펼쳐지지만, 이 시어들은 '외로운 배(孤舟)'와 '홀로 낚시질한다(獨釣)'는 것과 대비되어 고독을 유발하며, '절(絶)'과 '멸(滅)'은 세상의 절대적 고요와 평화를 체감하게 한다.
전반부가 정적으로 초연하고 고고한 경지를 느끼게 해주었다면, 후반부는 눈과 노인을 등장시켜 동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노인의 주변은 눈으로 뒤덮였고, 산도 길도 새하얗다. '눈(雪)'은 순결과 탈속한 경지를 암시하며, '차가운(寒)'은 정치적 고뇌와 갈등을 거듭해 왔던 작자 내면의 고독을 의미한다.
'한강설(寒江雪)'은 이 시의 화룡점정이다. 그리고 온갖 세상의 풍파를 겪어온 작자의 마음이 바로 '독조(獨釣)'라는 시어에 오롯이 녹아 있다.
이는 유종원이 총명한 어린 시절을 거쳐 나이 서른에 감찰어사(監察御史)가 되었고, 정치 개혁에도 적극 가담하였다가 실패하여 영주사마(永州司馬)로 귀양 갔다가 다시 유주자사(柳州刺史)로 옮기는 등 부침이 심한 삶을 살았던 것과 관련된다.
치열한 삶을 보낸 회한이 이 시에 녹아들어 있는 듯하다. 낚시질하는 노인으로 표상되는 시인은 세상의 속됨을 벗어나 그저 늘 변함없는 자연과 동화되고자 한다. 담담하고 그윽하며 청아한 모습으로 말이다.
▶️ 獨(홀로 독)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개사슴록변(犭=犬; 개)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蜀(촉, 독)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蜀(촉, 독)과 개(犬)는 모이면 싸우므로 한 마리씩 떼어 놓은 데서 홀로를 뜻한다. ❷형성문자로 獨자는 '홀로'나 '혼자', '외로운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獨자는 犬(개 견)자와 蜀(애벌레 촉)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蜀자는 나비의 애벌레를 그린 것으로 '애벌레'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런데 애벌레와 개의 조합이 왜 '홀로'나 '혼자'라는 뜻을 갖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해 개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지만, 의미가 명확히 전달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獨자에 쓰인 蜀자는 단순히 '촉, 독' 으로의 발음역할만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獨(독)은 (1)다른 말 위에 붙어서 혼자, 홀로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성(姓)의 하나 (3)독일(獨逸) 등의 뜻으로 ①홀로, 혼자 ②어찌 ③다만, 오직 ④장차(將次) ⑤어느 ⑥그 ⑦홀몸, 홀어미 ⑧외로운 사람 ⑨외발 사람, 월형(刖刑: 발꿈치를 베는 형벌)을 받은 사람 ⑩외롭다 ⑪전단(專斷)하다(혼자 마음대로 결정하고 단행하다), 독재(獨裁)하다 ⑫개가 싸우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홑 단(單), 외로울 고(孤)이다. 용례로는 남의 힘을 입지 않고 홀로 섬을 독립(獨立), 다른 것과 견줄 것이 없을 만큼 특별하게 다름을 독특(獨特), 혼자서 중얼거림을 독백(獨白), 혼자서 모두 가지거나 누리는 것을 독점(獨占), 남과 의논하지 아니하고 자기 혼자의 의견대로 결단함을 독단(獨斷), 모방하지 아니하고 자기 혼자 힘으로 처음으로 생각해 내거나 만들어 냄을 독창(獨創), 자기 혼자만이 옳다고 믿고 객관성을 생각지 아니하고 행동하는 일을 독선(獨善), 저 혼자 또는 자기의 한 몸을 독자(獨自), 혼자서 먹음 또는 이익을 독차지 함을 독식(獨食), 제 마음대로 쥐고 흔듦을 독천(獨擅), 외짝 다리나 하나 뿐인 다리를 독각(獨脚), 혼자서 거처하는 방을 독방(獨房), 혼자서 거처하는 방을 독실(獨室), 혼자서 노래함을 독창(獨唱), 혼자서 삶 또는 홀로 지냄을 독거(獨居), 형제 자매가 없는 사람 흔히 독자를 이름 또는 배우자가 없는 사람을 독신(獨身), 스승이 없이 또는 학교에 다니지 아니하고 혼자서 배움을 독학(獨學), 혼자서 추는 춤을 독무(獨舞), 단 하나 또는 단 한 사람을 단독(單獨), 오직 홀로를 유독(唯獨), 주위에 마음을 함께 할 사람이 없어 혼자 동떨어져 있음을 느끼는 상태를 