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질서를 문란시키는 부실 제약·도매 업체는 가혹한
구조조정을 통해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연구개발과 품질 보장 능력이 우수한 업체는 우대하고, 공정거래를 위반한 업체는 혹독하게 처벌하는 차별화 정책을 펴야 한다는게 주요 논거다.
이 같은 강경노선은
도매업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약 1700여 개의 업체가 난립, 지나친 가격 경쟁이 조장되고 있는 국내 도매업계에도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한 방법론 차원에서 통폐합이 요구되고 있는 것.
제네릭 시장 확대 등 도매 마진 축소…M&A 불가피특히 도매업체들간 대대적인 구조조정 움직임은 국내 뿐아니라 세계적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유럽에서는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강력한 약가인하 정책, 그리고 제네릭 시장 확대에 따라 마진이 인하되면서 도매업체들의 통폐합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IFPW 서울총회에 참석한 트레인 씨는 "빅딜은 아니지만 유럽시장에서는 도매업체들의 통폐합이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거대 기업간 M&A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의 각 국가가 추진하는 약제비 커버 프로그램은 도매업체간 M&A를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제약환경 또한 정부가 의료비 통제에 적극적이고, 특히 약가인하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유럽 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시장형실거래가제도와 11월 28일 시행되는 쌍벌제 등 새로운 제약환경은 도매업계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다.
시장형실거래가제도 하에서는 제품 구조가 비슷한 국내 제약업계 현실상, 도매업체간 경쟁은 불가피 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도매 이익률 감소로 연결되기 때문에 생존전략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A도매업체 관계자는 "쌍벌제가 시행되면, 위기 극복 차원에서 중소도매업체들이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도매업체간 과당 경쟁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과도한 제약수, 그리고 영세 도매업체 난립으로 꾸준히 지적받고 있는 비정상가격 시장이 형성, 변칙적 의약품 거래 발생 문제로 인해 '문을 닫을 것인지', '아니면 대대적인 통폐합을 시도할 것인지'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시장형실거래가와 쌍벌제 맹점은 의료비용 통제를 위한 약가인하에 있는 만큼, 유통 마진 인하 등 위기에 처한 도매업계가 무엇을 선택은 자명하다"면서 "때문에 국내 도매업계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당경쟁이 아닌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가 키워드로 급부상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위기에 처한 도매업체들은 유통선진화를 위해서라도 도매 대형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 지오영, 도매업계 M&A 신호탄= 이 같은 맥락에서 국내 도매업계에도 대형업체들 주도하에 자발적인 구조조정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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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구, 조선혜 회장 등 지오영 경영진이 대전 소재 대동약품을 인수, 전국 팜 네트워크 구축이 완성단계에 들어섰음을 발표하고 있다. |
특히 전국 팜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는 지오영은 국내 도매업계에 M&A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동안 서울 및 수도권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지오영 그룹의 전국 팜 네트워크 체계는 춘천연합약품을 통한 강원지역 진출부터 시작됐다.
이후 지오영은 제주지오영 설립, 영남지역 진출(청십자약품과의 제휴), 호남지역 진출(전주약품 인수)까지, 전국 팜 네트워크 완성 '초읽기'를 알린 바 있다.
지오영의 전국 팜 네트워크 구축 노력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타 지역 진출을 위해 대전 대동약품을 인수했고, 서울지역 약국 영업망 확장을 위해 명성약품의 약국 영업권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조선혜 회장은 지오영 M&A와 관련 "'내것'이 아닌 '우리의 것'이 되는 바람직한 형태"라고 강조했다. 지오영의 M&A는 쌍벌제 시행 등 새로운 제도하에서 자생력 없는 회사들이 모여 자구책을 마련하는 '지역별 통합의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조 회장은 이어 "현 의약품 유통 시장은 제약사와 약국 등 고객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도매 대형화가 필수"라면서 "이제는 대형 도매업체간 M&A가 구체적으로 논의 돼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 불붙은 도매업계 M&A= 지오영이 M&A 신호탄을 쏘아 올린 후 'M&A붐'은 도매업계를 지속적으로 강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OTC전문 업체와 ETC전문 업체가 만나 지주회사를 설립한 사례.
최근 OTC전문 업체인 송암약품과 ETC전문 업체인 기영약품의 합병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B도매업체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탄탄, 병원거래가 안정적인 기영약품과 약국 시장에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송암약품의 만남은 눈여겨 볼만하다"고 평가했다.
거래처는 서로 다르지만, 규모가 비슷한 두 도매업체가 각자의 영역을 지킬 수있는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합병에 성공함에 따라 사업 다각화 등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의미에서다.
또 다른 도매업체 관계자도 "일본의 경우 5개 지주회사체제로 도매가 운영되고 있어 바잉파워가 강하다"며 "일찍부터 이 같은 체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는데 송암과 기영이 모범적 선례를 남겼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국내 업체간 M&A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서울소재 병원주력 도매업체 데아체파르마가 약국주력 업체 호림약품을 인수·합병했고, 지난달에는 아세아약품이 경원약품을 인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