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대화-괴물과 맞서 싸우지 마라
막말 중에 압권은 ‘팩트 폭격’이다. 사실이 아닌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거라는 위안거리라도 있다. 그러나 콤플렉스 같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오면 숨을 곳도 없다. 고스란히 아픔과 슬픔을 감내해내야 한다.
“곱추는 아닌 것 같은데, 등이 왜 그래? 거북 등 좀 반듯하게 펼 수 없어?”
“아무리 대학을 못 나왔다지만 일을 이따위로 하면 어떡해? 고졸 출신이라도 뇌는 있을 거 아냐?”
“면도라도 좀 해! 남잔지 여잔지 구분이 안 가잖아?”
막말을 일삼는 사람은 두 부류다.
첫 번째는 신경이 무딘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의 말이 상대방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다. 눈치도 없고, 배려심도 부족하다. 이런 사람에게 팩트 폭격을 당하면 처음에는 기분도 나쁘고 황당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폭격하므로, 이내 그런 사람이려니 하고 넘어간다.
두 번째는 비뚤어진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이들은 타인의 불행을 즐기고, 정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서 군림하려 들고, 자신의 잘못은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유형의 사람과는 가급적 부딪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어쩔 수 없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해야 한다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려야 한다.
미국의 성형외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맥스웰 말츠는 “적어도 지구인의 구십오 퍼센트가 콤플렉스를 느끼며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즉,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 사람이 저마다 콤플렉스를 갖고 산다.
‘막말러’들이 나에게 콤플렉스를 자극하며 팩트 폭격을 가해 오더라도 좌절하거나 슬퍼할 이유는 없다. 아니, 오히려 뻔뻔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 나 등 좀 굽었다. 하지만 마음 굽은 너보다야 백 배 낫지!’
‘맞아, 나 고졸이야! 하지만 명문대 졸업해서 줄줄이 프로젝트 말아 먹은 너에 비하면 양반 아냐?’
‘솔직히 나 전신에 털이 많아서 콤플렉스야, 하지만 난 너처럼 옹졸하진 않아!’
사회에는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 널렸다. 그들에게 휘둘려서는 제대로 사회생활을 해낼 수 없다. 그렇다고 그들처럼 괴물이 되어서 싸우지도 마라. 소득도 없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만 들 뿐이다.
사실 일일이 대꾸할 필요조차 없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게 현명하다.
“아, 네. 그래서 점심은 뭐 먹죠?”
공격했는데 반응도 없고 그 어떤 충격도 받지 않는 눈치라면, 공격할 의욕이 확 꺾인다. 재미가 없으니까!
괴물들과 맞서 싸우지 마라. 그것들은 나의 반응을 먹고산다. 온갖 괴물들에게 둘러싸여 있더라도 내 마음만 굳건하면 얼마든지 평온해질 수 있다.
*위 글은 한창욱님의 저서 “품격 있는 대화” Chapter 2 ‘당신의 품격을 낮추는 말’ 중 “8. 괴물과 맞서 싸우지 마라”를 옮겨 본 것입니다.
*참고로 한창욱님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해 동안 기자생활을 하다가 투자컨설팅 회사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하였으며, 첫 작품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평화로운 마을에 ‘마음연구소’를 열었고, 이곳에서 독서와 명상 등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 있으며, 저서로는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 “완벽하지 않기에 인생이라 부른다”, “나는 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가”, “나를 이기는 5분 습관”, “마음을 슬쩍 훔치는 기술”, “펭귄을 날게 하라”, “서른, 머뭇거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진심으로 설득하라”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