고독(孤獨),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삼감을 독(愼獨),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혼자 하는 것을 독자적(獨自的),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따로 자립하려고 하는 성향이나 성질을 독립성(獨立性), 자기 혼자의 힘만으로 생각해 내거나 처음으로 만들어 내는 모양을 독창적(獨創的), 남에게 의존하지 아니하고 따로 제 힘으로 해 나가는 모양을 독립적(獨立的), 절대 권력을 가지고 독재 정치를 하는 사람을 독재자(獨裁者), 혼자서 찍은 사진을 독사진(獨寫眞), 남이 따를 수 없을 만큼 홀로 뛰는 모양을 독보적(獨步的), 남을 배척하고 혼자 독차지하고 있는 모양을 독점적(獨占的), 독자적으로 창조하거나 창안할 수 있는 재주나 능력을 독창력(獨創力), 혼자서는 장군을 못한다는 뜻으로 남의 의견을 무시하고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독불장군(獨不將軍), 빈방에서 혼자 잠이란 뜻으로 부부가 서로 별거하여 여자가 남편없이 혼자 지냄을 이르는 말을 독수공방(獨守空房), 홀로 푸르다는 뜻으로 홀로 높은 절개를 지켜 늘 변함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독야청청(獨也靑靑),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이 깨닫지 못하는 것을 깨닫는 총명을 일컫는 말을 독견지명(獨見之明), 외손뼉이 올랴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맞서는 이가 없으면 싸움이 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독장불명(獨掌不鳴), 혼자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듯이 반드시 상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독양불생(獨陽不生), 자기 혼자만의 판단으로 멋대로 행동함을 이르는 말을 독단전행(獨斷專行), 어지럽고 더러운 세상에서 다만 홀로 깨끗하고 정신이 맑음을 이르는 말을 독청독성(獨淸獨醒), 스승이 없이 혼자 배운 사람은 식견이 좁아 몹시 고루함을 이르는 말을 독학고루(獨學孤陋), 멀리 떨어진 낯선 고장에서 혼자 쓸슬히 지낸다는 뜻으로 의지할 곳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천애고독(天涯孤獨), 아들이 없는 집안의 외딸을 일컫는 말을 무남독녀(無男獨女), 남에게 의지하지 아니하고 자기 소신대로 나감을 이르는 말을 특립독행(特立獨行) 등에 쓰인다.
▶️ 釣(낚을 조/낚시 조)는 형성문자로 钓(조)는 간자(簡字), 鈟(조)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쇠 금(金; 광물, 금속, 날붙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勺(작, 조)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釣(조)는 ①낚다 ②낚시하다 ③유혹(誘惑)하다 ④탐(貪)하다 ⑤구(求)하다 ⑥낚시,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낚시를 조침(釣針), 낚싯대를 조간(釣竿), 낚싯줄을 조사(釣絲), 물고기의 새끼를 낚는다는 뜻으로 지방의 아전들이 백성들로부터 돈을 거두어 들이는 일을 이르는 말을 조곤(釣鯤), 낚시질하는 동지 낚시꾼을 조도(釣徒), 낚시질하는 노인을 조부(釣父), 낚싯배로 낚시로 고기잡이하는 데 쓰는 배를 조선(釣船), 물고기를 낚음을 조어(釣魚), 낚시터로 낚시질하는 곳을 조대(釣臺), 배를 저음을 조주(釣舟), 물건을 걸어 둘 수 있도록 작은 갈고리를 달아 매어 드리워 놓은 줄 또는 물고기를 낚을 때 미늘을 달아서 바다나 강물 속에 장치하는 줄을 조승(釣繩), 낚싯밥으로 낚시 끝에 꿰는 물고기의 먹이를 조이(釣餌), 낚시질을 하는 물가를 조저(釣渚), 거짓으로 명예를 탐하여 구함을 조명(釣名), 사원의 종루에 달아 놓은 큰 종을 조종(釣鐘), 조리로 쌀을 이는 데 쓰는 기구를 조래(釣乃), 물고기를 낚기 위하여 물 속에 낚시를 드리움을 수조(垂釣), 얼음이 풀린 뒤 처음으로 하는 낚시질을 시조(始釣), 고기를 낚음을 어조(魚釣), 임금의 은혜를 차지하여 벼슬을 얻으려고 꾀한다는 말을 조은매작(釣恩媒爵), 낚시질은 해도 그물질은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무슨 일에나 정도를 넘지 않는 훌륭한 인물의 태도를 이르는 말을 조이불강(釣而不綱), 꽃을 구경하고 고기를 낚음을 이르는 말을 상화조어(賞花釣魚), 바늘로 잉어를 낚는다는 말을 이침조리(以針釣鯉), 새우 미끼로 잉어를 낚는다는 뜻으로 적은 밑천으로 큰 이득을 얻는다는 말의 속담을 이하조리(以鰕釣鯉), 산에는 밭을 갈고 물에서는 물고기를 잡는 생활을 한다는 뜻으로 소박하고 속세에서 떠난 생활을 영위함을 이르는 말을 경산조수(耕山釣水) 등에 쓰인다.
