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조금 풀린 주말에 '함께 걸어요'팀과 양평물소리길 3코스 '강변이야기길'을 걸었다. 마침 오늘이 양평 5일장이 서는 날이다. 주말이고 장날인데도 '신.코.바' 영향으로 전철안이 한산하다.
나는 지난 번에 3코스 초반부 산길구간은 이미 걷고 스탬프도 찍었으므로 조금 늦게 출발해서 중간에 남한강 구간이 시작되는 옥천교 인근에서 합류해도 되지만 거리도 얼마 안되고 이왕에 걷는거니 일행들과 보조를 맞춰 처음부터 다시 걷기로 한다.
경의중앙선은 배차간격이 길어 한대만 놓쳐도 약속시간에 늦는게 단점이지만, 지상으로 다녀서 바깥 풍경이 지루하지 않고 옛날 기차여행 기분이 난다. 집을 나선지 약 두 시간 만에 약속 장소인 '아신역'에 도착하니 09:30이다. 57분에 도착하는 열차를 기다려 10시부터 남자 셋 여자 셋이서 걷기 시작한다.
엊그제보다 날이 조금 풀려서 많이 춥지는 않은데 들판이고 강변이라 찬 바람이 조금 불어온다. 하지만 다행이 바람이 거세진 않고 햇살이 따뜻하다. 양평이 원래 추운 동네라고 누군가 이야기 한다. 물가라서 더 그런가보다.
초반 산길엔 엊그제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 있어 운치를 더한다. 지난 번 보다도 눈이 더 많이 쌓여 있다. 이 팀은 다른 팀들과는 달리 천천히 걸으니 내 스타일과 딱 맞다. 사진을 찍느라 조금 뒤쳐져도 뛰어가지 않고도 곧 바로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니까. 실버님들이라 애초에 전체 걷는 거리도 무리하지 않게 짧게 택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가며 걷는다.
여유있게 천천히 걸어 마침내 물소리길인증대에 도착해서 3코스 스탬프를 찍고, 통나무에 걸터앉아 첫번째 휴식 및 간식타임을 갖는다. 나도 새로운 스탬프북에 다시 하나 더 찍어 둔다.
계속해서 옥천레포츠공원으로 내려서서 사탄천 징검다리를 건넌 후에 지난 번엔 그냥 지나쳤던 도로 건너편 옥천면옥 뒤쪽 마을에 조성된 옥천수(玉泉水)공원을 둘러본다.
옛부터 빨래터로도 쓰였다는데 따뜻한 지하수가 한겨울에도 마르지않고 계속 흘러 나온다고 한다. 손을 대보니 정말 신기하게 영하의 날씨임에도 손이 전혀 안시렵고 한참을 대고 있어도 차갑지 않을 정도로 미지근한 물이 콸콸 흘러나오고 있다.
공원 한켠 벤치에 붙은 시(詩)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늘 그리고 내일' (신봉균作)
아!
시간은
잘도 간다.
이제는
별이 쏟아지면
가슴에 쓸어
고마운 이에게
전해야지.
계속해서 사탄천변을 따라 걸어 지난번 끝마친 옥천교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굴다리 밑을 지나니 남한강 자전거길과 합류한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으로 고즈넉한 남한강변을 따라 걷는 길이다. 북한강이 다소 거친 남성적 느낌이라면 남한강은 잔잔하고 부드러운 여성적인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잠시 후 남한강변의 자전거 휴게소에서 두번째 커피타임을 갖고 간식을 먹으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간식으로 점심을 대체해도 될 정도로 많이들 싸오셨다. 떡과 과일, 군고구마, 군계란, 과자 등 주는대로 하나씩 받아 먹다보니 얼추 배가 차오른다. 점심을 안먹어도 되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덕구실보도육교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길은 남한강으로 바짝 붙어서 이어진다. 마른 갈대 너머 한겨울 오후의 햇살을 받아 운치있게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며 걷는다. 남한강변에 위치한 들꽃수목원의 펜스 옆을 걷다가 오빈교 옆의 아치형 목교를 건너가면 천주교 양근성지가 있다.
