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용인군 이동면에서 내렸습니다.
이동면은 동네가 큽니다.
그 곳에 사시는 큰매형은 나이가 70정도 되시는데
선비같으신 분이고 양반이시기에 동네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분이십니다.
내가 가까운 묵리에 살때 가끔 누나와 매형과 함께 와 봐서 잘 압니다.
내가 불쑥 나타나자 식구들이 깜짝 놀라며 반겨 주십니다.
그런데 워낙 자애롭고 생각이 깊은신 가족들이라서 그런지, 지금은 큰매형과 부인과 아직 시집가지 않는 노처녀 딸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내가 갑자기 불쑥 나타난 것이 궁금할테지만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그냥 매형과 누나와 아이들 잘 있느냐고만 묻습니다.
다른집 같으면
"왜 왔니?
도망쳤니?
쫓겨났니?
야단 맞았니"
궁금할테지만 내가 말 하기만을 기다립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녁때라서 우리들은 한 상에서 같이 저녁을 먹는데, 나는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참으며 억지로 먹는데 눈물이 밥그릇에 떨어집니다.식구들은 그런 나를 모른척 바라만 봅니다.
모두 식사를 마치고 상을 치우자 나는 비로소 입을 열었습니다.
"매형이 돌아가셨어요"
그러자 갑자기 모두 굳어 버립니다.
말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큰 매형이
아주 조용하고 작은 목소리로
"동호가 죽었단 말이냐?"
"예"
그러자 큰 매형이 벼락같은 울음을 터 뜨리며
"어허허허 이 무슨 청천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이냐 어허허허"
라고 울부짖습니다.
그러자 모든 가족들이 다 통곡을 합니다.
밤이 깊어가는데도 울음은 그치지 않습니다.
나중에는 울디가 지쳐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다가 다시 또 일어나 통곡하는 동안 날이 샙니다.
나는 큰 매형을 모시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우리가 경전 병원으로 들어가자 매형의 시신은 옥상의 시체실(지금은 영안실이라고 하지만 그때는 시체실이라고 함) 로 옮겨졌습니다.
넓은 시체실에는 매형 혼자 흰 홋이불을 쓰고 침대에 누워 계십니다.
큰 매형이 들어가시더니 홋이불을 벗깁니다.
큰 매형은 동생을 내려다 보시더니 얼굴을 자꾸 쓰다듬어 보시며
"야 이놈아, 네가 나보다 먼저가는 벱이 어디 있느냐 이 몹쓸놈아 어허허허"
황소같은 울음을 터뜨리는데 한참이나 그 통곡이 멈추지 않습니다.
다음날 우리는 돌아가신 매형을 관에 담고 성당으로 가서 장례미사를 지냅니다.
그리고 잠실 공동묘지에 매형을 묻습니다.
나는 이제는 다시 매형을 볼 수 없기에 내 마음도 그곳에 묻고 판자집으로 돌아옵니다.
큰 매형은 누나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 이동면으로 가기로 하였고, 나도 같이 가자고 하십니다.
그러나 나는 청주 도립병원에서 일 하는 작은 형에게로 가겠다고 하자, 말리지 않습니다.내가 이동면으로 간다면 무슨일을 할 것인가?
나는 그들과 하직하고 바로 청주의 작은 형에게로 내려 옵니다.
(계속)
첫댓글 어린 나이에도 침착하게 가족들 식사후 말씀 드릴수 있는 대범함을 존경 합니다,
긴 세월도 아닌데 파란만장한 나날을 꿋꿋하게 이겨오신 정신력도 대단하시고~
누님과 잠깐의 행복이였지만 작은 형님과도 행복이 연속되는 나날 이였으면 합니다,
수지님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저 아니라도 다른사람도 다 그럴껍니다 ^)*
3년간의 누나집에서 즐거웠던 삶도 그렇게 비극적인 마감으로 끝나는군요.
동생의 가족을 돌봐주려는 사돈되시는 매형의 형님에 고마운 마음씨에 집안의 착한 성정을 엿봅니다.
누나네 집에서 행복했던 시절은 추억속에 묻어 두고 청주에 있는 작은형에게 몸을 의탁하러가게 되는군요,
작은형의 나이도 스물살남짓 되었겠군요,
두형제는 갈등 없이 잘지내게 되는지?
청주에서는 또 어떤 일들을하게 되는지 걱정이 앞섭니다. 무디 더한 아픔 없이 평탄한 일상으로 이어지길 간구합니다.
뜻이 있는곳에 길이 있다고 합니다.
용기 잃지 마시길...
자하님 어서오세요 제가 유난히 기복이 많아요
그저 제 운명에 끌려다닐뿐입니다.
저에겐 의지할 데가 작은형 하나 분이고 너무 보고 싶어요
@형광등등 굽은 소나무가 고향 선산 지킨다고...
그래도 파란만장, 만고풍상 겪으시면서도 꿋꿋하게 살아내셨잖아요.
님이 진정한 위너이십니다!
엄지척!
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
매형이 사고로 하늘나라로 가셨군요
많이 힘드는 시간이겠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새로운 길에도
행운이 같이 하시기를 바랍니다
사랑벼리님 어서오세요 늘 감사해요
매형에 대한 명복의 기도는 하느님에게는 유효합니다 하하하
천사같으신 매형이
하늘천사가 되셨군요
너무 젊은 나이에 허망하게 가셨네요
또 방랑생활이 되신 님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궁금하면서도 마음이 아립니다
라아라님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또 다른 운명이 틀림없이 기다릴 것입니다 하하하
매형을 보내고 누나와도 헤어지고
새론 인생이 시작되었군요.
참 고마운 누나와 매형이셨는데요.
청주의 작은 형과
잘 지내셨기를 바랍니다.
저의 단 하나의 디붙이지요
작은 형이 너무 보고 싳ㅍ은것입니다.감사 베기꽃님
긴 세월를 생각하시며 써내려가시는 형광등님 지금도 생각하시면 마음이 아프실것 갖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ㅡㅡ
하느님은 왜 좋은 사람은 먼저 데려 가시는거여 살짝 원망도 해봅니다
마야님 오셨어요? 감사합니다.
맞아요 나쁜 놈들이나 일찍 데려가면 얼마나 좋아요 하하하
딸이 울외손녀들을 데리고 어제 울집으로 와 지금 북새통 중이랍니다.
믿고 의지하시던 매형이 돌아가시면서 형광님은 앞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되시겠군요. ^^~
예 순수수피아님 유난히 굴곡이 심하지만
때로는 기쁨도 있고 보람도 있고 좌절도 있고
자살까지 할때도 있어요 하하하
예전에 그시대를 사셨던
분들은 시절의 어려움이
처연한 마음을 키웠을까요?
요즘 젊은이들과는
어려움을 대처하는 생각과
극복하는 능력에 확연한
차이를 느낍니다
여정님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제가 늘 그것을 걱정합니다.
교육이 좀 잘못된 것으로 보여 집니다.
인간교육이 없어보입니다.가장 중요한 인간교육요
마치 며칠 전 일처럼 써 주시니 현재 진행형 같습니다.
형광등등 님께서 현재 작은 형님을 찾아 나선 듯한 느낌으로 읽고 있습니다.
큰매형님도 좋으신 분이라 누님 가족을 나몰라라 하지 않으시니 안심이 됩니다.
누님께서 그 아픔 다 견디시고 잘 헤쳐나가셔야 했을 텐데 그렇게 되어 훗날
반갑게 만나셨기를 바래 봅니다.
송초님 어서오새ㅔ요 늦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