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날이 실제로 얼마인지와 무관하게,
우리에게 눈오는 날은 흔치 않은 인상깊은 날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요.
그 날의 서울역의 모습들을 조금 담아와봤네요.
부산으로 떠나는 KTX의 모습입니다. 원래 서둘러 가라고 만들어놓은 넘이긴 하지만, 부산에 꿀단지라도 숨겨놨는지 허겁지겁 떠나갑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쌓인 승강장을 뒤로 하고
맞은편 승강장에도 KTX가 대기하고 있네요.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열차의 3분의 2 정도는 KTX인거 같아요. 느림의 미학은 어느새인가 느림의 죄악이 되어버린거 같습니다. 아니 원래부터 그랬을까요?
눈발이 흩날립니다.
한국 대표역답게 웅장한 모습이지요. 아직 옆에 보존되어 있는, 일제시대에 지어진 구 역사 시절에는 사람들이 어떻게 다 타고 내렸을지 궁금해요. 철덕질을 좀 일찍 시작하지 않은게 후회되는 순간은 한두번이 아닙니다.
좀 작은 역이라면 그 역의 주인공 스럽게도 보이는 철길이지만 서울역에서는 20여개의 선로중 하나일 뿐이에요.
모처럼 구형열차 3형제가 나란히 섰어요. 왼쪽은 디젤기관차 7300호대, 가운데는 전동차 8200호대, 오른쪽은 PP동차. KTX 천국이 되어버린 서울역에서 올드함을 추구하는 철덕으로서 가슴찡한 모습이네요.
승강장으로 내려가보아요.
서울발 부산행
열차의 꽃이죠.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로망이 있다지만, 한국에의 내셔널리티를 완전히 버릴 수 없는 철덕인간으로서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찡해지는 모습이네요.
어느 틈엔가 전기기관차는 빠지고 디젤기관차 영감탱이 둘만 서 있네요. 왼쪽 영감은 올해가 지나면, 오른쪽 영감은 5년이 지나면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게 될 영감들이에요.
기차는 길어
눈발너머로 비치는 서울역 밖의 모습. 제게 기차역은 다른 세계네요. 하나의 사진에 서로 다른 세계가 담긴 모습이랄까요.
잠시후면 저 길을 굉음을 울리며 달려나갈테지요.
크고 아름다운 특대의 모습. 하앍하앍...
그 와중에 옆에 있던 진주행 새마을호가 떠나가네요. 눈도 오고... 중부권으로 오는 열차들이 30분 한시간씩 줄줄이 연착먹던데 조심해서 가길...
돌이킬 수 없는...
눈 쌓인 철길
눈이 오다보니 역에 배치되는 열차마저 지연되어서 반대편 승강장에 사람이 많네요.
눈내리는 모습을 담아보려 했는데, 꼬물 똑딱이로는 잘 안잡힌다능...
오늘의 하이라이트. 멋쟁이 특대가 우렁찬 함성과 함께 서울역을 떠나가는 모습.
떠나는 모습에서 압도되지만, 떠나고 나면 그 빈자리에는 항상 허탈함만이 남는... 그래서 더더욱 철도의 매력에 빠지는게 아닐까 생각해요.
뽀나스(아무도 원치 않아)로 우리집 마당. 가을에는 낙엽을 쓸 수 있고, 겨울에는 눈을 쓸 수 있는 마당이 있다는 것은 나름 즐거운 일이에요. 비록 내년 봄에는 헐고 다시 짓느라 사라질 마당이지만... 오늘도 눈을 쓸었네요.
어제는 낙엽을 오늘은 눈을 내일은 추억을 쓸겠죠...
첫댓글 요즘 이자갤의 분위기와는 완전 동떨어진 게시물 같지만...
좋습니다.
가끔은 차분해지는 것도 좋지요~
헉헉 갑자기 철도가 끌린다
기차역으로 고고싱~
이미 다 전철되어버림. 기차역 가도 뜯어진 철도와 함께 눈 속에 푹 파묻혔습니다.
애도...
사진 찍어서 올려드릴까예? 아 강촌, 경강역은 레일바이크로 신체개조당함요.
오오옿!!! 경춘선 연선이셨군요! 제가 몰라뵈었다능.
구 경춘선이야말로 철도중의 철도였는데... 그게 없어진건 정말 통한중의 통한이옳습니다...
기회 되면 부탁드린다능 굽신굽신~ 언제 한번 경춘 구선 도보답사도 가야하는디...
가평부터 남춘천 역까지 밖에 사정을 모르지만 가평역 : 폐허, 경강-강촌 : 레일바이크로 신체마개조, 김유정 : 기차 하나랑 구 역사 낡아 가는 중, 남춘천 : 파 to the 괴 입니다. 혼돈, 파괴, 망가!
그렇군요... 언젠가 한번 직접 가 봐야겠다능...
아롱갤에 퍼놨습니다. ㅎㅎ 재작년 여름에 찍은 가평역입니다.
거기에도 말씀드렸지만 잘 봤어요. 고맙습니다.
처...철덕이라니 실제하는 종족이었군요..!
은근히 카페에 철덕이 솔찬허니 있다능~
나중에 언젠가 신세대 철덕들이 퇴역해 나가는 KTX를 보면서 감상에 젖을 때도 오겠지요. 흐흠.
얼마전에 일본에서 0계신간선 퇴역할 때 국민적 추도? 의 분위기였던거 보고 참 부러웠긔... 한국에서 상어가 퇴역할 때 그런 분위기일거 같진 않은거 생각해보믄... 물론 철덕들은 애도의 마음을 듬뿍 담겠지만서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