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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저녁 7시, 서울 종로구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 청계천 길가. 참가자들은 입당성가 '불의가 세상을 덮쳐도'를 함께 부르며 미사를 시작했다. 이날 미사는 이스라엘 당국에 구금됐다가 귀국한 평화활동가들의 건강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계속되는 전쟁과 폭력 속에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명과 자유, 해방을 염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함편익 신부(성골롬반외방선교회)가 주례하고 오기백 신부(성골롬반외방선교회)가 공동집전한 이번 미사는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JPIC 전문위원회,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JPIC 위원회, 서울대교구·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Korean Flotilla For Pal, KFFP)가 공동 주관했다.
5월 25일 함편익 신부가 오기백 신부와 함께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생명평화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장소현 기자
함편익 신부는 강론에서 성경에서 '영(Spirit)'이 '숨'을 뜻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오늘날 가자지구 사람들에게는 숨을 쉬는 것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함 신부는 "끊임없는 폭격과 봉쇄, 계속되는 집단학살 속에서 사람들은 문자 그대로 숨쉬기를 위해 고통받고 있다"며 "성령을 청한다는 것은 그들 안의 생명의 숨결이 꺼지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령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무관심을 태워버리는 '불'이라고 강조하며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고통이 우리 안에 들어와 더 이상 불의를 외면하지 못하게 되는 것, 그것이 성령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도전"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우리는 어떤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누구의 숨이 짓밟히는 현실 앞에서 침묵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며 "성령께서는 우리를 진실과 정의, 연대의 길로 이끄신다"고 말했다.
강론 끄트머리에는 "침묵 대신 진실을, 냉담 대신 사랑을, 절망 대신 희망을 선택하게 하소서"라고 기도하며 마무리했다.
참가자들은 교회 공동체와 전쟁 희생자, 분쟁지역의 고통받는 이들, 평화 활동가들을 떠올리며 함께 마음을 모았다.
교회가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고통받는 이들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발견하며,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헌신할 수 있기를 청했다.
또 전쟁으로 희생된 이들과 이름 없이 사라진 사람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죽음이 잊히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책임과 기억 속에 이어지기를 바랐다.
이어 가자와 레바논, 이란 등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폭력과 생필품 부족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기를 염원했다. 끝으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평화 활동가들의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 마음을 모으며, "일상의 작은 선택 속에서 폭력이 아닌 평화를, 무관심이 아닌 연대를 선택하게 하소서"라고 함께 청했다.
5월 25일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생명평화미사 참가자들이 "항해가 아닌 학살을 멈춰라", "팔레스타인에 해방을,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외치고 있다. ⓒ장소현 기자
미사 말미에는 KFFP 소속 나민(본명 권나민) 활동가가 최근 귀국한 평화활동가들의 상황을 전하며 연대를 요청했다.
그는 이스라엘 당국의 구금 과정에서 활동가들에게 심각한 폭력이 가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관련 상황을 충분히 안내하고 대응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며, 여전히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이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 있는 현실을 함께 기억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귀국한 활동가 가운데 한 명은 장기 입원 치료와 심리 상담이 필요한 상태라며 치료비 지원이 필요함을 전했다.
미사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나민은 귀국한 활동가들의 건강 상태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랜 시간 컨테이너 안에서 구금됐고, 탈수와 굶주림으로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구타와 심리적 충격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실제 상태는 훨씬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일을 단순히 전쟁이나 교전 상태로 볼 수 없다"며 "사람들을 구조적으로 기아와 빈곤 상태로 몰아넣고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쟁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우리 앞에 있는 현실"이라며 "팔레스타인의 해방은 우리 모두의 해방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5월 25일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생명평화미사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 소속 나민 활동가가 귀국한 평화활동가들의 상황을 전하며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 ⓒ장소현 기자
미사에 참석한 동우 활동가는 특히 최근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예수님 역시 점령의 역사 속에서 살아가셨고, 당시에도 점령지의 현실이 있었다"며 "지금도 팔레스타인이 점령 상태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우는 귀국한 활동가들의 건강 상태를 걱정했다. "선단에 탔던 활동가들이 좋지 않은 대우를 받았을 텐데,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분들의 항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활동가들 역시 더 단단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연대하는 이들에게 "팔레스타인의 진정한 자유가 올 때까지 우리가 멈추는 날은 없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 사회의 무관심에 대해서도 한국의 역사적 경험을 언급하며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역시 점령의 역사가 있는 만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미사에 참석한 아일랜드 출신 골롬반 신부를 언급하며 "아일랜드가 오랜 식민 경험을 통해 연대의 마음을 키워온 것처럼 우리 역시 그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는 귀국한 활동가들의 치료와 회복을 위한 치료비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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