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 헤어지자
상현에게도, 지아에게도 힘든 나날이 계속 되었다. 상현은 텅 빈 지아의 방을 볼 때마다, 집 안에 늘 있던 지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마다, 어디에서도 볼 수가 없는 지아의 모습이 생각 날 때마다 아팠다. 지아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지아가 사는 허름한 빌라 앞을 몇 번이고 찾아갔다가 하염없이 맴돌았다. 그럼에도 지아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힘든 쪽은 지아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매일 혼자 지내는 방은 생각보다도 더 두렵고 힘들었다. 간간히 선우가 찾아왔지만, 전혀 즐겁지 않았다. 늘 무언가 마음 한 편이 텅 비어있었다. 상현에게 아무렇지 않을 때 보자고 했지만, 날이 갈수록 더 보기 힘들 것 같았다.
그렇게 두 사람의 시간은, 그럼에도 흘러갔다. 마음이 아파서, 두려워서, 흘러가지 않을 것 같던 시간들은 금세 하루, 이틀 일주일... 그럼에도 흘러갔다.
“여보세요. 여기 송이원룸 앞인데, 지금....”
사건은 이십 여일이 지난 꽤 늦은 밤에 일어났다. 건물 앞에 사람들이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원룸 창문 너머 거세게 타고 있는 불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중 누군가는 119에 신고를 했고, 선우는 오늘도 역시나 제 때 밥을 챙겨먹지 않은 지아를 위해 이것저것 장을 봐온 커다란 봉지 두 개를 두 손에 들고 때마침 원룸 건물 앞에 도착했다.
“여보세요? 지아야, 어디야?”
선우가 건물 앞에서 전화를 걸었지만, 핸드폰 너머로는 지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까맣게 그을려 불길이 새어나오고 있는 쪽은 4층의 지아 방, 바로 옆방이었다. 선우가 그대로 빌라 안으로 허겁지겁 들어갔지만, 불이 난 402호의 현관문이 열려있는지, 불이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퍼져있었다. 워낙 관리가 안 된 허름한 빌라이기도 했고, 계단과 복도 곳곳에 신문, 화분, 잡동사니 등등이 너저분하게 놓아져 있는 것이 불을 더 쉽게 번지게 했다. 선우가 급하게 소화기를 찾았지만 소화기는 보이질 않았다. 불길이 거세졌고, 선우는 그대로 건물 입구까지 나와서 다시 한 번 초조한 마음으로 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켁켁.....”
“지아야! 어디야!? ”
“......연기가 창문에서 넘어와서... 나가려고 문... 열었는데....”
지아가 유독가스에 목이 막혀 연신 기침을 하면서, 상당히 당황했는지 말까지 더듬었다.
“문 닫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수건 물에 적시고 그걸로 코 막고 있어. 119 신고 했으니까, 금방 올 거야. 당황하지 말고!!!”
“문을 닫을 수가.....”
선우가 침착하게 지아에게 얘기했고, 지아의 목소리가 희미해지는 찰나, 선우의 어깨를 누군가 강하게 잡아 돌렸다.
“지아 방 몇 호에요!!!!”
어떻게 알고 왔는지, 상현이 놀란 얼굴을 하고 선우에게 소리쳤다.
“올라가봤자 불길이 너무 세서 못 들어가. 소방차 곧 올 거야.”
“몇 호냐구요!!”
상현이 다급한 어투로 말하고서는 주변을 휘휘 둘러보다가 선우의 손에 들려있던 검은 봉지에 시선이 꽂혔다. 그리고선, 검은 봉지 사이로 나와 있던 1.5리터 생수병을 망설임 없이 열어서 자신의 몸 이곳저곳에 급하게 뿌렸다.
“빨리 몇 호인지 말해요.”
상현이 다시 한 번 절박한 표정으로 물었다.
“403호..”
선우가 상현의 모습을 혼자서 멈춰버린 체로 보다가 대답했다. 선우는 억지로, 필사적으로 잡고 있던 끈이 툭, 하고 끊어져버린 느낌이었다. 상현은 선우의 대답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불길이 거세게 번지고 있는 불길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
지아는 선우의 말을 듣고 거의 기다시피 화장실을 향해 갔다. 불길은 이미 지아가 나가기 위해 문을 열었을 때, 지아의 방에도 들어와 번지고 있는 중이었다. 유독가스는 지독했고, 머리가 아파왔다. 그럼에도 정신을 차려야한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화장실로 기듯이 걸어갔다. 힘들게 손을 뻗어 물을 틀었고, 몸을 일으켜 수건을 잡았다.
