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3대표팀 소집해서 선수테스트할 때 영남대와 연습경기를 했었는데 그때 썰 조금 풀어볼까 합니다.
당시 U23대표팀은 소집한지 얼마 안됐을 때라 그때 느낀 전술차이와 지도, 지휘방식에 대해 섣부르게 비교해서 얘기하기가 좀 그랬는데 이제 대회 끝나가니 조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영남대의 경우 김병수 감독이 서울이랜드로 부임하면서 코치였던 김현준 감독이 맡아서 이끌고 있습니다.
연습경기에서 사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김현준 감독의 코칭이었습니다.
3쿼터로 진행됐던 경기였는데, U23대표팀의 경우 1쿼터는 대학선수 위주로, 2쿼터는 프로선수와 대학선수 섞어서, 3쿼터는 프로선수 위주로 구성되서 영남대와 경기를 치뤘습니다.
1쿼터는 영남대가 완전히 잡았습니다. 대표팀에 소집된 선수들보다 더 잘해보이는 선수들도 몇 명 있었습니다. 그 경기를 지켜보던 프로선수 몇 명도 잘한다고 이야기 하더군요(여담이지만 거리가 있어서 잘 안들기긴 했는데 여기서도 선수들끼리 김병수 감독 이야기를 많이 하더군요). 일단 영남대는 K리그팀과 비교해도 전술적으로 잘 정돈된 느낌이 강했습니다. 일본축구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구요. 아무래도 최상위 스트라이커 자원이 부족해서 그런지 미드필더지역을 장악하면서 윙포워드의 침투를 노리는 전술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2쿼터는 확실히 프로선수들이 U23대표팀에 섞여있다보니 영남대 선수들이 처음부터 긴장을 하는 모습이더군요.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선수들을 만나면 좀처럼 자기 플레이를 잘 못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프로팀과 대학팀들 연습경기 소식이 많이 올라오는데 큰 점수차가 나는 것도 사실 대학선수들이 처음부터 주눅들어서 실점하고 나면 반정도 경기를 포기한 상태로 뛰어서 그럴 겁니다. 암튼 그런 와중에도 영남대의 미드필더 점유율은 잘 유지가 됐습니다.
그리고 2쿼터 때부터 김현준 감독의 코칭이 적극적으로 들어가더군요. 일단 벤치에서 코칭하지 않고 관중석으로 올라가서 하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아무래도 선수들의 움직임이 더 잘보이니 그렇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라인 올려야 돼. 괜찮아", "00야, 그냥 백패스하지 말고 키핑해서 반박자만 빠르게 치고 빠져나가봐. 된다니까", "힘들어도 빠르게 침투해줘야 돼. 그래야 뚫을 수 있어", "00야, 지금 자리 말고 (상대편)6번하고 8번 사이에 들어가서 한번 해봐봐. 괜찮아", "방금 움직임 좋았어. 지금 패스가 안 들어와서 그렇지. 그 타이밍에 움직여줘야 너가 골을 넣을 수 있단 말이야", "00야, 너 수비수잖아. 빌드업 잘하는 것도 좋은데 수비를 먼저 해야지. 마크 잘 신경쓰란 말이야", "안 될 것 같으면 반대쪽으로 그냥 길게 전환해버려", "타이밍 더 빠르게 압박해줘야 돼. 그래야 뒤에서도 수비를 하지"
감독이 스스로 전술적인 부분을 완전히 숙지하고 있고, 그걸 풀어내는 방법과 방식에 대해 준비가 되어있으니 확실히 디테일하게 지시가 들어가더라구요. 실제로 지시한 바, 가르쳐준 바를 잘 수행하면서 양껏 칭찬해주구요. 선수들도 큰 틀에서 목표하는 바를 일체감있게 수행하면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계속 보완해 나가는데 그럼으로 해서 전술과 선수들의 기량이 같이 좋아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오히려 김현준 감독이 프로감독 경력 가진 대표팀 감독처럼 느껴졌을 정도였구요.
이번 대회 보면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건 감독이 본인 전술도 잘 입히지 못했을 뿐더러 어느정도로 해야 실전에서 먹힐지에 대한 감도 부족하고 잘 안될 때나 생각보다 선수들 체력이 빨리 떨어졌을 때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 전혀 준비가 안되어 보였다는 거네요. 그러다보니 선수들 압박속도나 방향도 제각각이구요. 비효율적인 움직임과 경기리듬이 끊기는 상황도 많이 발생하구요. 특히 말레이시아전 초반 득점하고 수세로 너무 쉽게 전환하면서 선수들 헷갈리게 한 건 정말 최악이지 않나 싶습니다. 몇 몇 선수들은 어떻게 경기운영해야 하는지 당황해 하고 간격 벌어지니 수비수들 멘탈 나가구요.
감독 인재풀이 부족한 것도 맞겠지만 그렇다고 능력있는 감독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경기는 잘 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습니다. 괜찮다는 감독도 막상 잘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그래도 어느정도는 준비가 되어있어야지 개선할 부분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고, 선수들도 배우면서 성장을 할텐데 이번 대회는 많이 아쉽습니다.
첫댓글 김병수 전 영남대 감독과 현 감독인 전 코치가 같은 축구를 공유했다는게 느껴지네요.
네, 영남대 스타일은 잘 유지가 되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아무래도 김병수 감독님이 그만두시면서 당분간 선수수급에 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김현준 감독님도 조만간 증명하실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뭔가 차분하면서도 단호할 때는 단호하고 확실하게 선수들 칭찬해 주는 코칭이 김병수 감독과 말씀대로 잘 공유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길매직 인천 쉴드 노이해 ㅋㅋㅋㅋㅋ
동감합니다 간격유지부터 심각했죠
오 김현준 감독 코칭 스타일이 되게 인상적이네요. 어찌보면 감독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부분인데..
코칭을 할라면 저렇게해야지 김봉길마냥 내려와 올라와 이따위로 rc카 조종하듯이 지시하는건 최악
학교다니면서 자주 가서 보는데 컬러가 확실해서 재밌음..!
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