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의 역량이 평가를 받았다.
읽지도 사지도 않는 폐허에 새싹이 돋게 되었다.
9ㆍ10년전쯤 한강작가와 행사를 했었다
간단히 글을 쓰는 정도였지만 그 뒤에 맨부커상을 탔고 오늘은 노벨문학상을 탔다.
시인 고모모씨가 노벨상후보 어쩌고 할 때도 나는 언감생심 코웃음을 쳤다. 노벨문학상을 탈정도의 소설가들이 많은 현실을 모르는 자들이 하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결핍ㆍ고통ㆍ불행 등은 예술을 최고도로 성숙시킨다
한국은 식민지ㆍ동족전쟁ㆍ산업화 그리고 민주화와 외환사태를 한 사람의 일생 안에서 모두 경험한 지구상 유일한 나라다. 한국인만 할 수 있는 창작의 토양이 압도적으로 비옥하다는 의미다.
그 위대한 토양 위에 나온 소설이라는 결실이 꽤 오랜기간 외면당해왔다. 그게 억울해서 행사를 하게 된건데 다음세대에는 빛을 볼 것 같다. 내가 탄 상은 아니지만 울고 싶을 만큼 기쁘다.
한강 말고도 노벨문학상 가능작가가 몇 명 있는데 조정래 임철우가 유력하겠지만 근래 수상작들의 특징이 선이굵고 강렬한 전개보다 유하고 섬세한 내면을 그리는 작품으로 좁혀지는 추세다. 그래서 이들은 조금 불리하다.
그렇다면 이런 추세와 어울리는 작가는 누가 있을까. 모순적 설정으로 내면의 갈등을 끌고가는 , 이름하여 옥시모론으로 작품을 다루는 최수철이 유력하다. 얼음의 도가니처럼 제목부터가 모순인 소설. 그러면서 인간의 내면을 아프게 들여다 보는 소설. 내가 쓰는 소설의 모습이기도 하다.
내 소설은 속에 들어찬 무언가를 죽처럼 녹여내는 게 약하다. 덩어리를 녹이기 위한 여러 장치들이 필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법을 공부한 영향같기도 하다.. 더 열심히 많이 못 쓴 게 가장 문제인건 확실하다.
계기가 될 수 있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