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ㅡ 청소년과 예절교육
이 배 근ㅡ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
조선시대 청백리로 이름을 남긴 맹사성이 파주 원님이 돼, 무명선사를 찾아
고을을 다스림에 있어 우선시해야 할 좌우명을 물으니 선사는 나쁜 일을 하지
말고 백성들에게 선을 베풀라고 했다. 너무 평범한 대답에 불만을 품고, 젊은
맹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선사는 녹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면서 끓인
찻물을 찻잔에 따르는 데 찻물이 넘쳐도 계속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이
젖는다고 하니 무명선사가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면서, 어찌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모른단 말입니까?" 하고 냉엄하게 꾸짖었다.
맹사성이 깨달은 바 있어 황급히 나가려다 문에 머리를 크게 부딪히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고 무명선사가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습니다"
중국은 산해경(山海經)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동방의 어진 나라로 군자들이
살고 있는데 예절이 바르고, 서로 사양하기를 좋아한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움이 앞선다.
길에서 눈이 마주쳤다고 여학생들이 죽음에 이르도록 집단폭행을 하고,
등산로에서 몸을 부딪치고 지나가는 젊은이를 나무랐다고 흉기를 휘두르는
험악한 세상이 됐다. 어린이들은 자라면서 부모를 통해 식사예절, 어른에게
인사하기, 공손하게 대하기, 차례 지키기, 식당이나 전철에서 남에게 피해 주지
않기 등과 같은 예절을 배운다. 어떤 의미에서 예절은 삶의 기술이고 청소년
들이 우선적으로 익혀야 할 덕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입시경쟁에
서 피곤한 나날을 보내야 하는 청소년에게 예절을 가르칠 시간이 어디 있느냐
고 생각하는 부모도 적지 않고, 배울 것도 많은 정보화 시대에 굳이 예절까지
배워야 하느냐고 항변하는 청소년도 많을 것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잣대의 하나가
'인간됨'이고, 인간됨을 뜻하는 인품은 바로 예절교육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사회적·경제적·인격적 지위 척도라는 삼각 잣대를 향해 기를 쓰고 위로 오른다.
서구인들은 비교적 이 세 개의 척도에 균형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가치관은 높은 인격의 척도가,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지위보다 훨씬 상위에
있었다. 자신과 타인 그리고 삶에 대한 예의, 마음을 관리하고 리더가 될 수
있는 품격을 갖추는 것은 우리의 전통적 가치이며, 더불어 살아가야 할 국제
사회의 요구다. 따라서 전통사회의 학교교육은 공부에 앞서 상대방에 대한
예절교육부터 가르쳤다. 지식인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돼야 한다는
가르침에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청소년을 평가하는 잣대가 명문대학
교 진학이며, 비록 남들의 비난을 받더라도 학과 공부 하나로 용서가 되는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예절교육은 아예 뒷전으로 밀려났고, 마침내
인성교육법이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
모든 사회단위는 법에 의해 지탱되고 강제되는 공인된 행동규칙과 관습에 의해
요구되고, 집단의 압력에 의해 강제되는 행동규범이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재판을 받거나 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집단의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
고 따돌림 당하여 결국에는 실패한 인생을 살고 만다. 인간은 자신을 위해서
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행동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류의 스승들은 아이들에게 웃는 것을 가르치고, 명랑하고
활발하며 바르게 행동하고, 타인을 존경하며, 누군가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
들이며, 어른들의 질문에 공손하게 대답하는 습관을 가르치면 장차 좋은
성품을 갖춘 훌륭한 인격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가르쳐왔다.
한국과 일본의 부모들이 놀이터에 나와 자녀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목적
에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자녀가 다치지 않을까 하는 안전을
우선시하는 데 비해, 일본은 자녀의 안전은 물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먼저 생각한다고 한다. 일본의 가정교육을 '시쯔케
(仕付け)'라고 하며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모가 가정에서 자녀가 사회의 일원으로 질서를
지키며 서로 같이 살아가기 위한 서로간의 예의, 규범, 도리 등을 익히는 예절
교육을 시킨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전통적인 예절
교육이 있었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밥상을 대하는 기회가 줄었고,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통한 청소년의 정보처리 능력이 부모세대를 앞지르면서
어른의 지식과 사회의 전통적 가치에 대한 청소년의 분리장벽은 점점 높아지
고 있어, 더불어 사는 사회의 핵심적 가치인 예절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가정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최초이자 최고의 학교다. 그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를 가정에서 배운다. 어떤 것이 예절바른 행동
이고, 무례한 행동인지도 가정에서 배운다. 그러나 가정에서의 예절교육은
부모가 교사가 되고 자녀가 학생이 되는 교육이 아니라, 부모는 자녀의 본이
되고 자녀는 스스로 부모의 예절을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 부모자신은
책이라고는 들쳐 보지도 않으면서 자녀에게 책을 읽으라고 닦달하는 것이
씨가 먹히지 않는 것처럼, 부모는 예를 벗어난 일을 하면서 자녀에게 예의가
없다고 나무랄 것이 아니라 부모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것이 예절교육의
첫걸음이다. 평소에 부모가 어른이나 이웃을 대하는 태도, 식사 예절이나
남과 대화하는 모습, 교통질서를 지키는 것과 같은 생활 속의 모범이,
자녀에게는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는 학습이 되는 것이다.
