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랜드가 승격하는방법
[조광래 감독과 딥토크2] "조광래 유치원, 자랑스럽다" 2010. 5. 3
[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조광래 감독이 이끌고 있는 경남FC는 올 시즌 K리그 서열 파괴의 주범으로 불리고 있다. 선수단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K리그를 통틀어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으면서도 내로라하는 강호들을 연파하며 1위 자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어서다. 투자와 성적이 대체적으로 비례하는 프로의 세계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결과이기도 하다.
◇프로의 법칙을 허물다
경남의 질주에 대한 조 감독의 평가를 들어봤다. 별도의 설명보다는 감독 자신의 말을 그대로 전달하는 편이 더욱 효과적일 것 같아 가감 없이 인용한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설명하는 조 감독의 얼굴은 무척 밝았다. 그리고 표정과 제스처에서는 강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우리 팀이 K리그 중간 선두라는 사실이 기쁘긴 하지만, 전체를 봤을 때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해. 많은 투자를 하고 좋은 환경을 갖춘 팀, 좋은 선수를 많이 확보한 팀이 뛰어난 성적을 내는 것이 당연하니까. 그런데, 경남이 잘 하는 건 두 가지 면에서 의미도 있을 것 같아. 우선 축구팬들은 이런 상황을 통해서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거라고 믿어. 약자가 역경을 딛고 강자에게 승리하는 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인기 스토리잖아. 그리고 ……."
잠깐 말을 끊고 물 한 잔을 들이킨 조 감독은 차분히 설명을 이어나갔다."다른 한편으로는, 돈 많은 구단들이 경남의 활약을 보면서 경각심을 느꼈으면 해. 아무리 많은 돈을 쓰더라도 길게 보지 않는 투자는 오래 가지 못해.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갖고 멀리 보면서 가야지. 당장 성적이 좋고 인기가 있다고 해서 주어진 현상에 만족하면 안 돼. 단순히 돈을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하다는 이야기지."
◇왜 늘 유치원인가
올 시즌 경남 선수단은 '조광래 유치원'이라는 재미난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주전급 멤버 중 상당수가 프로1년차와 2년차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까닭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조광래 유치원'이 조 감독이 경남에 부임한 2008시즌부터 문을 연 것은 아니다. 조광래 감독이 FC서울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시절에도 유망주 발굴과 육성을 담당하는 '유치원'은 변함 없이 가동됐다. 볼튼원더러스에서 뛰고 있는 이청용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청용은 조 감독이 서울 사령탑에 올라 있던 지난 2004년 도봉중을 중퇴하며 FC서울에 입단했고, 이후 프리미어리거로 성장했다. 구단의 경제적 상황과 상관 없이 '될 성 부른 떡잎'을 찾는 조 감독의 노력은 꾸준히 지속해 왔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한 조 감독의 설명 요지는 간결했다. "미래를 내다봐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프로팀에게 우승은 지상 목표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선 곤란해. 팬들에게 꾸준히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지. 어린 유망주들을 발굴한 뒤에 그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실력과 인기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야. 나는 그런 쪽에서 책임감을 느꼈던 거지. 서울 시절에 다른 구단이 대학생 뽑을 때 나는 중학생을 뽑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지. 처음에 중학생을 프로에 입문시킨다고 할 땐 '엉뚱한 쇼 한다'는 비난도 많이 받았어. 하지만 구단의 미래는 결국 유소년이야. 지금부터라도 K리그가 마인드를 바꿀 필요가 있어. (이)청용이 보다 더 좋은 선수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니까."
◇'조광래 유치원'에 가입하려면
관련해 한 가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 있다. 조광래 감독은 과연 어떤 기준에 따라 선수를 뽑을까. 도대체 무엇을 보고 선발하기에 데려오는 선수마다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리는 것일까. 경남을 통해 K리그에 진출하고자 하는 축구선수들에겐 일종의 '천기누설'이 될 수도 있겠다.
"두 가지를 봐. 일단, 그 선수만의 확실한 특징이 있어야 해. 특징은 곧 무기야. 프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특징을 갖췄다면 일단 'OK'지. 그리고 영리한 선수가 좋아. 머리가 따라주지 않으면 시간을 두고 투자해도 성장이 더뎌. 신체조건은 컨디션을 끌어올려서 만회할 수 있고 기술적인 부분은 향상시킬 수 있지만, 순간적인 대처 능력 같은 건 타고나야 돼. 특히나 요즘 축구가 빠른 템포 위주로 흐르는 추세잖아. 이런 상황 속에서는 '축구 지능'이 점점 더 중요해질 거야."
