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신화(海外新話), 1849년 출판. 저자. 미네타 후코
해외신화는 아편전쟁의 개략을 서술한 책인데요, 저자는 현재 교토부에 위치한 타나베 번 출신의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유학과 국학 그리고 난학을 두루 섭렵한 나름 뛰어난 지식인이었으며 여러 루트를 통해 아편전쟁에 대한 정보를 읽고나서는 이를 보다 널리 확산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그는 <아편전쟁>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약간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또는 그도 잘 알지 못해서.... ) 풀어쓰려고 했고, 이해를 돕고자 삽화도 풍부하게 삽입했습니다. 그 결과가 <해외신화>입니다.
인터넷엣 <해외신화>의 영역본이 무료로 공개되어 있어 이의 첫번째 장 먼저 한국어로 번역하여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서문
거대한 포문들은 하늘을 떨게하였고 단단한 성벽을 허물어버렸다. 야만인들의 군함은 중국 항구에 들어왔고 중국병사들은 도망갔다. 주요 거점들이 버려졌으며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바람이 학을 짜증나게 한다면 함선에서 발포되는 탄알은 학을 더욱 못살게 군다.
이러한 재앙을 불러온 것은 임칙서 장관이었다. 아편을 금지하는 그의 법령은 벼락처럼 다가왔고, 그가 취했단 조치들은 중용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의모든 노력은 오직 분노만을 불러일으켰다. 먼저 국지적인 소요사태가 발생했으며, 바다에서 온 금수들로 인해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전장의 안개는 날을 어둠게 만들었으며, 백색과 흑색의 악마들이 백성들의 집을 파과했다. 매서운 바람은 나무들을 흔들었고 시체들이 거리를 매웠다. 현지의 지휘관들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임무 앞에 흐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모든이가 외국인과 무역을 개방했던 것을 마땅히 후회할 것이다. 비록 북쪽지방의 사람들은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남쪽지방은 크게 고통을 받았기에 조정의 황제는 흐느끼면서 평화를 구걸했다. 아아! 평화는 대가는 황금 수백만냥이로다! 야만인들의 치솟는 권위는 이 황금으로 산 것이로다!
지금 저들은 바다 너머 동쪽을, 저 멀리 바다에 둘러쌓인 우리 신주(神州)까지 바라보고 있다. 하늘은 우리에게 중국의 사례로부터 교훈을 주었다. 우리들은 외국인들을 배려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국익을 생각할 것인가? 이 사건은 섬나라인 우리나라에게 무엇보다 긴급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모든 것을 다해 대비를 해야 한다. 신풍(神風)이 저들의 수많은 군함을 침몰시키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준비하여 저들이 몇몇의 생존자밖에 남지 못하게끔 해야 한다.
제1장 - 영국에 대한 간략한 소개 (원제: 영길리국기략)
영국은 서유럽에 위치한 강대한 국가이다. 중국인들은 다양한 단어로 잉글랜드를 표기하는데 최근에는 저들을 영국금수라고 지칭하고 있다. 잉글랜드 북쪽에는 스코트랜드라는 국가가 있다. 스코틀랜드는 본래 오랫동안 독립국가였으나 앤 여왕이 재위하던 1707년 당시 합병되었다. 이는 잉글랜드 서부에 위치한 아일랜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통해 '그레이트 브리튼'이 되었다. 이 왕국은 52개의 주로 구성되어 있고 62명의 제후들이 다스린다.
남쪽으로는 칼레 해협이 잉글랜드와 프랑스, 네덜란드를 나눈다. 해협은 오직 12~13리에 불과하며 바람이 좋을 때는 하루만에 왕복할 수 있다. 영국의 해안은 높은 암벽과 암초, 그리고 사나운 해류 때문에 접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영국의 이웃국가들은 영국을 침공하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세계를 정복하고자 했던 프랑스의 위황(僞皇) 나폴레옹처럼 대단한 영웅도 영국에 대한 해상침공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영국은 고대로부터 왕과 여왕들이 다스렸다. 지금의 군주는 빅토리아 여왕이다. 그녀는 왕위에 오른 후 두 명의 제후를 남편으로 삼았고 그녀의 양 옆에 앉도록 했다. 그녀를 알현할 때에는 제후들은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에 입맞춤을 한다.