▶️ 寒(찰 한)은 ❶회의문자로 집에서는 풀을 깔고 잘만큼이라는 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艸+艸(맹; 풀), 人(인)의 합자(合字), 춥고 밖에서는 얼음이라는 이수변(冫; 고드름, 얼음)部의 언다는 데서 춥다를 뜻한다. 집안에 풀을 깔고 사람이 누운 모양, 추위를 나타내며, 이수변(冫; 고드름, 얼음)部는 얼음으로 역시(亦是) 추위를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寒자는 ‘차다’나 ‘춥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寒자의 금문을 보면 宀자와 艹자, 人(사람 인)자, 冫(얼음 빙)자가 그려져 있었다. 특히 사람의 발이 크게 그려져 있고 그 아래로는 얼음이 있다. 발아래에 얼음을 그린 것은 집안이 매우 춥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이불도 없이 풀(艹)을 깔고 있으니 추위를 견디기가 어려운 모습이다. 해서에서는 모습이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寒자는 이렇게 변변한 이불도 없이 차가운 방 안에 있는 사람을 그린 것으로 ‘차다’나 ‘춥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寒(한)은 ①차다, 춥다 ②떨다 ③오싹하다 ④어렵다 ⑤가난하다, 쓸쓸하다 ⑥식히다 ⑦얼다 ⑧불에 굽다, 삶다 ⑨중지하다, 그만두다 ⑩침묵하다, 울지 않다 ⑪천하다, 지체(사회적 신분이나 지위)가 낮다 ⑫추위 ⑬절기(節氣)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로 찰 냉(冷), 서늘할 량(凉), 찰 름(凜)이 있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더울 서(暑), 따뜻할 난(暖)이 있다. 용례로는 정도에 너무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가엾고 딱함을 한심(寒心), 춥고 차가움을 한랭(寒冷), 겨울철에 기온이 급작스레 내려가는 현상을 한파(寒波), 추위를 느끼는 병을 한질(寒疾), 가난하고 지체가 변변하지 못함을 한미(寒微), 추위와 더위 또는 겨울과 여름을 한서(寒暑), 추위로 말미암아 받은 손해를 한해(寒害), 겨울철의 찬 기운을 한기(寒氣), 살갗에 느끼는 차가운 감각을 한각(寒覺), 찬 기운과 서늘한 기운을 한량(寒凉), 가난하나 깨끗함을 한소(寒素), 몸에 열이 나면서 오슬오슬 춥고 괴로운 증세를 오한(惡寒), 몹시 심한 추위를 혹한(酷寒), 추위를 막음을 방한(防寒), 지독한 심한 추위를 극한(極寒), 몹시 혹독한 추위를 열한(烈寒), 추위를 피하여 따뜻한 곳으로 옮김을 피한(避寒), 찬바람을 쐬어 생기는 오한을 객한(客寒), 모진 추위나 추위의 괴로움을 고한(苦寒), 배고픔과 추위를 기한(飢寒), 추위를 견딤을 내한(耐寒), 친족이 없이 고독하고 가난함을 단한(單寒), 찬 것이 오면 더운 것이 가고 더운 것이 오면 찬 것이 감을 한래서왕(寒來暑往),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가까운 사이의 한쪽이 망하면 다른 한쪽도 그 영향을 받아 온전하기 어려움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순망치한(脣亡齒寒), 빈한함이 뼈에까지 스민다는 뜻으로 매우 가난함을 일컫는 말을 빈한도골(貧寒到骨),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하면 건강에 좋음을 이르는 말을 두한족열(頭寒足熱), 외로이 자는 방안의 쓸쓸한 등불이라는 뜻으로 외롭고 쓸쓸한 잠자리를 이르는 말을 고침한등(孤枕寒燈), 봄 추위와 노인의 건강이라는 뜻으로 모든 사물이 오래가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춘한노건(春寒老健) 등에 쓰인다.
