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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감독실에서 만난 김기태 감독(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정규 시즌을 앞두고 야구전문가들이 늘 하는 일이 있다. 올 시즌 예상이다.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다면 “이번 시즌은 여느 시즌과 달리 전력이 평준화해 안갯속 순위전이 예상된다”고 말하면 된다. 좀 더 명징하게 말하고 싶다면 “1강 7중” 혹은 “3강 3중 2약”식으로 표현하면 그만이다. 올 시즌도 갖가지 예상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예상들 가운데 야구전문가 대부분의 의견이 일치하는 항목이 있다. ‘올 시즌 최하위로 어느 팀을 예상하느냐’다. 바로 LG다.
객관적 전력과 주관적 정황을 따지자면 무리한 예상도 아니다. 올 시즌 LG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팀의 2, 4선발을 잃었다. 소속팀의 FA(자유계약선수)였던 조인성과 송신영, 이택근이 각각 SK, 한화, 넥센으로 가는 것도 막지 못했다. 전력 누수는 심했지만, LG는 외부 영입에 나서지 않았다. 김기태 감독이 ‘초보 사령탑’이라는 것도 불안요소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LG 입장은 어떨까. 김 감독은 “시즌이 시작하면 알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표정만은 단호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우리의 목표는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며 “전력이 약해졌으면 더 팀을 강하게 만드는 게 감독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정규 시즌을 눈앞에 둔 김 감독을 잠실구장 감독실에서 만났다.
시범경기에서 6승 2무 5패로 4위를 기록했다. 스프링캠프의 성과가 성적으로 직결된 듯한데.
스프링캠프 때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에게 주문한 게 있었다. ‘뛰는 야구를 하자’와 ‘수비의 미세한 실수를 줄이자’는 것이었다. 시범경기를 줄곧 지켜보면서 야수들의 중계플레이와 단타를 2루타로 허용하지 않는 빠른 수비가 향상됐음을 느꼈다. 승부를 걸어야 하는 시점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집중력도 대단히 좋았다. 코칭스태프의 주문을 선수들이 성실히 수행해줬다는 생각이다.
사실 스프링캠프 기간 중 젊은 투수 2명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며 팀 분위기가 침체했다. 올 시즌 LG 전망을 불안하게 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때 보니까 코칭스태프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선수단을 이끄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래서일까. 선수들도 충격에서 빨리 벗어난 것 같았다.
(한숨을 내쉬며) 나도 사람이다. 당시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그러다 혼자 방에 누워있는데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길이 보였다.
어떤 길이었나.
선수들이 나만 보고 있었다. ‘여기서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돌파구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그래서 속은 아파도 겉으론 태연한 척했다. (짧게 한숨을 내쉬며) 그 일은 이제 지나간 파도다. 우리가 할 일은 파도를 헤치고 망망대해로 나가는 것이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선수들에겐 “작은 이익을 탐하지 말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뛰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LG의 예상 순위를 최하위로 지목하는 야구전문가가 많다. 그 이유로 선발투수진의 불안을 꼽는다.
불안하다라, 나는 되레 도전의식이 생긴다. 벤자민 주키치와 임찬규가 선발진의 핵심이 될 거다. 정재복은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제 기량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 김광삼과 이대진도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꾸준히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나머지 선발요원들은 컨디션과 팀 사정에 따라 변동이 있을 것이다.
불펜진 구성은 어떤가.
마무리부터 말하겠다. 레다메스 리즈가 올 시즌 우리 팀의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투수다. 불펜진의 좌투수는 이상열, 류택현이다. 두 선수가 불펜에서 큰 힘이 돼주리라 믿는다. 신인 좌투수 최성훈은 2군에서 선발수업을 받게 할 생각이다. 우투수로는 한희, 유원상, 우규민이 등장할 것이다. 김선규는 몸이 제대로 회복한다면 4월 말 1군에 합류하지 않을까 싶다. 신정락은 최성훈처럼 2군에서 선발수업을 하도록 지시할 계획이다. 팀의 미래를 위해선 당장의 불펜활용보단 선발수업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2군에선 양승진, 신동훈, 이대환 같은 젊은 투수들이 잘 성장하고 있다. 그 선수들에게도 기대가 크다. 개인적으론 1, 2군 투수 합쳐 20명 정도를 가용자원으로 삼을 계획이다.
올 시즌 LG 마무리 레다메스 리즈(사진=LG) |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해도 우규민의 선발론이 제기됐는데.
아직 선발로 뛰기엔 스프링캠프에서 많은 투구를 소화하지 못했다. 선발로 뛰려면 지금부터 투구수를 늘려야 한다. 따라서 우규민은 필승조의 셋업맨으로 당분간 팀에 헌신할 것이다.
봉중근은 어떻게 활용할 생각인가.
봉중근의 선발 투입은 글쎄, 당장은 힘들 거다. 선발로 쓰려면 4, 5월부터 투구수를 늘리고, 몸을 만들어야 한다. 고심 중이다. 자칫 무리하다 부상이라도 당하면 낭패니까. 개막전 출전 여부도 몸 상태와 등판 일정을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다.(주 : 봉중근은 등판 일정 때문에 개막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렇다면 불펜진에서 활동할 것이란 뜻인데.