“신 지아!”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듣는, 너무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그리고 목소리를 듣자마자 지아는 그대로 바짝 붙잡고 있었던 정신을 놓았다.
어린 시절의 모습부터 하나, 하나가 시간 순서대로 지아의 눈앞에 그려졌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상현이네 가족과 함께 여행가서 놀던 계곡이.... 초등학교 체육대회에서 계주를 뛰던 운동장이.., 그리고.. 부모님이 나란히 누워계시던 하얀 병실도....... 눈이 퉁퉁 부어 제대로 뜨지도 못했던 장례식장에도....... 고등학교 야자가 끝나고 함께 옥신각신하며 집에 돌아오는 길도... 너무 떨려서 아침도 제대로 못 먹던 수능 날의 풍경도..... 천천히 영화를 보듯이 하나, 하나 지나갔다. 그리고 그 안에선 한결같은 표정으로 자신과 함께 자라고 있는 상현의 모습은 빠지질 않았다. 슬픈 기억에도, 행복했던 기억에도 언제나 그가 있었다.
“......”
천천히 눈을 떴을 때, 모든 게 꿈이라는 걸 지아는 단숨에 깨달았다. 지금 지아의 옆을 지키고 있는 건, 평생을 함께 했던 상현이 아니라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선우였다. 그렇게 많이 본 선우의 얼굴이 이상하게도 낯설었다.
“어, 깼어? 괜찮아, 지아야?”
선우가 지아가 눈을 뜨자마자 놓치지 않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선우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꿈속에서 보았던 상현의 얼굴이 오히려 더욱 아른거렸다. 지아가 눈을 천천히 깜박거리면서 몸을 일으키려고 애썼고, 선우는 그런 지아를 도왔다.
“그냥 누워있지... 몸은 괜찮아?”
“....오빠...”
“응응..”
지아가 나지막이 목소리를 흘렸다. 그리고는 지아의 까만 두 눈에서 눈물이 뚝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상현이가... 보고 싶어...요....”
“......”
“정말...오빠한테 너무 미안한데..... 나... 상현이....가.. 너무...”
마치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어린 아이처럼 지아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상현이의 이름을 얘기했다. 선우가 그런 지아를 아이 달래듯 다정하게 안았다.
“괜찮아..”
잠시 지아의 등을 토닥이던 선우가 안고 있던 지아의 몸을 떼고 지아를 가만히 응시했다. 여전히 두 눈망울에서 눈물이 뚝뚝 타고 떨어지는 지아의 하얀 볼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미안해, 내가....”
“.....”
“내 욕심이었나봐.....”
선우가 여전히 다정스러운 말투로 목소리를 흘렸다. 선우의 말에도 상현이가 불길 속을 망설임 없이 들어가는 그 순간, 그리고 정신을 잃은 지아를 맨 몸으로 데리고 나오는 그 순간, 선우는 생각했다. 그 둘 사이를, 그 둘의 관계에 자신이 들어갈 틈이 없다는 것, 그리고 지아를 더 사랑하는 쪽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
“....그만 울고 상현이 보러 가자.”
지아를 아픈 눈으로 바라보던 선우가 슬프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우린 이제 헤어지자.....”
마지막까지도, 선우는 지아가 처음 봤던 그 모습 그대로 다정했다. 선우가 놓치지 않으려던 운명은 그대로 부서졌고, 그럼에도 선우는 그것을 받아드리기로 했다. 마음이 아팠지만.. 지아에겐 자신이 알기 전부터 지켜오던 운명이 있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
물을 흠뻑 적시고 불길로 뛰어들었기 때문인지, 상현은 큰 화상은 면할 수 있었지만, 곳곳에 경미한 화상 덕에 거즈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개 중에는 화상자국이 남을 수 있는 것들도 있었지만, 그보다 상현은 지아의 상태가 궁금했다. 상현은 줄곧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선우에게라도 전화를 해볼까하는 찰나 병실 문이 열렸다.
“.......”
상현이 무심결에 고개를 돌렸고, 문 앞에는 환자복을 입고 서있는 지아가 있었다. 갑작스런 지아의 출입에 당황한 상현의 눈이 동그래졌다.
“몸은.. 괜찮아?”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가만히 자리에 서 있는 지아를 보고, 상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가며 물었다. 상현이 가까이 다가가자 가만히 서 있던 지아가 상현에게 폭삭 안겨왔다.
“왜..왜그래..?”
당황한 상현이 몸 둘 바를 몰라 하자, 지아가 상현을 안은 두 팔에 더 꽉 힘을 주었다. 상현의 익숙한 가슴팍에서 지아는 엉엉 울어버렸다.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왔어여!!!!! 3일 만엥..
