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신세계, 그곳에 우리 교회는 있나?
메타버스라는 신세계가 열리고 있다. 이 신세계를 교회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메타버스 안에서 교회는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로 사역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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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림교회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된 메타버스 화면 |
메타버스는 ‘다음’ 혹은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 혹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보통 ‘현실을 초월하는 세계’로 이해한다.
메타버스에 들어갈 수 있도록 창구 역할을 하는 ‘플랫폼’은 다양하다. 우리나라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로는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네이버가 출시한 <제페토>(zepeto.me)이고, 다른 하나는 SK텔레콤이 선보인 <이프랜드>(www.ifland.io)이다. 이 두 가지 ‘토종’ 메타버스 플랫폼은 모바일에서 앱을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게끔 해놓아 모바일 전용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오히려 컴퓨터가 설치된 공간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장점을 나타내기도 한다. 모바일로만 접속한다는 점에서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토종’ 메타버스를 체험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SK텔레콤이 제공하는 이프랜드는 고사양의 모바일(아이폰11이상, 안드로이드 os 8.0 이상)이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SK텔레콤은 <이프랜드>를 세계 80개국에 진출할 것이라고 알렸다. 네이버는 <제페토>는 2022년 3월 현재 가입 인구수가 3억 명을 돌파했다고 알렸다.
‘토종’ <제페토>와 <이프랜드> 외에 외국 회사(미국)가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도 여럿 있다. <게더타운>,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등이다. <게더타운>(gather.town)은 현재 1천만 명 이상이 사용 중이다. <로블록스>(www.roblox.com) 경우 하루 평균 접속자가 4,200만 명이며, 월간 활성 이용자는 1억 5천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 <마인크래프트> 역시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억 2천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세 가지 ‘해외’ 메타버스 플랫폼은 모바일 외에 PC로도 메타버스를 체험할 수 있다. 한국 토종 플랫폼과 차이점이다.
원래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이었다. 사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들거나 다른 사용자가 만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제는 그런 게임개발자와 게임사용자를 기반으로 ‘아바타’를 앞세워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메타버스 플랫폼 중에서 현재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콘솔 서비스 제공하는 곳은 <마인크래프트>밖에 없다. 아직까지 사용자의 오감을 자극하여 현실적으로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없다.
메타버스에서 새로운 사역의 가능성을 보여준 단체와 교회가 있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는 지난 1월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과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활용해 온라인 선교캠프를 진행한 바 있다.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는 지난 2월 청년 큐티페스티벌(이하, 큐페)과 청소년 큐페를 게더타운에서 열었다. 성서문화교육원(원장 박용우 박사, IBC)은 게더타운 안에서 성지를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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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블록스>에서 'church' 검색 결과. 왼쪽 가운데 Church of Satan이란 명칭이 보인다 |
