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 고전적 이론인 포지셔닝 이론에 의하면 마케팅은 제품 간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다. 사람의 마음 속에 첫 번째로 자신의 브랜드를 인식시키기 위한 싸움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러닝화 카테고리에 10개 안팎의 브랜드가 있다고 할 때 열 번째에 위치하는 브랜드가 팔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시장에 제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도 내 마음속에 없다면 그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제품이든 그 제품의 카테고리에서 가장 먼저 상기되는 제품이 되려고 치열한 싸움을 한다. 첫 번째가 못 된다면 적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수 있어야 사람들이 한 번쯤 구매를 고려해 본다는 것이다. 달리 표현한다면 마인드셰어(Mind Share)를 올려야 한다는 것인데 마인드셰어가 높아지게 되면 시장 점유율을 뜻하는 마켓셰어는 자연히 따라온다는 것이 지금까지 광고계에서 통용되는 정설이었다.
이런 이론이 활발히 활용되던 시절 주로 다른 브랜드와 차별되는 독특한 포지셔닝 메시지를 통해서 사람의 마음속에 확고하게 자리잡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목표였다.
주로 TV와 같은 전통 매체를 통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와 같은 고전적 카피에서 근래의 `빠름, 빠름, 빠름`과 같이 온 국민이 암송하다시피 하는 카피들은 브랜드의 포지셔닝에 성공해 마인드셰어를 높인 경우다.
그러나 마인드셰어를 높이는 광고에도 문제는 있다. 브랜드를 인식시키고 호감을 갖게 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브랜드가 처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미흡하기 때문이다. 전통 매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소비자와 대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뿌리는 것이기 때문에 세뇌를 시킬 수는 있어도 소비자와의 인터랙션이 일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 현장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커뮤니케이션 메시지가 사람들의 일상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삶의 일부가 될 때만 실질적인 해결책을 줄 수 있는 플랫폼이 탄생한다는 얘기다.
특히 사람들의 참여와 공유를 통한 경험 마케팅이 중요시되는 작금의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선 마인드셰어를 넘어 라이프셰어(Life Share)를 올리는 것이 중요시되고 있다.
프리미엄 카드로 포지셔닝돼 있는 아멕스(Amex) 카드는 라이프셰어를 잘 구현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 속에서 미국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경제 활성화였다. 미국엔 추수감사절 주의 금요일을 블랙 프라이데이라 하여 점포마다 왕창 세일을 실시하는데, 이 때만큼은 허리띠를 졸라매던 미국 시민들이 지갑을 열었다. 그러나 아멕스카드의 조사 결과 그 행사로 혜택을 받는 것은 대형 점포들이었지 힘들게 장사하는 소상인들에겐 별다른 혜택이 없었다.
그래서 아멕스카드는 블랙 프라이데이 이튿날 토요일을 `소상인을 위한 토요일(Small Business Saturday)`로 선포하고 그날 소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아멕스카드로 결제하면 할인을 해주는 일종의 소상점 구매 장려운동을 펼쳤다.
좋은 일을 하면 하늘이 돕는다던가. 미 정부가 이렇게 훌륭한 운동은 적극 장려해야 한다며 아예 그날을 국가 차원에서 소상인을 위한 토요일로 선포했다. 트위터 폴로어 숫자에서 세계 7위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 운동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여러 차례 트윗을 통해 장려했고, 실제 소상인에게서 구입한 물건을 자랑하는 장면이 프라임타임 뉴스에 일제히 보도됐다.
우리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형 점포 휴무제와는 달리 강압적 성격을 띠지 않은 자발적 소상인 돕기 운동이 펼쳐진 것이었다. 아멕스카드 캠페인은 사회적 이슈를 전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플랫폼을 통해 부각시키고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가치 창출을 통해 실질적으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프로젝트로 기억되고 있다.
한 대형마트의 플라잉 스토어(Flying Store) 캠페인 역시 소비자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소비자가 스토어를 찾아갈 수 없으면 스토어가 소비자를 찾아간다는 가정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는 와이파이를 쏴주는 트럭 모양의 풍선을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 띄워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인터넷에 연결된 휴대폰을 통해 할인쿠폰을 받게끔 했다. 이 프로젝트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경쟁 스토어 인근 사람들마저도 해당 스토어로 발걸음을 옮기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뜻밖의 장소에서 와이파이라는 뜻하지 않은 기술을 통해 서비스의 혜택을 경험하게 됨에 따라 사람들은 브랜드를 매우 유니크한 방식으로 기억하게 됐으며 매출에도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이처럼 라이프셰어를 올리는 것이 관건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에서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싶어하는 놀이터를 제공해서 직접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고 거기서 느낀 가치를 그들 스스로 말하게 하는 데 있다.
즉, 만나고(meet), 놀고(play), 퍼뜨리는(share) 행위가 펼쳐질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