▶️ 江(강 강)은 ❶형성문자로 冮(강)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工(공, 강; 크다)으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江자는 '강'이나 '양쯔강'을 뜻하는 글자로, 水(물 수)자와 工(장인 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工자는 땅을 단단하게 다지던 도구인 '달구'를 그린 것이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범람하는 강을 다스리기 위해 둑을 쌓는 치수(治水) 사업을 했었다. 그러니 江자에 쓰인 工자는 흙을 높이 쌓아 물을 다스린다는 뜻으로 쓰인 것이라 할 수 있다. 江자는 본래 양쯔강으로도 불리는 중국의 장강(長江)을 지칭하던 글자였다. 예를 들면 중국 상서(尙書)에서는 민산도강(岷山導江)이라 하여 민산(岷山)에서부터 양쯔강(江)까지 물길을 잘 다스렸던 우 임금의 업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江자는 '양쯔강'을 이르던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江자는 큰 하류를 통칭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江(강)은 ①강, 큰 내 ②양자강(揚子江) ③나라의 이름 ④별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내 천(川), 물 하(河), 바다 해(海), 시내 계(溪), 물 수(水),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메 산(山), 큰산 악(岳)이다. 용례로는 강과 산을 강산(江山), 강의 남쪽을 강남(江南), 강의 북쪽을 강북(江北),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강풍(江風), 강물이 흐르는 가에 닿는 땅을 강변(江邊), 강물의 흐름을 강류(江流), 강에서 나는 모래를 강사(江沙), 강 기슭을 강안(江岸), 물 줄기가 길고 큰 강을 장강(長江), 강물에 던짐을 투강(投江),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 있음을 격강(隔江), 강물을 건넘을 도강(渡江), 가까운 곳에 있는 강을 근강(近江), 큰 물이 넘치는 것을 막거나 물을 저장하려고 돌이나 흙 따위로 막아 쌓은 언덕을 방강(防江), 맑게 흐르는 강을 청강(淸江), 세상을 피하여 자연을 벗삼아 한가로이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강호지인(江湖之人), 자연을 벗삼아 누리는 즐거움을 이르는 말을 강호지락(江湖之樂),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며 사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강호산인(江湖散人), 학문이 두각을 나타낸 후 퇴보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강랑재진(江郞才盡), 강이나 호수 위에 안개처럼 보얗게 이는 잔물결 또는 산수의 좋은 경치를 일컫는 말을 강호연파(江湖煙波), 강산은 늙지 않고 영구 불변이라는 뜻으로 불로장생을 비는 말을 강산불로(江山不老), 강과 산 그리고 바람과 달이라는 뜻으로 자연의 경치를 일컫는 말을 강산풍월(江山風月), 강산의 도움이란 뜻으로 산수의 풍경이 사람의 시정을 도와 좋은 작품을 만들게 함을 이르는 말을 강산지조(江山之助), 조선시대에 속세를 떠나 자연을 벗하여 지내면서 일어난 시가 생활의 경향을 일컫는 말을 강호가도(江湖歌道) 등에 쓰인다.
