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 충남 서해안 보령지방 산골마을에서 며칠간 있었다.
입향시조 이하 십여 대의 무덤이 줄줄이 있는 산골마을.
아내, 막내아들과 함께 내려갔다.
시제를 끝내자마자 막내아들은 도로 서울로 올라갔고, 나는 아내와 함께 텃밭에서 일하고, 시간을 내어 대천해수욕장으로 구경나갔다.
일했다라기보다는 늦가을의 정취를 즐겼다.
왕대나무를 톱으로 잘라서 장대를 무겁게 쳐들고는 감나무 꼭대기의 잔가지에 매달린 빨간 감을 땄으니까.
재래종 감나무는 키가 엄청나다. 감나무 나이가 60년쯤 되었기에 나무도 늙어서 감의 크기는 잘고, 쉽게 물러쳐졌다.
긴 장대 끝으로 감나무 잔가지를 겨냥하고는 비틀어서 꺾는 일이 무척이나 힘이 들고 어렵고, 때로는 고개조차 아팠다. 한 알씩 따고...
밤나무 밑에 떨어진 밤톨을 조금 주웠다..
대부분 벌레 먹은 흔적으로 밤톨에 작은 구멍이 뚫렸기에...
또 주인이 없는 텃밭이라서 그럴까 누군가가 손을 탄 흔적도 숱했다.
마을회관이 곁에 붙었고, 마을안길이 좌우상하로 이어지는 밭이기에 손 타기는 뻔한 것.
나는 서울에서 주로 살기에 텃밭 속의 작물은 어찌할 수가 없다.
마을 할머니들이나 들락거릴 뿐.
일전에도 그랬다.
예전 방앗간을 운영하던 쥐인집 여자(지금은 80대 초 할머니)가 내 작업복에 붙은 꺼럭(풀씨)를 손으로 잡아 뽑아내면서 '지아아빠, 우리 아들이 당뇨병이 있다고 진단받았는데... 당뇨에는 돼지감자가 좋다고 하대. 나 캐 갈 게요.'라고 말했다.
'몇 살인데요?'
'이제 마흔 넷.'
'왜 젊은 사람이... 다라도 캐 가세요.'
마을회관 바로 곁에 붙은 텃밭을 바라보았다. 도로변으로 돼지감자 줄기대가 서로 엉클어졌다.
누군가가 조금 캐 간 흔적이 남았다.
내 밭 귀퉁이를 잘라서 지은 마을회관이 쉼터이기에 동네 할머니(할아버지는 별로 없고)이 재주껏 캐 갈 게다..
나는 내 집 주변에서 조금만 캤다.
캘 시간이 별로 없기에...
빗물이 가득 찬 물통에서 물을 퍼서 네 차례나 씻은 뒤에 서울로 가져왔다.
돼지감자는 흙이 묻은 상태에서 보관하면 오래 보존하지만 물로 씻으면 겉/껍질이 다치게 마련. 거죽이 죽어가면서 금새 빈 껍질이 되기 마련이다.. 그래도 깨끗이 씻어야 했다.
서울로 가져와 아파트 수돗가에서 씼으면 흙탕물이 하수구 수채구멍을 메꿀까 싶기에...
이렇게 텃밭 일을 다가 서울 올라온 뒤로는 날마다 죽을 맛이다.
일거리가 없기에 공연히 화가 치밀고...
아파트 베란다 위에 올려놓은 크고 작은 화분 갯수를 헤아리니 62개이다.
알로베 베라, 염좌, 란타나, 제라늄 등의 화초류가 있고.
지난 10월에 충남 당진군 영전 황토마을 '꽃섬농원'에서 보낸 고구마 택배물 속에 차이브 식물이 덤으로 딸려왔다.
여덟 개를 화분에 심고는 날마다, 때때로 들여다보는 게 요즘의 일과이다
차이브를 심은 화분에는 통마늘 한 포기도 자란다.
싱크대 위에서 통마늘 한 알을 보았기에 심었더니만 싹이 터서 지금은 제법 크게 자란다.
화초 알뿌리인 것처럼...
(글감)
물렁거리는 감(홍시)을 먹으면 껍질과 씨가 나오기에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넣어서 버리기에는 좀 그렇다.
그게 거름이 되고, 흙을 부드럽게 할 것 같아서 베란다에 올려놓는 화분 속에 슬쩍 올려놓았다.
아내한테 들키면 지청구 먹을 게다.
(글감)
아파트 주방 옆 베란다에는 감자, 양파 박스가 있다.
감자, 양파에서 새싹이 튼다. ]
작은 과도로 감자싹을 두어 번 뜯어내다가는 화분에 몇 개 심을까 궁리 중이다.
먹을거리인 감자, 양파를 화분에 심으면... 이런 것도 화초 속에 들어갈까?
베란다 화분 속에는 잔챙이 쪽파가 몇 뿌리 있다.
얼마 전 아내가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시장에 사온 쪽파.