그렇다. 우규민과 함께 리즈 앞에 등장하는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셋업맨이 될 거다.
“부담 없이 하라고? 그건 감독의 직무유기다.”
김기태 감독이 2군으로 내려가는 선수들에게 휴대전화에 내장된 선수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무한 애정을 표현하는 장면(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김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을 때. 감독실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김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두 선수가 서 있었다. 2군 선수들이었다. 김 감독은 두 선수에게 “들어와”하고는 “고맙다”라고 말했다.
“둘 다 공식경기 참가는 처음일 텐데, 참 고맙고 자랑스럽다. 확실히 1군에서 뛰는 건 다르지? 항상 두 사람이 내 마음 속에 있다는 것만 생각하고, 힘내라. 비록 정규 시즌은 2군에서 시작하지만, 언제든 1군에 올라올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고.”
김 감독은 두 선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는 조계현 수석코치를 호출해 “선수들이 구리 2군 훈련장에 갈 수 있도록 차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자식을 훈련소에 보내는 부모 같다.
시범경기 때 1군과 함께 운동한 선수들이다. 정규 시즌을 앞두고 2군으로 내려간다고 인사하러 온 것이다. 감독 입장에서 1군과 2군 선수 모두 ‘내 자식’이다. 그 자식이 2군으로 내려간다는데 마음이 편하겠나. 언제나 선수들이 2군으로 내려갈 땐 감독인 내가 직접 격려하고, 손이라도 잡고 있다. 그게 감독의 일이라고 본다. 오늘 난 내 할 일을 한 것뿐이다.
투수 구상은 들었다. 어쩌면 문제는 포수가 아니겠는가 싶다.
개막전 선발포수는 심광호가 될 거다. 하지만, 개막전 이후 경기는 어떤 선수도 주전 보장을 받지 못했다. 유강남, 조윤준 두 젊은 포수를 자주 기용할 계획이다. 아마도 두 선수가 조인성의 공백을 메울 것이다. (유)강남이는 수비가 좋은 포수다. (조)윤준이도 요즘 굉장히 훈련을 열심히 해선지 수비가 매우 좋아졌다. 김태군의 이름이 빠졌는데, 워낙 자질이 뛰어난 포수이기에 시즌 중 꼭 기회가 찾아갈 것으로 믿는다.
내외야 라인에 큰 변화는 없나.
시범경기 때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들이 대부분 선발로 출전할 거다. 최동수는 1루수를 볼 것이다. 그러나 체력적으로 풀타임은 무리기 때문에 다양한 1루 자원을 확보해둘 생각이다. 타선에 정의윤이 돌아온다면 우타 라인이 좀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어느 정도 검증된 선발투수 2명, 확실한 불펜투수 1명, 골든글러브 포수와 외야수를 각각 1명씩 잃었다. 여기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며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었다. 그래서인지 야구전문가들은 “올 시즌 LG에게 포스트 시즌 진출이나 우승을 바라는 건 무리”라고 입을 모은다. 덧붙여 “성적부진이 예상되는 만큼 김 감독이 마음 편하게 팀을 이끌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팀 전력이 약하니까 편하게 하라? 만약 그 말을 따르는 감독이 있다면 그건 명백한 직무유기다. 팀 전력이 약해졌으면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감독의 업무이자 의무다. 흔히 선수들이 감독 눈치를 본다고 하지만, 감독이야말로 선수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다. 내가 포기하면 선수들 그리고 팬까지 포기한다. 올 시즌 객관적 전력은 다른 팀에 떨어질지 모르지만, 우리가 마음 편하게 야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올 시즌 LG 주전포수가 예상되는 유강남(사진=LG) |
올 시즌 LG의 화두는 ‘성적’인가. ‘리빌딩’인가.
올 시즌 우리의 목표는 확고하다. 포스트 시즌 진출이다. 그렇다고 리빌딩이 중요하지 않다는 소린 아니다. 리빌딩이 필요한 시점인 건 맞다. 하지만, 나는 리빌딩을 하더라도 손바닥을 뒤집듯 한 번에 ‘확’ 팀을 변화시키고 싶진 않다. 능력이 안 되는데 젊은 선수라고 무조건 주전으로 기용하는 건 무리라고 본다. 개인적으론 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는 리빌딩, 신구 조화를 고려한 리빌딩을 진행하고 싶다.. 그래서 2군 감독과 자주 만난다. 이번에도 2군 감독님한테 그런 주문을 했다. “체력적으로 강한 2군을 만들어달라”고. 그래야 시즌 후반기 다른 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 때 강하게 밀어 붙일 수 있다. 아, 기존 주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뭔가.
LG 2군 감독일 때 우리 선수들을 보니까 ‘나 아니면 안 되겠지’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물론 베테랑에 대한 예우는 해줄 만큼 해줄 생각이다. 그러나 베테랑도 팀을 위해 해줄 만큼 해줘야 한다. 감독의 예우가 합당했다는 걸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올 시즌 목표 승률이 있나.