▶️ 雪(눈 설)은 ❶회의문자로 비(雨)가 하늘에서 얼어 내리는 하얀 눈을 빗자루(부수를 제외한 글자)로 쓴다는 뜻을 합(合)한 글자로 눈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雪자는 '눈'이나 '흰색', '고결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雪자는 雨(비 우)자와 彗(비 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彗자는 손에 빗자루를 쥐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빗자루'나 '쓸다'는 뜻이 있다. 雪자의 금문을 보면 雨자 아래로 彗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내린 눈을 빗자루로 쓰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눈을 표현하기 위해 재미있는 방법이 적용되었다. 그래서 본래 彗자가 적용된 䨮(눈 설)자가 쓰여야 하지만 편의상 획을 줄인 雪자가 '눈'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이외에도 雪자는 하얀 눈에서 착안 된 '고결하다'나 '씻어 버리다'는 뜻도 파생되어 있다. 그래서 雪(눈)은 ①눈(땅 위로 떨어지는 얼음의 결정체) ②흰색 ③흰것의 비유 ④눈이 내리다 ⑤희다 ⑥고결하다 ⑦씻다 ⑧표명하다(의사나 태도를 분명하게 드러내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눈이 내리는 경치 또는 눈이 쌓인 경치를 설경(雪景), 눈이 쌓인 산을 설산(雪山), 눈이 내리는 밤을 설야(雪夜), 눈이 뒤덮여 있는 벌판을 설원(雪原), 눈이 많이 내림으로 인하여서 받는 피해를 설해(雪害), 굵게 엉겨 꽃송이 같이 보이는 눈을 설화(雪花), 상대를 이김으로써 지난번 패배의 부끄러움을 씻고 명예를 되찾는 것을 설욕(雪辱), 부끄러움을 씻음을 설치(雪恥), 맛이 달고 물에 잘 녹는 무색의 결정을 설탕(雪糖), 세차게 내리는 눈을 강설(强雪), 많이 오는 눈을 대설(大雪), 적게 오는 눈을 소설(小雪), 많이 오는 눈을 장설(壯雪), 갑자기 많이 내리는 눈을 폭설(暴雪), 고생하면서도 부지런하고 꾸준하게 학문을 닦음을 가리키는 말을 형설(螢雪), 얼음과 눈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본디부터 타고난 마음씨가 결백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빙설(氷雪), 봄철에 오는 눈을 춘설(春雪), 부끄러움 따위를 씻어 버림을 세설(洗雪), 눈 위에 또 서리가 내린다는 뜻으로 어려운 일이 겹침을 이름 또는 환난이 거듭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설상가상(雪上加霜), 눈처럼 흰 살결과 꽃처럼 고운 얼굴이란 뜻으로 미인의 용모를 일컫는 말을 설부화용(雪膚花容), 기러기가 눈이 녹은 진창 위에 남긴 발톱 자국이라는 뜻으로 얼마 안 가서 그 자국이 지워지고 또 기러기가 날아간 방향을 알 수 없다는 데서 흔적이 남지 않거나 간 곳을 모른다는 말을 설니홍조(雪泥鴻爪), 매화를 달리 이르는 말을 설중군자(雪中君子), 눈 속의 송백이라는 뜻으로 소나무와 잣나무는 눈 속에서도 그 색이 변치 않는다 하여 절조가 굳은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설중송백(雪中松柏), 눈 속에 있는 사람에게 땔감을 보내준다는 뜻으로 급히 필요할 때 필요한 도움을 줌을 이르는 말을 설중송탄(雪中送炭), 반딧불과 눈빛으로 이룬 공이라는 뜻으로 가난을 이겨내며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하여 이룬 공을 일컫는 말을 형설지공(螢雪之功), 눈 빛에 비쳐 책을 읽는다는 뜻으로 가난을 무릅쓰고 학문함을 이르는 말을 영설독서(映雪讀書), 얼음이 얼고 찬 눈이 내린다는 뜻으로 심한 추위를 이르는 말을 동빙한설(凍氷寒雪), 정씨 문 앞에 서서 눈을 맞는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을 존경함을 이르는 말을 정문입설(程門立雪)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