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의자에서 별들도 냉동 밥도 잘도 자는데 (외 1편)
리 호
기차 소리가 큰 다리부터 파괴하는 거야
다이너마이트는 오래된 순서부터 가져오고
수레바퀴는 네모 졸리는데 잠은 세모 슬픈데 하늘은 안구건조증
냉동 밥도 잘 자는 날
별을 삶아 먹을까
입술을 모으고 소인으로 대해 주세요 사모님
냉동 밥도 잘 먹일 수 있어요
땅콩카라멜쯤은 집에서 키워도 민원이 들어오지 않게 전화선은 급속으로 얼릴게요
자꾸 귀가 아파
슬슬 제자리 뛰기 연습을 해야 되겠다고 자장자장
수면제는 몇 층에 묻어두었나 나무 십자가에 누운 발레리노
이제 그만 묵주반지를 빼
못에 못을 치고 옷에 옷을 덮고 테텔레스타이 숨은 비밀찾기
⸻앞뜰에 동굴 달달한 돼지저금통 빈치지 액자
자장자장 의자도 잘 자는 날 이제 그림 속으로 들어갈 시간
⸻계간 《포지션》 2018년 여름호, '블라인드 시 읽기'에서
기타와 바게트
네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찾아
그러면 스스로 나는 법을 깨닫게 될 거야
나는 조나단, 더 이상 빵부스러기에 연연하지 않는
적도의 펭귄 5
흔해빠진 스트라이프 팬티는 사양할래
더 이상 그녀의 젖가슴이 떠오르지 않거든
쇄골과 골반 안쪽에는 맹수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검은 눈동자 문신을 그려놓았어
유명한 빵집 앞에서 22분을 기다려 바게트를 샀지
비스듬히 칼집 넣은 중간 중간에 오후를 채워 넣었어
빠삐용의 죄수복에도 붉은 칼집이 들어간 것을 아나?
찢긴 나비의 날개 조각들이 채워져 있던 걸로 기억해
낯선 이들의 침입을 막으려 부적처럼 세워놓은
검은색 기타 옆에 바게트빵을 기대놓았어
여섯 개의 현에 매달린 그녀가 가는 잠에서 깨어나 한입 물었지
후드득 오후가 쏟아져 내리더니 이내 나비가 된 그녀가 웃고 있네
더 이상 스테레오 타입의 섹스는 사양할래
가슴에 노란 빠삐용 문신을 새긴 그녀의 심장은
오른쪽에 있거든
⸻계간 《포지션》 2018년 가을호, '자선 대표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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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호 / 1969년 경기도 전곡 출생.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4년 《실천문학》 제3회 오장환신인문학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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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의자에서 별들도냉동 밥도 잘도 자는데 ( 외 1편 ) / 리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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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2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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