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33세 주부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33살 먹은 주부에요.
32살 때 시집와서 남편이랑 분가
해서 살고 있었고요.
남편이 어머님 돌아가시고 혼자 계신 아버님 모시자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어느 누가 좋다고 할 수 있겠어요
.
그 일로 남편이랑 많이 싸웠어요.
위에 형님도 있으신데 왜 우리가 모시냐고..
아주머님이 대기업 다니셔서 형
편이 정말 좋아요.
그 일로 남편과 싸우고 볶고, 거
의 매일을 싸웠어요.
하루는 남편이 술 먹고 울면서 말
을 하더군요.
뭐든 다른 거는 하자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이번만은 부탁 좀 들어달라고..
그러면서 이야기를 하더군요.
남편이 어릴 적 엄청 개구쟁이였
대요.
매일 사고치고 다니고 해서 아버
님께서 매번 뒷 수습하러 다니셨
다고 하더군요.
남편이 어릴 때 골목에서 놀고 있
는데 지나가던 트럭(중간크기 트
럭)에 받칠 뻔 한 걸 아버님이 보
시고 남편 대신 부딪히셨는데 그
것 때문에 지금도 오른쪽 어깨를 잘못 쓰신대요.
그리고 아버님 하시던 일이 막노
동하셨는데 남편이 군제대하고
도 26살 때쯤까지 놀고먹었답니
다.
아버님이 남편을 늦게 낳으셔서 지금 아버님 연세가 68세 되셔요
.
남편은 33살이고요.
60세 넘으셨을 때도 막노동 하시
면서 가족들 먹여 살리고 고생만 하셨다고 하네요.
막노동을 오래하면 시멘트 독이
라고 하나, 하여튼 그것 때문에 손도 쩍쩍 갈라지셔서 겨울만 되
면 많이 아파하신다고 합니다.
평생 모아 오신 재산으로 마련하
셨던 집 장만 해 주신다고 팔고 지금 전세 사신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머님까지 돌아가시고 혼자 계신 것 보니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자주 난다고 합니다.
저희요.
전 살림하고 남편 혼자 버는데 한 달에 150만원 정도 벌어 와요.
근데 그걸로 아버님 오시면 아무
래도 반찬도 신경 써야하고 여러 가지로 힘들 것 같더군요.
그 때 임신도 해서 애가 3개월인
데, 형님은 절대 못 모신다고 못 박으셨고, 아주버님도 그럴 생각
이 없다고 남편이 말하는데..
그래서 넉 달 전부터 모시기로하
고 아버님 모셔 왔습니다.
처음엔 아버님 오지 않으시려고 자꾸 거절하시더군요.
늙은이가 가봐야 짐만 되고 눈치 보인다면서요.
남편이 우겨서 모셔 왔습니다.
모셔온 첫 날부터 여러모로 정말 신경이 쓰이더군요.
그런데 우리 아버님..
매번 반찬 신경 써서 정성껏 차려 드리면, 그것을 드시면서 엄청 미
안해하십니다.
가끔씩 고기반찬이나 맛있는 것 해 드리면 안 드시고 두셨다가 남
편 오면 먹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저 먹으라고 일부러 드시
지도 않고요.
거기다가 하루는 장 보고 집에 왔
는데 걸레질을 하고 있으신 것 보
고 놀라서 걸레를 빼앗으려고 했
더니 괜찮다고 하시면서 끝까지 다 청소를 하시더군요.
그리고 식사하시면 바로 들고 가
셔서 설거지도 하십니다.
아버님께 하지 말라고 몇 번 말씀 드리고 뺏어도 보지만 그게 편하
다고 합니다.
아버님은 제가 왜 모르겠어요.
이 못난 며느리 눈치 보이시니 그렇게 행동하시는 것 압니다.
저도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픕니
다.
남편이 몰래 아버님 용돈을 드
려도 그것 안 쓰시고 모아 두었
다가 제 용돈 하라고 주십니다.
어제는 정말 슬퍼서 펑펑 울었
어요.
아버님께 죄인이라도 된 듯해서 눈물이 왈칵 나오는데 참을 수가 없었어요.
한 달 전쯤부터 아버님께서 아침
에 나가시면 저녁때쯤 들어오시
더군요.
어디 놀러 라도 가시는 것 같아서 용돈을 드려도 받으시지도 않고 웃으면서 다녀올게. 하시면서 매
일 나가셨습니다.
어제는 아래층 주인아주머니께
서 말씀하시더군요.
“오다가 이집 할아버지 봤는데 유모차에 박스 실고 가시던데~”
이말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네 그래요.
아버님 아들집에 살면서 돈 한 푼 못 버시는 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불편한 몸 이끌고 하루 하루 그렇
게 박스 주우시면서 돈 버셨더라
고요.