영국의 수도는 런던이다. 템즈강 옆에 위치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집들은 빗살처럼 촘촘히 위치해있다. 거대한 다리가 강을 가로지르는데 넓이가 9미터, 그리고 길이가 405미터에 달한다. 또한 새 개의 가로등이 밤에 보행자들의 길을 비춘다. 강가에는 포대가 배치되어 있어 방비를 튼튼히 하고 있다. 또한 세계 곳곳의 상인들이 곡물, 광물, 직물 등 수많은 상품들을 거래하는 시장도 곳곳에 위치해있다.
영국 수도의 인구는 105 만 명에 달한다. 대학은 두 개이며 수천의 학생들이 거기서 공부한다. 영국의 여자들은 지나치게 헤프며 순결함에 대한 생각이 없다. 런던의 평민들은 매일 술을 마신다. 여인들은 서로 남자를 꼬시기에 바쁘며 만족을 모르는 남자들은 여자들의 열정을 활용한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그들의 사업에 있어 야심이 넘치는 종족이다. 그들은 전 세계를 누비기 위해 거대한 상선을 건조하였고 그들의 상업활동은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고 있다. 영국의 상선은 28,080 척에 달하며 이를 관리하기 위한 관료들은 185,000 명에 달한다. 왕실에는 100척의 함선이 소속되어 있으며 각 함선마다 40개에서 120개의 포문이 부착되어 있다. 영국의 깃발은 적색, 청색, 그리고 백색인데, 그 중 적색을 가장 숭상한다.
인도에는 124척의 영국 군함이 있다. 그리고 4,000명의 관료들이 주재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징집된 대규모 군대도 있다. 영국은 18세~45세 사이에 있는 남성 일곱에 하나를 징집한다.
(영국 군대의 편제 관련해서는 중략...)
그 모든 서양의 야만인들 중에서 영국이 가장 막강하다. 약소국은 바로 정복해버리며 보다 강한 나라를 상대할 때에는 상대가 완전히 지칠 때까지 물고 늘어진다. 그리하여 지금의 세계에는 영국의 지배를 받는 땅이 하늘의 별처럼, 그리고 평야의 초목처럼 많다. 자국의 방비를 생각한다면 영국을 결코 저 멀리 있는 서양 야만국 중 하나로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삽화>
세계전도
색칠된 부분은 영국령
영국군
영국군함
당시 일본 지식인들이 느꼈던 위기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책의 구성으로 봤을 때, 먼저 영국이 어떤 나라인가를 설명한 다음, 아편전쟁의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인상적입니다.
첫댓글 잘 봤습니다.
19세기 중반쯤에는 일본에도 세계지도를 알고 있는 상태였군요.
그냥 말이나 글로만 그쯤에 뭐가 있다가 아니라, 지도로 파악할 수 있는 상태였네요.
세계지도쯤이야... 애초에 오다 노부나가 시절에 이미 지구본이 선교사에 의해 진상되었죠. 세계지도는 서양과 교류하면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단지, 문제는 그걸 믿느냐의 여부. 일본 지식인들은 노부나가로부터 백년 뒤까지도 세계가 둥글다는 것을 부정하는 자들이 많았다죠.
@수아로그 16세기에 이미 지구본이 있었나요? 생각보다 지리 측정이 정확했나 보군요.
전 저 위 지도가 이전에 보였던 지도들 보다 의외로 꽤 정확해서 놀랬거든요.
@페이드 애초에 대양항해를 하려면 정밀도 높은 지도는 필수라서요. 유명한 메르카토르 도법이 1569년에 나왔죠.
다만, 노부나가에게 진상된 당시의 것은 지구본이라고 해도 교류가 없던 조선 같은 곳이나 아직 발견 안 된 호주 대륙 등은 해안선이 두루뭉실하게 그려지거나 아예 생략된 것이긴 합니다.
@페이드 서양이 단순히 바다로 나가서 모든걸 거머쥔것이 아니라. 그 바다로 나가서 그 바다를 이용할줄 아는법. 즉 항해를 위한 정밀한 지도를 그 지도상에서 자신들의 위치와 방향을 알기위해서 기술을 총집적해서 눈부시게 나간것이죠. 필요에의해서 기술이 발전하는법이니까요.
음음...
자세하게 잘 알고있네요 대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