내가 하도 심심해서 쪽파를 다듬다가는 하도 작고 잘아서 껍질 벗겨 낼 수가 없었다.
수분 많은 화분 속에 살짝 심었더니만 제법 웃자란다.
텃밭만큼은 아니어도 작은 화분 속에서 쪽파를 키우니 나는 '화분농사꾼'인가?
사실은 화분도 크다. '컵농사꾼'이 더 어울릴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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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아들은 둘째매형이 교회 일을 도와달라고 하기에 시내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매형한테 쌀 가져 가라고 일러라.'
내가 말했더니만 아내는 막내한테 '차 가지고 가라'고 덧붙였다.
'차 가지고 안 갈래요.
지난 번 내가 시골집(충남 서해안 고향 산골마을)에 있을 때 동네사람이 논 농사를 짓고는 방아쪟서 쌀을 세 가마니를 가져왔다.
예전 내 어머니는 일꾼아저씨(머슴)을 두고 농사를 지었다.
그 논들은 이제는 겨우 열 마지기 쯤으로 줄어들었다.
이십여 년 전에 경지정리하면서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산업단지로 토지수용되면서 또 줄어들었다.
내가 논농사를 직접 짓지 않기에 이제는 논을 다 처분했으면 싶다.
시골 태생인 나조차 이럴진대 서울 아파트에서 자란 내 자식들은 농사는 꿈도 못 꿀 게다.
내가 오래 갖고 싶은 땅은 시골집을 에워싼 텃밭이다.
누대를 살아온 터이고, 훗날 아들(두 형제)이 혹시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터전으로 남기고 싶다.
이유 : 서해고속도로 진입로가 바로 코앞에 있고, 철도 역전과는 4km, .갯바다와는 3km 정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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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안에는 다육식물인 염좌가 여러 그루가 있다.
몇 해 전, 충남 보령시 고대섬 섬주민 할머니한테서 얻어 온 염좌 한 뿌리가 크게 굵게 자랐으며, 순을 잘라서 예닐곱 포기를 만들었다.
오늘도 줄기 예닐곱 개를 잘랐고, 며칠간 줄기 끝의 물기를 말린 뒤에 화분에 심어야겠다.
염좌는 자꾸만 늘어나고... 누구한테 나눠 줄까?
보령종합병원에서 입원했던 섬마을 할머니는 당시 아흔 살. 그 할머니는 지금도 섬에서 바지락을 캐실까? 아니면 저너머의 세상으로 떠났을까?
내년에 한 번 섬에 들어가서 확인해야겠다.
내 어머니 임종 말년에 지방종합병원 병실에서 만났던 할머니였는데...
나중에 보태자.
은근히 피곤하니까...
첫댓글 일거리를 만들어보시면 어떨까요 ?? 취미생활이라도요~ !!!
프랑스엔 누더기 노인들이 즐비하대요 가족간의 유대는 사라진지 오래라서 돈은 있어도 누구 같이 즐길 대상이 없는 쓸쓸한 노년들이요.. 우리도 그리되지 않을까요 ?농사는 정년이 없어 다행이지요
좋은 대안이군요.
아쉽게도 아내는 시골생활 부적격자이대요.
왜그리 벌레한테 물리고 쏘이고, 부르트고... 갯마을 출신인데도 ...시골생활에는 여영...
저는 시골생활이 훨씬 편하거든요. 일하는 게 무척이나 재미나는데...
식물을 들여다보는 재미... 수확하고는 별 상관도 없은... 그냥 키우는 재미, 일하는 재미인데...
부럽습니다.
꽃섬지기님의 사업이... 내년 봄철에 구경하고 싶네요. 서해안 시골집 내려가다가 살짝 에두르면 당진인데...
책속에 한페이지를 읽듯 읽었어요.^^
댓글 고맙습니다.
그냥 초안도 아닌 글감이지요.
식물을 키우고 들여다보는 재미가 솔솔하지요.
무엇인가 꼼지락거리면서 일할 수 있고, 식물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식물한테도 생각이 있다라고 억지 부르는 저이기에...
님의 댓글이 예쁩니다.
고맙습니다.
요즘 뜸하시기에 궁금했었는데
잘 보고 갑니다
가까우시면 우리밭에 오셔서
이것저것 심어보시라고
하고 싶네요 ~~
댓글이 정말로 이쁩니다.
일하는 게 재미나거든요. 어떻게 하면 더욱 잘할까 하고 더 생각하지요.
씨앗 하나도 소중히 여기고, 새싹 하나도 정성을 들이고 싶네요.
살아 있다는 것이 고마웁기에...
혹시 어느 곳일까요?
저는 서울에 있는데도 아직도 늦가을 끝자락인데도 마음은 서해안 시골 텃밭에, 내년 봄을 벌써부터 기다립니다.
무엇인가를 심고... 다듬고... 흙을 만지면 그냥 즐거우니까요.
앗.. 손톱의 때는? 몰라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1.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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