그 이야기 듣고 밖으로 뛰쳐나갔
습니다.
아버님 찾으려고 이리저리 돌아 다녀도 안 보이시더군요.
너무 죄송해서 엉엉 울었습니다.
남편한데 전화해서 상황을 말했
더니 남편도 아무 말이 없더군
요.
저녁 5시 조금 넘어서 남편이 평
소보다 일찍 들어왔습니다.
남편도 마음이 정말 안 좋은지 아
버님 찾으러 간다고 하곤 바로 나
갔어요.
제가 바보였어요.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며칠 전부
터 아버님께서 저 먹으라고 봉지
에 들려주시던 과일과 과자들이 아버님께서 어떻게 일해서 사 오
신 것인지를, 못난 며느리 눈치 안 보셔도 되는데 그게 불편하셨
던지 아들집 오셔서도 편하게 못 지내시고 눈치만 보시다가 불편
하신 몸 이끌고 그렇게 일하고 있으셨다니..
친정에 우리 아빠도 고생만 하시
다가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신 아
빠 생각도 나고 해서 한참을 펑펑 울었습니다.
우리 아빠도 고생만 하시다가 돌
아 가셨는데..
그날따라 아버님 웃으실 때 얼굴
에 많은 주름과 손목에서 갈라진 피부가 자꾸 생각나면서 너무 죄
송해서 남편이 아버님이랑 들어
올 때까지 엉엉 울고 있었습니다.
남편 나가고 한 시간 좀 넘어서 남편이 아버님이랑 들어오더라
고요.
아버님 오시면서도 제 눈치 보시
면서 뒤에 끌고 오던 유모차를 숨
기시는 모습이 왜 그리 마음이 아
플까요.
오히려 죄송해야 할 사람은 저인
데요.
왜 그렇게 아버님의 그런 모습이 가슴에 남아서 지금도 이렇게 마
음이 아플까요.
달려가서 아버님께 죄송하다며 손 꼭 잡고 또 엉엉 울었습니다.
아버님께서 매일 나 때문에 내가 미안하다면서 제 얼굴을 보면서 말씀하시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
았어요.
아버님 손 처음 만져 봤지만요.
심하게 갈라지신 손등과 굳은살 베인 손에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
방안에 모시고 나서도 죄송하다
며 그렇게 펑펑 울었습니다.
아버님 식사 챙겨 드리려고 부엌
에 와서도 눈물이 왜 그리 그치지 않던지, 남편이 아버님께 그런 일 하지 말라고, 제가 더 열심히 일
해서 벌면 되니까 그런 일 하지 말라고 아버님께 확답을 받아 낸 후 세 명 모여서 저녁을 먹었습
니다.
밥 먹는 데도 아버님 손을 보면서 자꾸 가슴이 아팠습니다.
오늘 남편이 노는 날이라 아버님 모시고 시내 나가서 날이 좀 쌀쌀
해져서 아버님 잠바 하나랑 신발
을 샀습니다.
한사코 괜찮다고 하시던 아버님
께 제가 말씀드렸어요.
“자꾸 그러시면 제가 아버님 눈
치 보여서 힘들어요!!”
이렇게 말씀드렸더니 고맙다고 하시면서 받으시더군요.
그리고 집에 아버님께서 스포츠
를 좋아하시는 오늘 야구방송이
랑 낚시 방송 보시면서 너무 즐거
워하십니다.
조용히 다가가서 아버님 어깨를 만져 드리는데 보기보다 정말 왜
소하시더군요.
제가 꽉 잡아도 부서질 것만 같은 그런 아버님의 어깨, 지금까지 고
생만 하시고 자식들 뒤 바라지하
시고, 평생 헌신하시면서 살아오
셨던 아버님의 그런 자취들이 느
껴지면서 마음이 또 아파오네요.
남편한테 말했어요.
저 평생 아버님 정말 친아버님처럼 생각하고 모신 다
고요.
비록 지금은 아버님께서 불편해 하시지만, 언젠가는 친딸처럼 생
각하시면서 대해 주실 때까지 정
말 잘 할께요.
마지막으로 아버님, 제 눈치 안 보셔도 돼요.
제가 그렇게 나쁜 며느리 아니잖
아요.
아버님의 힘드신 희생이 없으셨
다면 지금의 남편도 없잖아요.
그랬다면 지금의 저와 뱃속의 사
랑스러운 손주도 없을 것입니다.
저 어버님 싫어하지 않고, 정말 사랑해요.
아버님 그러니 항상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셔야 돼요. 그리고 두 번 다시 그렇게 일 안 하셔도 돼요.
저 허리띠 졸라매고 알뜰하게 살께요. 사랑해요 아버님...
첫댓글 멋진 아버지,아들,며느님이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