말을 마친 조 감독은 "내년부터 경남 2군을 어린 선수 위주로 육성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현재 경남 구단 지정 유소년팀인 진주고의 경우, 경남FC의 미래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선수 선발 과정에 내가 직접 관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광래 유치원'이 더욱 전문적으로, 그리고 더욱 효율적으로 거듭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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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열린 K-리그 23라운드의 스포트라이트는 치열한 승부와 핸드볼 판정 논쟁이 벌어진 FC 서울과 전북 현대의 맞대결, 무려 여덟 골을 터트리며 K-리그 역사에 새 장을 연 포항 스틸러스가 가져갔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관심을 받았어야 할 팀은 4연승에 성공한 경남FC였다.
올 시즌 강릉, 춘천 등 홈구장을 '원정팀의 무덤'으로 만들며 돌풍을 일으키던 K-리그 막내 강원FC와 그들의 홈 팬들에게 처음으로 0-4 패배라는 치욕을 안겨 준 경남의 경기력은 완벽함 그 자체였다. 김동찬의 감각적인 선제골을 시작으로 신인 이훈과 이용래가 릴레이 골을 터트렸다. 추가 시간 김동찬의 힐 패스에 이은 인디오의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마무리 된 네 번째 골은 현재 경남의 조직력과 자신감이 어느 수준에 도달해 있는 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 위대한 도전 혹은 위험한 도박, 조광래의 리빌딩
불과 한달 전만 해도 경남의 이런 성공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조광래 감독 자신마저도 2010년을 목표로 팀을 리빌딩 하는 만큼 올 시즌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공언한 상태였다. 예상보다 빠른 경남의 성공은 프로 1, 2년 차 신예들의 급성장에서 기인한다. 그들의 잠재적 가능성이 잇단 승리로 자신감이라는 추진제를 만나 조기에 폭발한 것이다.
경남의 돌풍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시작된 조광래 감독의 결단을 알아 볼 필요가 있다. 박항서 감독에 이어 경남의 2대 감독으로 부임한 조광래 감독은 지난 시즌 김진용, 산토스, 박종우, 김근철, 김효일, 김성길 등 전임 감독이 남기고 간 유산들을 활용해 막판까지 치열한 6강 싸움을 펼쳤다. 비록 정규리그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아쉽게 실패했지만 FA컵에서 준우승을 거두며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하지만 조 감독은 시즌이 끝난 뒤 경쟁력 있는 유산을 스스로 청산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김동찬, 인디오, 이상홍, 서상민을 제외하곤 2008시즌의 주전 대부분을 내보냈다. 이적이 되지 않은 선수들에게도 팀을 알아보라고 통보했다. 이런 조광래 감독의 선택에 축구 관계자부터 언론, 팬에 이르기까지 무모한 도전 혹은 위험한 도박이라는 우려가 대다수였다. 올 시즌 개막 후 11경기 연속 승리를 쌓지 못하고 하위권에서 맴돌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조광래 감독을 비판하는 이도 많아졌다.
▲ 도민 구단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조광래 감독의 위험했던 선택은 경남FC가 갖고 있는 도민 구단으로서의 한계에서 출발했다. 지난 연말 경남은 주요 스폰서 중 하나인 두산 중공업으로부터 후원 중단 통보를 받았다. 경남에게 인건비 절감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고 고액 연봉자를 줄이는 대신 드래프트에서 가능성 있는 선수를 대거 선발하는 방식으로 팀 스쿼드를 완전히 갈았다.
지난해 말 경남이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한 선수는 총 17명이다. 1라운드부터 6라운드까지 모두 지명권을 행사했고 번외 지명으로 11명을 선발했다. 올 시즌 경남의 선수단 40명 중 43%에 해당하는 수치다. 나머지 선수들 중 대부분도 프로 2, 3년 차에 불과하다. 현재 경남에서 K-리그 100경기 이상을 뛴 선수는 김병지, 이상홍, 박재홍, 김동현 네 명뿐이다. 그나마도 김동현과 박재홍은 시즌 대부분을 2군에서 머물고 있다.
프로 무대에서 승부를 가르는 데 절대적 역할을 하는 경험을 포기한 조광래 감독은 1, 2년 차 햇병아리 선수들을 데리고 경기에 나섰다. 전반기에 경남은 경험에서 타 팀과 너무 큰 격차를 보였고 좋은 경기를 하고도 승부를 가리는 상황에서 번번이 실패하며 2승 8무 4패를 기록했다. 믿었던 김동찬과 인디오마저 동반 부진에 빠지며 조광래 감독의 도전은 그냥 실패한 도박으로 끝나는 듯 했다.
