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이야기 13에서 「옌롄커」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소개했었다. 「옌롄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의 바른말과 용기에 감탄을 하게 된다. 그 점에 반해 「옌롄커」의 애독자가 된 건지도 모른다. 그의 소설 10권 중에 두 권밖에 읽지는 못했지만 그의 책은 대담하고 정의롭다.
그가 이번엔 아버지를 들고 나왔다. 내 아버지나 남의 아버지나 자식들의 기억 속에 각인 된 아버지는 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아버지든지 간에 아버지의 삶에 존경의 찬사를 바쳐야 한다. 아버지 하면 아들에게 있어 범접할 수 없는 우뚝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아버지를 넘어 설 능력도 없었고, 아버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아들에 불과했다. 나는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다.
이 책 『나와 아버지』는 「옌롄커」가 지었고, 「김태성」이 옮겼다. 2011년에 ‘자음과 모음’에서 출판하였다. 145×205 판형에, 328쪽, 430g, 10% 해서 11,700원이다.
책을 펼치면, 한국어판 서문, ‘대지에 마음을 바치다.’ 가 4쪽 분량으로 있고, ‘들어가면서 던지는 몇 마디’ 가 2쪽 반이다.
한국어판 서문의 ‘대지에 마음을 바치다.’ 내용 중 일부만 옮겨본다. 이렇게 시작된다.
「나와 아버지」가 여러 계층의 독자들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제가 예상했던 일이 아닙니다. 여러 해 동안 저의 글쓰기는 비틀비틀 항상 일종의 ‘배반과 위배’이 길을 걸으면서 사람들에게 실망과 쟁론의 대상이 되어왔고, 심지어 대대적인 비판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걸레로 탁자를 닦다 보면 탁자 밑으로 먼지가 떨어지지만 영원히 탁자를 닦지 않으면 탁자가 그렇게 더럽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
그의 여러 작품이 판금되었고, 중국의 독자들은 그를 논쟁적이고 비판적인 사람으로 매도한다.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환경에서 위대한 작가가 태어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하지만 마음을 옭죄는 문단에서 이 만큼이나 해낸 작가는 극히 드물다. (중략)
그냥 펜이 제 마음의 가장 아픈 곳과 가장 따스한 곳들을 툭툭 건드리고 지나가게 했습니다. 할 말이 있으면 하고, 할 말이 없는 곳에서는 멈추게 했습니다. 제 펜 끝에서 만들어지는 구름 한 송이와 풀 한 포기, 그리고 한마디 새 울음소리가 모두 땔감과 쌀과 기름과 소금과 연결되어 그 대지 위의 누런 흙과 함께 생장하고 대지의 숨결과 함께 호흡할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
1960년대 중국은 3년 대기근으로 약 3,000만 명 이상이 아사하고, 문화대혁명이 일어난 극심한 혼란기였다. 작은 농촌 마을 사람들은 혁명에 앞서 오늘 낼 살아갈 생존이 문제였다. 아버지와 그 형제들의 인생은 쌀과 땔감, 기름과 소금을 얻기 위해 갖은 고생과 즐거움, 생로병사에 몸부림치던 시기였다는 것을 표현 한 것 같다. (중략)
이 장편의 산문을 완성하고 친구들에게 출판과 번역을 맡겼습니다. 이것으로 이 일은 마침표를 찍게 되었지요. 하지만 뜻밖에도 이 책에 대한 독자들의 열정과 외국 동인 및 친구들의 관심과 사랑이 ‘배반과 위배’의 길을 걸어온 저로 하여금 저의 생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 대지에 마음을 돌려준 것이 정말 잘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
이어서, 이런 말을 했다. “이 책에 담긴 것은 작가로서 쓰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쓴 것이지 어떤 권력이나 상념을 얻기 위해 쓴 것이 아니었습니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쓴 것이, 독자와 친구들의 마음을 넉넉하게 하고 호평을 받은 것 같다며, 뜻밖이란 말을 썼다.
‘들어가면서 던지는 몇 마디’는 2007년 시월에 일어난 작가의 작은 아버지의 영면 때 일어난 일을 적었다.
극도로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여동생 하나가 작은아버지의 영전에 향을 새것으로 갈고 불을 붙여주고는 내 앞으로 다가와 무척 어려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롄커 오빠, 오빠는 그렇게 많은 책을 썼으면서 어째서 우리 집안에 관한 이야기는 쓰지 않는 거예요?”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제 아버지 세대는 한 분도 안 계세요. 아버지 형제 세 분에 관한 글을 한번 써보시는 게 어떻겠어요? 그리고 오빠 자신에 관해서도 쓰는 거예요. 오빠의 어린 시절에 관해서 말이에요.” |
여동생이 하는 말이 계기가 되어 탄생한 것이 바로 「옌롄커」의 『나와 아버지』였다.
농부였던「옌롄커」의 아버지, 천식에 약도 쓰지 못한 채 해가 뜨면 밭에 나갔고, 어두워지면 고된 일을 마쳤다. 그저 한 톨의 쌀이라도, 그저 한 개의 고구마라도 더 많이 수확하기 위해 힘써왔다. 국가에 귀속되지 않은 돌밭을 3년에 걸쳐 개간하고 고구마를 수확할 즈음, 하루아침에 국가에 빼앗긴 허망한 일에 그의 모습이 어른거려 가슴이 답답했다. 끝. 2020.6.12.금.
2020.6.17. 수요일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