<게더타운>은 화상회의를 강조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기존 화상회의 프로그램은 화상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의 얼굴 화면만 나오게 되어 있었지만, 게더타운은 캐릭터(아바타)가 활동하는 ‘가상 공간’이 화면의 중심을 차지한다. 이러한 가상 공간을 통해서 참여자들은 시공간을 초월한 교제가 가능하게 됐다. (메타버스 게더타운 관련 기사 참고 http://www.ame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8718)
메타버스 안에 실제 교회가 있을까? 몇 곳이 눈에 들어왔다. 메타버스 게더타운에서 비공개의 경우 교회의 초대 링크를 받아야 입장할 수 있지만 공개된 경우는 입장이 자유롭다. 기자는 인터넷에 공개된 두 개의 메타버스 교회를 찾아 방문했다. 하나는 ‘도림교회 교회학교’이고, 다른 하나는 ‘남가주온유한교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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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블록스>에서 'church'라는 공간에 들어간 모습 |
도림교회는 홈페이지(www.dorim.net)에서 메타버스 도림타운 영상을 틀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배너를 통해 게더타운으로 입장할 수 있도록 해 놨다.(사진 1) 남가주온유한교회 역시 교회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메타버스 공간에서 만나요”라는 배너를 통해 입장을 할 수 있다. 남가주온유한교회는 홈페이지(www.onyouchurch.com)에서 ‘메타버스 서비스 안내’라는 배너를 클릭해서 캐릭터(아바타)와 이름 설정을 마치고 게더타운 접속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사진2)
먼저, 도림교회 교회학교의 메타버스로 들어가 보자. 메인 화면을 보면 위쪽에 유년부실, 초등부실, 소년부실, 믿음부실이 있으며, 왼쪽에는 유아부실, 오른쪽에는 새싹영아부실, 밑에는 중등부실, 고등부실, 소망부실, 포토존으로 이동할 수 있는 화살표가 있다. 화살표로 캐릭터(아바타)를 이동시키면 각 부서 예배실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각 부서별 배경과 예배공간 배치 등만 다를 뿐 피아노, 게시판, 부서소개, 예배 공간 동영상 연결 등 큰 틀에서는 차이점이 없어 보다 다양하고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이제 남가주온유한교회 메타버스 교회로 접속해 보자. 메인 화면을 보면 맨 왼쪽에 남가주온유한교회, 위쪽에 교회학교(NEST KIDS), 그 밑에는 영어권 학생들을 위한 공간(NEST EM, English Ministry), 맨 오른쪽에는 우주선(SPACE SHIP)이 있고, 밑에는 별이 그려진 문과 닻과 키가 있는 문이 있다. 남가주온유한교회 공간에 들어가면 위 가운데에 예배당이 준비되어 있고 왼쪽에는 성경공부실, 오른쪽은 커피브레이크, 왼쪽 밑에는 찬양팀 연습실이, 오른쪽 밑에는 사무실이 배치되어 있다.(사진 3) 남가주온유한교회 메타버스 교회는 공간을 다양하게 배치하고(예배당, 교회학교, 우주선, 베들레헴, 배 등). 각 공간을 2층으로 설계해 입체적으로 보고 움직이도록 가상공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 또한 찬양신청곡, 성경공부 신청, 심방 신청 등 온라인 상에서 쉽게 신청서를 작성하도록 해 실제 목회 사역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게더타운> 외 다른 플랫폼에도 교회가 있는 확인해 보았다. <로블록스>에 접속해서 ‘church’로 검색했다. 다양한 가상공간들이 검색됐다.(사진 4) 검색 결과 중 ‘Church of Satan’(사탄의 교회)이란 섬뜩한 명칭이 눈에 띄였다. 명칭 그대로 사탄을 숭배하는 단체로 보인다. 검색된 단체 중 단순히 ‘church’라는 이름으로만 된 곳에 접속해 보았다. 빨간 카페트에 나무 장의자가 설치되어 있고, 강대상 앞에 여러 개의 사람 모양의 마네킹(?)들이 있는데 맨 오른쪽에는 ‘The Word of God will judge you!’(하나님의 말씀이 너를 심판하실 것이다)라고 써 있는 티를 입고 있다. 세 번째 마네킹은 ‘ONE-Lord, Faith, Baptism’ 즉, “주도 한 분이시요 믿음도 하나요 세례도 하나요”라는 성경 말씀(엡4:5)을 기록한 검은 티를 입고 있다. 그 옆에는 기부금(Donation)을 알리는 헌금함과 숫자가 나와 있는데, 로블룩스에서 사용되고 있는 가상화폐 로벅스로 18,850로벅스가 쌓였다고 알려주고 있다. (사진 5) 다만 교회 명도 없는 이곳이 건전한 단체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정보는 따로 발견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네이버에서 만든 <제페토>에서의 교회를 검색해 봤다. 모바일의 제페토 앱을 열고, 검색 창에 ‘교회’라고 검색하면 여러 교회들이 검색된다.(사진 6) 검색된 교회 중에서 ‘임마누엘북교회’라는 가상공간에 들어가보니 작년 여름성경학교 공간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다.(사진 7) 메타버스 신세계에 발빠르게 접근은 했지만 활성화되지 않은 모습이다.