▲ 조광래 유치원이 간다
그랬던 경남의 운명을 바꾼 것은 20라운드 부산전과 21라운드 인천전 승리였다. 특히 인천전에서는 추가 시간에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곧바로 김동찬이 '버저 비터 골'을 터트리며 극적인 승리를 만들었다. 숨막히는 순간에 포기하지 않고 거둔 승리는 선수들에게 '이길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팀의 최후방을 사수하는 베테랑 김병지는 "동생들이 위기를 스스로 극복해내며 절대 지지 않는다라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라며 팀 상승세의 요인을 설명했다. 이어진 전남과의 홈 경기에서는 김병지의 페널티킥 선방과 상대 측면 배후를 공략하는 전술로 4-1로 대승을 거뒀고 그 여파는 강원전까지 이어졌다.
2000년대 초반 분데스리가의 슈투트가르트는 '마가트 유치원'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었다. 중소 클럽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펠릭스 마가트 감독은 검증된 선수가 아닌 알렉산더 흘렙, 필립 람, 케빈 쿠라니, 안드레아스 힝켈, 티모 힐데브란트 등 갓 스물을 넘은 선수들을 발굴해 슈투트가르트에게 리그 준우승을 안긴 바 있다. 스타를 불러들일 돈이 없는 도민구단 경남 역시 결국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었고 조광래 감독은 김동찬, 김영우 이훈, 이용래, 김주영, 김종수, 박민, 안상현 등의 원생으로 자신만의 유치원을 만들어냈다.
마치 대나무 밭에서 죽순이 자라듯 매일 매일 쑥쑥 올라가는 어린 선수들의 기량을 바라보는 조광래 감독은 2010년 내려고 했던 승부를 보다 앞당길지도 모른다. 리그 14위에서 8위로 뛰어오른 경남의 연승 행진과 조광래 감독의 도전이 어디까지 갈지는 이제 아무도 알 수 없는 미증유의 상승세로 번지고 있다.
글=스포탈코리아 서호정
사진 제공=경남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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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유치원 방식 벤치마킹 하는수는밖에없음
. 경남에게 인건비 절감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고 고액 연봉자를 줄이는 대신 드래프트에서 가능성 있는 선수를 대거 선발하는 방식으로 팀 스쿼드를 완전히 갈았다.
첫댓글 서울 이랜드 ㅜ 인기가 많이 처참한.. 저랬으면 서울더비 진짜 쩔텐대
돈쓰기어려우면 조광래유치원처럼
가능성있는유망주로 팀갈아없고
경험치 먹으면 무조건k리그로
올라옴
모멘텀이 필요하다봅니다. 투자를 새로받던, 인수가 되던 아님 혁신적인 운영체제가 되던 개혁이 필요해보여요
솔직히 제일 큰 문제는 자금력이 창단때보다 많이 줄었다는거 같습니다.
@Be FEARLESS 자금력은 상관없는게 대구fc시민구단인데도
조광래대구fc이사된후 경남조광래유치원
그방식 그대로 대구fc에 인식시켜서
대구1부리그 중상위권팀됨 이랜드가
그래도 기업구단인데 시민구단보다
예산을 많이 쓰겠죠
@dqwdqd 그 대구가 어려움을 겪은게 바로 신구장이었고 어렵게 시의 지원을 받아서 구장 리모델링에 성공한게 가장 크죠 사실
서울 남부를 연고로 한 이상 천정부지의 부동산값이 구장 부지를 정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것이고 잠실 홈구장 선정도 상징성으론 좋았으나 결국 맞지 않는 옷이었다는게 지금의 시각이죠
예산은 '과거에는' 대구 수준으로 쓴게 맞을겁니다. 그러고 승격을 못해서 점점 예산을 줄여가고있는 실정이구요.... 기업구단이지만 이랜드는 소비재 위주 그룹이라 경기를 많이 탑니다. 그래서 축구단 지원의 규모가 덩달아 왔다갔다해요
어찌보면 대구 정도의 몇백만 광역시의 지원금이 훨씬 안정적인 재원이 될수도 있습니다. 서울시는 그닥 이랜드 구단에 관심이 없기도 하구요
창단시기에 포부랑 그런게좋아서 응원 세컨팀이었는데.. 마케팅도 공격적이었고 창단감독을 외인감독으로.. 지금은 한번 변화가 필요함 아무의욕 없어보임
모기업이 어려운 상황이라 힘쓰기 어려울겁니다
창단 당시만해도 큰 문제는 아니았는데
팀내 연봉을 많이 줄인 이유가 어린선수들 키워서 3년뒤 승격이 목표인거 였는데 감독 선수 기용이나 임대보면 그건 아닌거 같고 방향성이 뭔지 이제는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