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사성어 중에 '호사다마(好事多魔)' 라는 글귀를 커다랗게 적은 현판을 본 적이 있다.
좋은 일에는 탈이 많다 라는 뜻으로 좋은 일에는 방해가 많거나 좋은 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풍파를 겪어야 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호사다마라는 글귀를 보다가 문득 한 선수가 생각났다.
한때 대한민국이 낳은 천재 공격수로, 숱한 대한민국의 위기를 탈출 시킨 장본인이며, 프랑스에서도 명성이 자자했던 그런 공격수, 그러나 현재는 기회를 얻지 못해 리저브 경기에 출장하며, 근근히 모습을 내보이는 선수. 그렇다. 바로 박주영이다.
[대한민국 부동의 탑 공격수는, 현재 침로를 겪고 있다.]
2011년 8월, 이적시장 마감일 즈음에 일어난 런던발 이적 소식은 대한민국 축구계 뿐만 아닌,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든 일종의 사건이었다.
AS모나코에서 부동의 공격수로 맹활약한 박주영이 릴과의 입단협상 도중, 런던으로 건너가 아스날과의 계약에 합의를 한 것이다. 일종의 '하이재킹' 사건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당한 8-2 참패 이후, 아스날의 공격적인 영입행보에 박주영이 리스트에 포함 된 것이다.
이 당시 박주영과 함께 이적시장 막판 아스날에 둥지를 튼 선수는, 미켈 아르테타(前 에버튼 MF), 요시 베나윤(前 첼시 MF, 임대), 페어 메르테사커(前 베르더 브레멘 DF), 안드레 산토스(前 페네르바체 DF)등 총 5명이다.
이 전 시즌까지 아스날의 살림꾼 역할을 도맡아 하던 사미르 나스리와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이탈로 인해 현저히 약해진 스쿼드를 보유한 아스날은 특히 8-2 맨유전 대 참사 이후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조차 이것이 과연 실리적인 영입인가에 대해서 많은 의문 요소를 낳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시즌 아스날이 영입한 자원들 가운데 현재 중용해서 쓰이고 있는 선수들은 알렉스-옥슬레이드 챔벌레인, 미켈 아르테타, 페어 메르테사커, 제르비뉴 총 4명으로 압축할 수 있다. 산토스는 몇경기 출장 후 부상으로 신음했으며, 베나윤은 확실한 믿음감을 심어주지 못했고, 캠벨과 젠킨슨은 아직 미완의 대기일 뿐이다. 허나 이들 보다 더욱 상황이 좋지 않은 선수가 있으니 그가 바로 지금부터 우리가 얘기해 볼 대한민국의 스트라이커 박주영이다.
현재까지 박주영이 뛴 경기는 총 4경기다. (리저브 경기 제외)
데뷔전이었던 슈루즈베리전, 볼튼전, 마르세유전, 그리고 마지막 맨유전이다.
이들 가운데 제대로 된 활약상을 볼 수 있었던 경기는 오직 볼튼전 뿐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이상하게 생각해 볼 상황이다. 이제 시즌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가는 중에 4경기 밖에 기회를 받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축구라는 운동은 꾸준히 기회를 받으며 출장해야 경기력 유지가 가능하고 또한 그 경기력을 실제 경기에서 보여주는 운동 중 하나다. 이 수준 정도까지 기회를 못받았다는 것은 이미 아르센 벵거 감독의 의중에선 박주영이 빠져있다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필자 개인적으로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경기. 이런 스코어에서조차 박주영은 선택 받지 못했다.]
현재 박주영은 위기의 연속이다. 소속팀에서 기회조차 받지 못해 경기력은 떨어질대로 떨어져 있는 상태임에도,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더군다나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때문에 차출되었던 세컨 공격수 마루앙 샤막(모로코)과 제르비뉴(코트디부아르)의 복귀로 인해 그의 설 자리는 더욱 없어지고 말았다. 과연 지금 상황에서 박주영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1. 임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시기가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윈터브레이크 시장 때 이적했다면 더욱 좋았을테지만, 경기 경험적으로 이번 시즌 별로 출장하지도 못했고, 거기에 경기력이 떨어질대로 떨어져있는 공격수라면, 공격수가 부족한 중하위권 팀에서 조차 임대할 생각이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실에 직시해야 한다. 박주영은 현재 단기임대로라도 타팀에 가서 어느정도 경기를 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굳이 EPL에 한정하지 말고, 라 리가, 세리에A, 하다못해 챔피언쉽(2부리그)라도 경기를 뛸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그 곳으로 가서 경기를 뛰어야 한다. 현재 박주영의 올림픽 대표 와일드카드 차출은 거의 기정사실화 되어 있는 상황이다. 올림픽 대표, 아니 우선 자신의 경기력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경기 출장은 매우 중요하다.
2. 이적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만약 이적이라면 아스날에서의 피튀기는 주전 경쟁을 피하고 더욱 박주영 본인이 경쟁력있는 팀으로 이적한다면 이보다 좋은 시나리오는 없다. 그러나 이 역시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박주영의 나이는 만으로 27세다. 이미 상주 상무 입대는 물 건너간 상황. 그렇다면 남은것은 만 30세까지 입단이 가능한 경찰청 뿐이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3년이다. 특히 현재 남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엔 말 그대로 '시한부 인생'이 되는 셈이다.
과연 이 리스크를 극복하고 박주영을 영입할 해외팀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먼저 되는 순간이다.
