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 후 빈 가슴을 헤집고 들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여름이 아직도 멀었건만
예쁜 가을이 기다려진다.
높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니 남녘하늘 아래에서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그리운 이들이
자꾸만 빈 노트에 그려지니 시원한 바람 하나에 내 마음이 춤을 추다니 아직도 난 청춘인가 보다.
오래 전 친한 친구 몇 명이서 아침마다 관악산에 갔었다.
특별한 일만 없으면 열심히 산에 올랐는데 아침마다, 계절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산의 매력에
흠뻑 젖어서 몇 년을 그렇게 지냈다.
아침산행이라 긴 시간의 산행도 어려워 매일 거의 같은 길을 가곤 했는데 아침마다 마주치는 웅장한 바위,
늘 푸른 소나무, 크고 작은 봉우리들, 투명한 샘물, 좁은 공간에서 옹기종기 살고 있는 억새풀, 길을 가로막고
서있는 소나무 뿌리 등에 정이 들게 되었고 어느날인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으니
'그래 이 정든 자연물에 보고픈 이들의 이름을 붙이는 거야. 그럼 매일 그들을 만날 수 있잖아'
나는 그들에게 보고픈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붙혀주게 되었고 매일 아침이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운동도 하고 친구들과 정담도 나누면서 덤으로 그리운 이들과의 만남과 속삭임까지 있으니 일석삼조의 즐거움이었다.
산행하면서 만나는 부모형제, 친구, 선후배, 좋아했던 여인, 아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몇 명의 사람들 그들과의 인연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내가 소홀했던 점들을 반성도 하면서 인연의 끈을 더욱 단단히 조여보자고 다짐을 하곤 했다.
산 정상까지 가면서 만나는 십여 명의 지인들과의 추억에 젖다보면 힘든 줄도 잊은 채 어느덧 정상이 발 아래에 있으니
그 정상이 바로 나의 부모님이었다.
행여 아플까 봐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으며 부모님에게 인사를 하고 하산을 하게 되는데 하산길에 다시 만나는 보고픈
이들에게 내일의 만남을 약속하며 석별의 정을 나누곤 하였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자연물에 보고픈 사람들의 이름을 붙여주는 습관이 있어서 고향친구들과 가끔 가는 북한산의
밤골에서 백운대 사이에서 만나는 바위와 봉우리에 몇 명의 이름을 붙여놓았으며,
거실에서 보이는 양천공원의 예쁜 단풍나무 몇 개에도 그리운 사람들의 이름을 붙여놓고
집에 혼자 있을 때면 거실에 앉아 눈에 또렷이 보이는 단풍나무들을 바라보며 그들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보고픔을 달래곤 한다.
60 억이 넘는 인구 중에서 인연의 끈을 맺은 정말 소수의 사람들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하 고 의미가 있는 존재인 줄
새삼 자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인간적 도리를 최대한 다하려 노력하며 살아야겠다.
조만 간에 소홀히 대접했던 관악산을 찾아가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야겠다.
오랜만에 만나는 나의 님들이 들려주는 따뜻한 얘기들을 듣고 나의 힘든 일들도 얘기 하면서 소문날 일이 없는
진솔한 대화를 마음껏 나누며 나의 영혼을 그날 하루 만큼은 관악산 자락에 묶어두련다
몸은 비록 멀리 있지만 마음만은 늘 가까이 있는 보고픈 이들의 얼굴을 가슴에 안고 다짐해 본다.
먼 먼 곳으로 떠나는 날까지 그들을 가슴으로 사랑하리라고.
첫댓글 사랑지심이 글 쓸 때 뿐임을 알지만...
진정으로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질고 바위나 나뭇잎에 새기지 않는다고 하더만 매지
님은 아름다운 마음속에 새기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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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해 주신 도봉산산행 
거웠습니다.
마음에 새기면 용서가 되나요? 데리고 가 줌에 감사드리며 진정으로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자연과 동행할 수 있는 산꾼 모임이 되길 소망합니다.
매지구름님 만나 뵙게되서 방가왔습니다...자주 뵙기를 희망해 봅니다....
저도 반가웠습니다. 구수하게 노래를 잘 불러서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닉네임은 몰랐었는데 이제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부라보'ㅎㅎ 댓글에 감사드리면서...
더한 사랑하시는 온전한 6월한
잘보내시고요..담산행때는 뵐수 있겠지요.
사랑을 줄 수 있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6월이길 저도 간절히 바랍니다. 도봉산의 오봉처럼 언제까지나 멋진 바윗돌님이길 바라면서...ㅎㅎ
시인 윤동주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자신의 맑은 심성을 '별헤는 밤'이라는 詩를 통해 이야기 합니다. 옛 추억의 그리운 이름들을 하나하나 되 짚으며 불러보는 패,옥,경... 하고 말이지요.님의 글을 읽자니 님께서 붙이시는 그 이름자에 불현듯 윤동주님이 떠오르는군요. 늘 고운 생각으로 추억을 보듬으시는 매지구름님! 멋진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여여하시구요~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가을날 부드러운 미풍에도 흔들릴 것만 같은, 겨울날 함박눈 한 송이에도 울어버릴 것만 같은 윤동주 님의 맑은 영혼을 느낄 것만 같은 밤입니다. 어쩌죠? 오늘은 칠흙 같은 어둠에 별을 헬수 없으니. 댓글에 불현듯 시가 쓰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어머니, 어머니...' 였지요 아마, 기억이 어슴프레 하군요. 좋은 밤 되십시요.
그리운 이들을 만나러 산으로 가야겠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사루비아 님의 그리운 이들이 궁금합니다. 사루비아의 선홍색 꽃빛깔처럼 오늘 하루 열정적으로 살아보자구요.
오늘도☆(*^_____^*)V☆즐거운하루되세요~~☆ ∴\(^0^)/∵이만큼 행복하세요..^^
볼아 님도 유쾌한 하루 되세요. 행복도 하늘 만큼 땅 만큼...
만나뵙게 되어서 반가웠읍니다...담 산행때 또 뵙겠읍니다...
저도 반가웠습니다. 항상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로운 나날이길 바랍니다.
궁금했던분 만나뵈서 반가웠습니다,그리고 복분자음료 고마웠습니다.
저도 반가웠습니다. 중량(?)감 있고 투박하면서 때론 야하기까지 한 재치 있는 말솜씨에 여러 번 웃었습니다. 복분자는 어머님이 재배해서 손수 술로 만든 거랍니다.
매지
님이 칠순이 생각이 나게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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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칠순이 생각이 나는지 전 감이 안 오네요. 혹 여성봉이 칠순이? ㅎㅎ 활기찬 하루를 만들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