‘성막 밤’이라는 이름의 가상공간으로 들어가 보았다. 밤에 보는 성막 모습을 잘 구현해놨다.(사진 8) 보통 교회라고 할 때 기존의 현대식 예배실과 건물만 생각하기 쉬운데, 성막을 주제로 한 교회의 모습에서 메타버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프랜드>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교회’를 검색했다.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세 개만 검색됐다.(사진 9) 하지만 공개하지 않은 비공개 교회가 더 많을 것으로 본다. 검색된 교회 중 ‘소망교회 새벽예배’에 접속하려고 했지만 ‘land 입장을 위한 입장코드를 입력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떴다. 교회 자체는 검색 가능하게 했지만 입장코드를 설정해 아무나 교회에 접속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기자가 검색하고 체험해 본 것처럼 현재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있고 그 안에서 여러 교회들의 사역이 가능하다. 다만 <이프랜드>로 검색한 교회에 접속하지 못했던 것처럼 비공개가 많거나, 공개했더라도 입장코드라는 게 따로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접근성에 제한을 두려는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누구나 메타버스 교회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방성과 접근용이성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여겨진다.
앞서 언급한 <로블록스>에서 ‘church of Satan’도 함께 검색된다는 점에서 기성 교회가 메타버스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만약 기성 교회가 메타버스라는 신세계 안에서의 교회 설립과 사역을 주저한다면 ‘사탄의 교회’나 ‘이단·사이비 단체’에 신세계에서의 ‘선교’와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가 제기된다. 따라서 기성교회들이 메타버스에 더욱 관심을 갖고 그 신세계 안에서 보다 선한 기독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인다.
메타버스와 관련된 책들은 그리 많지 않다. 기독교 서점과 인터넷에 배포된 최근의 서적 중 세 권이 눈에 띄었다. 두 권은 교회학교에 초점을 맞췄으며, 한 권은 메타버스에 대한 신학적 이해에 집중하고 있다.
신형섭과 신현철은 자신들의 책 <슬기로운 메타버스 교회학교>(두란노서원, 2022)에서 새로운 땅끝으로 나아가는 제자로 삼으라는 말씀을 근거로 한 ‘선교적 교육’으로서의 메타버스를 강조한다.
메타버스의 위험요소를 강조한 책도 있다. 김현철과 조민철은 <메타버스 교회학교>(꿈미, 2021)라는 책에서 메타버스의 우려 사항을 몇 가지 지적했다. ▲예배에 대한 경외감 약화(자극적이며 흥미유발 컨텐츠 선호로 예배가 오락의 형태나 가벼워질 우려) ▲오프라인의 필요성 저하(온라인에서 모든 것을 다 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 ▲신앙의 개인화(나의 만족을 채우는 시간으로 전락) ▲공동체성의 약화(공동체 소속감 희박) ▲작은교회의 현실적 어려움(콘텐츠 개발이나 온라인 교육, 재정과 인원의 한계로 지속적인 유지하기 힘듦) 등이다.
메타버스와 관련된 보다 깊은 신학적인 논의는 <메타버스 시대의 신학과 목회>(김상일 외 14인, 동연, 2022)를 참고할 수 있다. 이런 책들을 통해서 메타버스를 교회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균형잡힌 관점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메타버스라는 신세계 안에 ‘교회’가 존재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 수가 미미하다. 교회 활동도 크게 활발하지 않다. 메타버스의 세계에 ‘도전’해 보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숙제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교회가 메타버스를 소홀히 여기거나 무관심하다면 이단과 사이비들이 메타버스라는 신세계에서 세력을 확장해 결국 메타버스는 ‘미혹의 세계’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메타버스 안에서 뛰어노는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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