어느 팀이든 승률 5할 이상을 목표로 할 거다. 우리도 같다. (물 한 모금을 마시고서) 선수들에게 그런 말을 자주한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지지 않는 야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같은 뜻 아닌가.
좀 다르다. ‘이기는 야구’는 득점을 우선시하지만, ‘지지 않는 야구’는 실점을 최소화하는 게 목표다. ‘지지 않는 야구’를 하려면 탄탄한 마운드와 짜임새 있는 수비가 필수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수비훈련을 열심히 한 것도 ‘지지 않는 야구’를 펼치기 위해서였다.
언뜻 들으니 봉중근, 우규민의 필승조 합류도 ‘지지 않는 야구’를 위한 사전포석이 아닐까 싶다.
(고개를 끄덕이며) 정확한 지적이다.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0대 10, 1대 7로 대패하는 경우는 드물다. 경기 초반에 득점 차가 크게 벌어지는 경우도 흔하지 않다. 대개는 5, 6, 7회에 승부가 결정되고 3점 이내 싸움이다. 삼성이 그래서 강한 거다. 5회부터 조금만 불안해도 강력한 불펜진이 가동되지 않나. 반면 지난해까지 LG는 1회부터 9회까지 내내 불안했다. 6회 이후 앞서고 있어도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니까 ‘더 점수를 내야 한다’는 극심한 부담감을 느꼈다. 한 경기에 3이닝씩만 스트레스를 덜 받아도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봉중근을 불펜진으로 투입하려는 이유도 5, 6, 7회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전체적으로 성적과 리빌딩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당연하다. 아무리 전력이 약해도 ‘포스트 시즌 진출이 목표’라고 말해야 하는 게 감독이다. 정규 시즌을 앞두고도 선수들에게 “부담 느끼지 마라”는 식의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리빌딩만 한다고 성적은 나 몰라라? 그건 아니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싸울 때 리빌딩도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거다. 중요한 건 감독이다. 내가 쫓기지 않으면 선수들도 쫓기지 않는다. 반대로 감독인 내가 급해서 안절부절못하면 선수들도 흔들린다. 올 시즌 쫓기지 않고, 의연한 자세로 팀을 이끌 것이다.
승리 고사제를 지내는 LG 선수단(사진=LG) |
정규 시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초보 사령탑으로서 어떤 감정이 드나.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정말 잘하겠다’는 선수들의 다짐을 믿고 싶다. 감독 입장에선 부상 없이 자기역할만 잘해줘도 고마울 따름이다. 사실 나도 내가 팀을 어떻게 이끌지 궁금하다(웃음). 어쩌면 실수나 오류를 범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변명보다 한번 더 반성하고, 한발 더 빨리 준비해서 실수와 오류를 줄여나가겠다.
인터뷰가 끝나면 개막전 엔트리가 발표될 텐데. 확정했나.
마음 속에 있다. 개막전 우리 팀의 엔트리는 29명이다.
29명? 원래 1군 엔트리는 26명 아닌가?
그렇다. 내 말은 ‘29명 같은 26명의 엔트리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1, 2군을 합쳐 40명에서 45명을 잘 활용하는 팀이 강팀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가령 개막전을 보자. 개막전에 출전할 우리 팀 투수는 9명이다. 야수가 17명이고. ‘투수가 좀 적다’는 의견이 있겠지만, 개막 2연전엔 많은 투수가 동원되지 않는다. 팀의 1, 2선발 투수들이 등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수를 줄이고, 야수를 늘린 거다. 하지만, 개막전 다음주 화요일 경기 땐 또 엔트리가 조정될 것이다. 그땐 투수가 늘고, 야수가 줄어들 거다.
특히나 장마철 땐 이러한 탄력적인 엔트리 변동이 주효하다고 본다. 한 투수가 오래 던지면 2군 야수와 교체되면서 10일간 체력을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땐 월요일도 끼고, 비도 내리니까 투수는 등판 간격이 도 벌어진다. 그럴 댄 야수를 더 많이 활용하는 게 중요할 수 있다. 올 시즌 LG 2군은 반드시 실력이 부족해 내려가는 곳이 아니라, 1군의 전략적 활용처가 될 것이다.
올 시즌 가장 기대가 되는 선수는 누군가.
투수는 임찬규, 야수는 포수인 조윤준, 유강남이다.
시즌을 앞두고 구단주 대행이 어떤 주문을 하던가.
구단주 대행님께서 “편안하게 팀을 이끄세요. 팀 분위기만 잘 신경 써주세요“라고 말씀하셨다.
마지막 질문이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LG 1군 감독에 대한 탐색이 끝났을 듯싶다. LG 감독을 가리켜 흔히 ‘독이 든 성배’라고 하는데. 현재까지 시점에서 본다면 과연 LG 감독, 독처럼 느껴지나, 아니면 성배로 느껴지나.
시범경기 때만 보면 독은 없는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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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무지하게 기대 되네요 ^^ 죽이 될지 밥이 될지 모르지만 전 언제나 그랫듯이 응원만 할겁니다 감독님 이하 선수 여러분들 화이팅!! 입니다~~아자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