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전날 대정부질문 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자신에게 ‘쓰레기’ ‘빨갱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항의하기 위해 이재명의 단식 농성장을 7일 방문했다.
태 의원은 이날 이재명을 찾아 “아니 제가 웬만하면 넘어가겠는데, ‘빨갱이’, ‘북한에서 온 쓰레기’, ‘공산당 부역자’, 이런 말이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의자에서 할 말이냐”며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태 의원과 민주당 측 인사들 간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 마련된 이재명 단식투쟁천막을 찾아 이 대표에게 항의 중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끌려나가고 있다.
태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재명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려고 시도하며 “어제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대정부질문을 하는 도중 저를 향해 막말을 넘어선 원색적인 막말을 했다”며 “빨갱이, 북한에서 온 쓰레기, 공산당 부역자. 이런 말이 국회 그것도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 의원께서 원내대표를 찾아가라고 말했는데 제가 왜 이재명을 (찾아왔냐면) 이재명이 결정할 사안이기 때문에”라며 “저에게 몇 분 동안 북한에서 온 쓰레기라고 외친 박영순은 가만두면 안 된다. 당에서 출당시키고 그리고 국회의원직 책임지고 박탈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이재명 지지자들은 태 의원을 향해 “꺼져라”, “빨갱이” 등 폭언과 욕설을 했고, 현장에 있던 김원이·조정식 등이 태 의원을 끌어내리는 등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재명은 태 의원이 말하는 동안, 그리고 쫓겨나가는 상황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천막에서 쫓겨난 태 의원은 그 옆에서 준비해온 항의서를 읽었다. 태 의원은 “어제 국회 대정부질문이 열린 본회의장에서 저는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저를 향해 ‘북한에서 온 쓰레기’ ‘빨갱이’ ‘공산당 부역자’라고 막말 인신공격을 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특히 박영순은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분 동안 저를 향해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네’라며 북한 김정은 정권이 저에게 한 욕설을 그대로 했다”며 “죽기를 각오하고 대한민국에 자유를 찾아온 저를 쓰레기라고 한 박영순은 동료 국회의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내팽개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나아가 박영순은 북한 김정은 정권과 같은 시선으로 탈북민을 바라보고 있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내가 대정부질의에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7년째 하지 않고 있는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이런 것이 바로 공산 전체주의에 맹종하는 것’이라고 한 말이 무엇이 틀렸는지 민주당은 답변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재명을 향해 “유치원에서도 아이가 친구에게 ‘쓰레기’라고 하면 그 부모들도 ‘그런 말 하면 안 돼’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동료 국회의원에게 ‘쓰레기’라 하는 것을 이재명은 지켜만 볼 것인가”라며 “민주당은 박영순을 당에서 출당시키고 국회의원 자격을 박탈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성명을 읽은 뒤 기자들과 만나 “미리 공지도 했는데 왜 이렇게 의원들이 나와서 가로막고 있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지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면 이재명이 만나겠다고 하는 것들도 쇼인거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범죄자, 쓰레기라는 표현을 계속하는데 어제 그냥 쓰레기도 아니고 북한에서 온 쓰레기라고 해 저는 제 귀를 의심했다”며 “대한민국 국회에서 그것도 유튜버가 아니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런 말이 다수당 의원들 속에서 집단으로 몰려나오는 지금 이 정치 현실이 정말 참담하다. 이러한 철지난 색깔론, 원색적 발언, 빨갱이론을 빨리 대한민국에서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원하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재명 면담을 또 요청할건지 묻자 “계속 찾아오겠다. 오늘같이 등 떠밀려 나가더라도 또 찾아오겠다”고 답했다.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은 윤미향의 조총련 행사 참석을 비판하면서 민주당이 조총련과 북한의 인권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고 맞섰다.
태 의원은 “북한 인권문제 가해자이자 폭압자, 김정은 편을 들면서 북한 인권 문제만 나오면 입을 닫고 숨는 민주당은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가질 자격도 없는 정당”이라며 “이런 것이 바로 공산 전체주의에 맹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태 의원에게 “정체가 뭐냐”, “여기가 북한이야”, “민주주의 기본을 이해하라”고 외쳤다. 박영순 (민주당)이 “쓰레기”라고 말하자 태 의원은 “쓰레기? 야 박영순 너 말 똑바로 해”라고 응수했다.
장내 소란이 계속되자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말씀하더라도 쓰레기 등 인신 공격적인 발언은 하지 말라. 조용히 해 주길 바란다”며 상황을 진정시켰다.
이와 관련해 박영순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태 의원이 민주당을 향해 먼저 쓰레기라고 지칭했다며 “태 의원은 사과를 요구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태 의원이 지난 4월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을 “Junk(정크·쓰레기) Money(머니·돈) Sex(섹스) 민주당, 역시 JMS 민주당”이라고 비난했다가 삭제한 일을 거론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상 야당을 겨냥해 ‘반국가 세력’이라고 지칭했다”며 “윤 대통령과 태 의원이 먼저 야당을 향한 비난과 모욕에 대해 사과한다면, 저 또한 태 의원에게 사과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