사실.. 제가..... 하고 있는 게 있어서 자주 올 수가 없어여ㅠ_ㅠ
원래 화 목 토 밤 시간에만 쓸 수 있는뎅.... 이게 막 또 어떤 부분은 잘 써지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은 정말.......너무..........안 써지고........그래서 요새는 주로 4일만에 온건뎅
늦는다고 하시는 분들이 마나서 슬푸네요.........ㅠㅠ 하지만 완결도 얼마 안남은만큼....ㅠㅠ 노력할게요
그래도 너무 자주는 못 오니까 이해 부탁드려요ㅠㅠ
그리고......
사실 글 후에 이어지는 작가의 말에는 글 속의 주인공들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고 싶지가 않았는데...
이번 편에는ㅠㅠㅠ 조금만 얘기할게요....ㅠㅠㅠ
댓글 달아주셨던 몇몇 분들에게 제 생각을 답글로 남기긴 했었어요..
글 읽어주시는 분들이 하루 빨리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고 싶어하시는 건 너무 잘 알고
저도..... 우울한 내용 보다 달달한 편이 정말 쓰는 것도 기분 좋고, 스토리 짜면서도 기분 좋고 잘 써지기도 하고ㅠㅠ
그렇지만......... 상현이와 지아의 관계에서 이별의 시간은 꼭 필요했다고 생각해요.
몇몇 분들은 상현이가 그간 지아에게 미운 짓 했던 것들 생각하면 상현이가 더 속상했으면 좋겠다고 하신 것처럼
상현이가 지아에게 주었던 상처들을 책임 질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둘 모두가 각자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 있길 바랐어요..
또한 지아가 힘든 시간 동안 함께 있었던 선우를 단번에 내치는 행동보다 그간 선우가 보여주었던 노력에
반만이라도 선우를 위해 노력했으면 했고, 반면 선우는 지아가 상현이 없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도 필요했고..
그렇기 때문에 의도치않게.......ㅠㅠ 정말 오랫동안 글 내용에 슬픈 얘기만 하게 되었는뎅...
독자님들이 너무 싫어하셨으니ㅠㅠ 제 스토리 짜임이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인물의 관계도나..
ㅠㅠㅠㅠㅠ첫 작품이니만큼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당ㅠㅠㅠ.....죄송해여....
정말 그래서 다음에 소설을 쓴다면, 밝은 분위기의 소설로 써야겠다고 저도 쓰면서도 몇 번이나 생각했어여...ㅎㅎ...
아무튼.......오늘은 잡담이 길었져ㅠㅠ....죄송해요
어쨌든 부족해도 늘 챙겨 읽어주시고 댓글로 이런저런 생각 달아주시고 감사합니당...ㅠㅠ
오늘 역시 찾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모두들 다음화에서 봬요!!!!!!! ♥
첫댓글 아....슬퍼.....결국헤어지고.....상현이한테 안겻데...ㅠ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9.29 22:55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0.02 22:23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9.29 22:52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9.29 23:0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0.02 22:29
선우가 안쓰럽긴 해도....상현이와 함께한 시간들이 있으니깐ㅠ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0.02 22:30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9.29 23:0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0.02 22:3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9.29 23:0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0.02 22:32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9.29 23:40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0.02 22:33
드디어 제가 바라던데로 ㅋㅋ
잼난글 감사해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0.02 22:34
작가님 벌써완결나면안돼요 ㅜㅜ상현이랑 지아 달달한모습 보여주셔야죠~! 그리고 전 이스토리좋았어요 선우의 헌신적인모습에 비해 상현이는 뻔뻔하게 나가는 모습이 좀 미웠거든요. 결론적으로 선우가 안타깝긴하지만 그래도 놓아줘서 다행이예요 ㅎㅎ 떨어져있는동안 더애틋하기도했어요
작가님 완결까지 힘내세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0.02 22:3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9.30 00:1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0.02 22:3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9.30 11:0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0.02 22:39
상현이 지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겟네요~ 가슴뭉클햇어요~ 선우도 좋은 남자지요~지아를 진심 사랑하고~
근데 상현이의 지아를 향안 사랑을 넘지 못한거지요~ㅠ 둘이 저렇게 서로를 사랑하는데~누가 뭐라겟어요~ㅎ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0.02 22:40
잘읽었습니다 작가님화이팅♥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0.02 22:40
삭제된 댓글 입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0.02 22:41
오늘 정주행했어요ㅠㅠㅠ상현이랑 다시만나서 다행이에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0.02 2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