화장실도 들를겸 천주교 양근성지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인근의 물안개공원에서 마지막으로 단체 인증샷을 찍는다. 공원 바닥에 하얀 눈이 살짝 덮혀있어 운치있고, 언덕 위의 전망대로 오르는 데크계단이 보인다. 다음에 다시 올 때는 한 번 올라가 봐야지.
언덕 한켠엔 인공폭포가 있고 가수 김종환의 노래비가 있다.
'사랑을 위하여' (김종환 노래)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 수 있다면
물안개 피는 강가에서 서서
작은 미소로 너를 부르리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을 택하고 싶다.
......
양평읍내로 접어들어 마침내 목적지인 양평역에 도착한 시간이 14:00인데 간식 먹은게 어느 정도 소화도 되었고, 갈길이 멀기도 하니 늦은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양평 전통시장은 5일장인데(3,8장) 마침 오늘이 장날이라 시장 구경도 할겸 '양평 물맑은시장'으로 간다.
전통시장을 지나다가 어릴적에 보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짚새기를 꼬아 포장한 계란꾸러미(한줄 10개)를 발견하고 반갑고 신기해서 한컷 찍어 본다. 한쪽엔 정월 대보름을 맞아 양평에서 나는 각종 말린 나물들과 여러가지 곡식들을 봉지에 담아놓고 팔고 있고, 메주를 뛰워 짚새기에 매달아 놓고 파는 모습도 눈에 띈다.
규모는 작아졌지만 도시에선 찾아 보기 힘든 정겨운 시골의 장날 풍경이 아직 남아있는 시장 한켠의 식당에서 양평 한우로 만든 소머리국밥으로 요기를 한 뒤에 15:00쯤에 양평역에서 일정을 종료한다.
갈 때마다 느끼지만 두 시간 이상이 걸리니 이동거리가 상당히 먼 것만 빼고는 양평물소리길은 은근 매력있고 걷기 좋은 운치있는 길이다. 강화나들길과는 또 다른 왠지 좀 더 포근한 느낌......?^^
오늘은 약 11Km를 쉬엄 쉬엄 걸어서 4시간 정도 걸렸고, 걸음 수로는 약 2만2천보 가량 나왔다. 엊그제 한양도성 순성길(인왕산/북악산) 트레킹에 이어서 엊저녁 늦게까지 酒님?을 영접해서 사실은 오전엔 다소 좀 힘들었지만 멋진 길을 여유있게 걷다보니 점차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즐겁게 길을 걸으며 주말을 보내고 돌아오니 어느새 피로가 싹 가시고 마음까지 힐링이 된 듯하다.
첫댓글 어? 이 후기는 지난번에 봤었는데...아닌가요?
지난번엔 양수역에서 신원역까지 양평 물소리길 1코스 '문화유적길'을 걸었지요.(물론 저는 추가로 3코스 초입인 산길구간을 걸어 스탬프를 찍고 왔지만......)
수고 많으셨습니다. 후기 잘 감상했습니다.
금강님 고맙습니다.
정모가 취소되어 아쉽네요.
3월 정모에선 뵐 수 있길 바랍니다.
건강한 발걸음 이어가세요~.^^
달사랑님!
토요일에는 함께 걸어요 팀과 양평 물소리길 3코스를 다녀오셨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걷기에 나선신 것 같습니다~
건강 유의하시며 천천히 피치를 올리시길 바랍니디~
수고 많으셨습니다~
예, 서서히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지요.
한동안 안걸으면 안나가게되고 계속 걷다보면 계속 나가게 되니 걷기에도 관성의 법칙이 적용되나봅니다. ㅎㅎ
산타전님도 건강하고 즐거운 발걸음을 쭉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응원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