3. 잔류
만약 다음 시즌에도 잔류를 선택한다면 이것은 자칫 잘못하다간 최악의 상황으로 직결 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아스날 공격진이 다 잔류한다는 전제조건 하에서다. 벌써부터 부동의 원탑 공격수인 로빈 반 페르시(네덜란드)의 이적 루머가 터지고 있고, 세컨 공격수인 마루앙 샤막마저 다음 시즌엔 이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안드레이 아르샤빈은 친정팀인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임대이적을 한 상황이고, 잉글랜드의 신성인 테오 월콧 역시 현재의 경기력에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되어 아스날 공격진이 파훼되고 난뒤에 박주영이 잔류한다는 선택을 한다면 이것은 역으로 박주영에게 상당히 좋은 상황이 될 수 있다.
현재 아스날은 반 페르시의 잔류를 위해 구단 역대 최고 계약금을 준비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선 안될 한가지가 존재하고 있다. 역대 최고 계약금으로 붙잡으려 했던 사미르 나스리, 세스크 파브레가스 둘 다 결국 돈으로 마음을 잡진 못했다. 선수들의 마음을 붙잡기 가장 중요한 것은 소속팀의 우승을 향한 경쟁력이란 뜻이다.
축구에 if라는 단어는 없지만 위의 말이 현실화 될 경우, 아스날은 새로운 공격수를 영입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번 시즌 만약 아스날이 유로파리그, 혹은 그마저도 못나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반 페르시에 준한 특급 공격수를 영입하기엔 많은 무리수가 보일 수 밖에 없다.

[박주영의 아스날에서의 현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은 편이다.]
이제껏 박주영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3방안을 두고 얘기를 했다.
물론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껏 잘 뛰던 반 페르시가 부상으로 아웃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끝까지 중용받지 못한채 경기를 뛸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후에 찾아오는 기회가 정말 마지막이라는 것에 있다.
이미 박주영은 한 차례, 야심차게 준비하고 중용받은 챔피언스리그 마르세유전에서의 아픈 실패 경험이 있다. 이젠 더 이상 놓치면 안된다.
흔히 혹자들은 박주영을 더러 박지성과 비교하는 혹자들도 있다. 그러나 이 곳에서 분명 말하지만 박지성과 박주영은 상황 자체가 다르다. PSV시절 박지성은 거스 히딩크에 의해 발굴 되었고, 기회를 주기 위해서 일부러 중압감 있는 홈경기가 아닌 원정경기만 뛰게 하는 배려를 해주었다. 맨유 시절 기회 역시 현재의 박주영보다 훨씬 많이 받았다. 허나 박주영은 아니다. 벵거의 올 시즌 구상에는 이미 박주영은 없는 것처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본 칼럼에서 맨 위에서 거론되지 않은 말이 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면, 새옹지마(塞翁之馬)라' 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일 뒤에는 항상 탈이 많으나, 인생에 있어 길흉화복은 항상 바뀌어 미리 헤아릴 수 없다.' 라는 말이다.
그렇다. 축구에서는 미래를 알 수 없다. 이후부터 박주영이 어떻게 바뀔지는 오직 신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있을 쿠웨이트전 월드컵 3차예선 마지막 경기서 박주영의 대활약을 바래본다. 선인들도 말하지 않았는가. '인생지사 고진감래 호사다마 새옹지마' 라고 말이다.
[오늘 있을 쿠웨이트전에서 비상할 박주영을 바래본다.]
첫댓글 글에 쓰셨다시피 저도 잔류가 젤 좋은 기회가 될거 같네요....반페, 샤막 등등의 공격수들이 나간다는 소리가 계속 있는 상황이니... 하지만...지금 상황이....ㅠㅠ...너무 안 내보내니.....
삭제된 댓글 입니다.
본선을 보면 쪽박 경기력이지만 적어도 월드컵 예선에서만큼의 박주영은 공을 치하해줘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만
2010년 남아공예선때는 확실히 주역중 하나였지만 이동국처럼 팀을 구한수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개인능력으로 팀을 구하는 정도라면 경기력에서 97년의 최용수, 00년과 05년의 이동국, 08-10의 박지성, 그리고 90년대 후반의 유상철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꼭 득점의 개수로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포돌이가 똭!!! 온다네요.
ㄴㄴ 상주상무라면 내년입대까지 기회가 있음. 원서 접수하는 날짜에 만 27세 안넘으면 되서 이번에 83년 9월생(아마 맞을듯) 전 포항스틸러스 소속 김재성 선수가 그걸로 상무 입대함. 물론 박주영은 7월생이라 내년입대가 마지막.
아 물론 원서접수할 당시엔 축구협회 소속 구단에 소속되야함. 임대든 이적이든. 원서접수후 합격자 발표 나는시점에는 방출되서 무소속이라도 상관 무 (예시 올해 상무에 입단한 전 대전 소속 이상희)
박지성의 경우는 내용과 차이가 좀 있지 않나 합니다. 박지성은 주어진 기회에서 '우수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박주영은 주어진 기회에서 '우수하지 못한'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점이 차이가 큽니다. 박지성 선수도 데뷔경기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장담할 수 없지요. 물론, 퍼기경의 선수 기용 행태를 보면 일단 영입했으면 마르고 닳도록 쓰려고하기는 합니다만... (베론이나 포를란을 본다면...)
그래도 쓸려고는 하겠지만 베베나 바르샤의 피케를 보면 퍼거슨도 기회를 살리지 못한 선수에게 관대하진 않죠.
반페르시 샤막 나가면 대체자를 찾겠죠. 돈이많이들지만 테베즈도 맨시티에서 놀고있고... 대체자는 많습니다. 경기감각을 올리려면 국내복귀하거나 하위리그로 가는게 맞습니다. epl은 템포나 판단력이 빠르지 않으면 성공못하는 리그기 때문에 힘들어요. 하위리그나 국내복귀한다고 해서 선수생활 실패가 아닙니다.
딴거 없음 경기를 뛰어야 함. 리저브 경기말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