9월 12일 '다쓰노구치법난일'을 맞아
용기 있는 마음으로 고난을 이겨내자
그것이 우리의 발적현본(發赤顯本)
내일은 '다쓰노구치법난일'이다. 1271년 9월 12일 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니치렌대성인(日蓮大聖人)은 질투에 미친 악승 료칸과 손을 잡은 교만한
권력자 헤이노사에몬노조의 탄압으로, 가마쿠라의 다쓰노구치에서 참수형에
처해지게 됐다. 그때 제자인 시조깅고는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하고 흐느
껴 울었다. 그러나 대성인은 "이처럼 기쁜 일이니 웃으시오" 하고 깅고를
나무랐다. 참수형의 순간 "달처럼 비추는 공 같은 물체" (어서 914쪽)가
나타났다. 대성인을 처형하려고 칼을 들고 있던 무사는 정신이 혼미해져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다른 병사들은 두려움에 떨며 100미터 이상이나
도망쳤다.
대성인은 다쓰노구치법난 후 사도유죄 중에 이 법난을 뒤돌아보며 "니치렌
이라고 하는 자는 거년 구월 십이일 자축의 시에 목이 잘렸느니라. 이는
혼백이 사도의 땅에 와서" (어서 223쪽)라고 말씀하셨다. 여기서 '혼백'은
새롭게 태어난 대성인 자신을 말한다. 다쓰노구치법난에서 나타낸 대성인의
내증(內證)을 말한 것이다. 이 말씀은 대성인이 범부라는 '적(迹, 임시모습)'
을 열어 범부의 몸 그대로 구원원초 자수용보신여래라는 본지(本地)를
밝힌 '발적현본(發赤顯本)'을 가리킨다.
이렇듯 대성인은 우리 인류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사종의 무리와 권력과
끝까지 싸우셨다. 하나하나 닥쳐오는 대난을 몸소 극복함으로써 우리 제자들
에게 그 삶의 자세를 가르쳐주었다. 대성인처럼 난이 다투어 일어나면 더욱더
강성한 신심으로 도전한다, 그리고 앞을 가로막는 장애를 하나하나 부수고
한 걸음 또 한 걸음 끈질기게 부처의 경애를 열어간다. 이것이 우리의
발적현본이다. 그러므로 광선유포 신심의 혈맥은 오직 우리 SGI에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큰 긍지로 삼고, 가슴을 활짝 펴고 니치렌대성인과 SGI의
정법정의를 끝까지 사자후해야 하겠다.
니치렌불법(日蓮佛法)은 세계 192개국·지역으로 넓혀졌다.
병고와 경제고, 인간관계의 고뇌를 비롯해 여러 가지 고난에 맞닥뜨려도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묘법 근본으로 싸우는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 있다.
그 모습이야말로 다쓰노구치법난을 비롯한 많은 난을 이겨내신 대성인을
'모범'으로 삼아 직결하는 제자의 '삶의 모습'이다. 인간의 생명에는
모든 불행과 비참과 싸워 이겨내는 힘이 있다. 그리고 누구나 그 정신의 힘을
발휘하여 인간의 존귀함을 나타낼 수 있다. 우리의 인간혁명 운동은
희망 넘치는 이 인간주의 철리를 실천하고 넓히며, 시대정신으로 삼아
인류의 숙명전환을 이루려는 것이다.
이케다(池田) SGI 회장은 말했다. "대성인께서는 '용기'라는 본지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발적현본을 만인에게 보이셨습니다. 이 대성인의 '용기 있는 마음'
을 자신의 결의로 하여, 모든 고난에 빙그레 웃으며 맞서는 것이 우리의 발적
현본입니다." ('어서의 세계' 제2권) 이 지침을 마음에 새기고 '더욱더 신심을
발휘하자는 마음'으로 지금 자신의 과제를 이겨내는 도전을 나날이 거듭해
나가길 바란다.
첫댓글 '회원을 격려하는 것이 바로 광선유포' ㅡ 이것이 이케다 회장의 신조였다.
('한계의 벽을 부숴라!' 206P)
어느 간부가 이케다 회장에게 질문했다.
"홍교가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라고.
이케다 회장은 말한다. "홍교는 반드시 됩니다. 민중을 구하기 위해 왔습니다.
자신의 사명을 완수해야 합니다."라고. 확신에 찬 지도였다. 이것을 계기로 100세대의 홍교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이 생겼다.
('한계의 벽을 부숴라!' 207P)
"법화경을 행하는 니치렌 등의 제자 단나의 주소는 어떠한 산야(山野)라도 영추산이니." (어서 811쪽)
이케다 회장은 분투하는 '영추산의 벗'과 '혼의 교류극'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케다 회장은 말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자신의 행복만 기원하면 안 됩니다. 타인의 행복을 함께 기원하는 것입니다."라고.
('한계의 벽을 부숴라!' 208, 20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