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패봉은 처음 들어보는 산이지만 얼마나 아름다울까?
(마패봉 제1편)
筆嶺/金 相 和
푸른 용(龍)의 해라는 갑진년(甲辰年)을 맞이한 필자(筆者)는, 올해도 전국의 유명한 산을 다니며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이 마음은 기행(記行) 수필작가(隨筆作家)로서 후배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유일한 꿈이며 목표이다.
오늘 산행은 엊그제 눈이 내려 아마도 산에 눈이 쌓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올 1월 1일 정월 초하루, 필자는 눈 산행을 멋지게 하고 왔다.
이번에는 서설(瑞雪)을 밟으며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산행을 하고 싶은 욕망(慾望)이다.
산행 중 최고로 멋진 산행은 아마도 눈 산행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눈 산행은 산행의 꽃이라고 말한다.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우면 그토록 아름다운 수식어가 따라다닐까?.
그렇다.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최고의 꽃이다. 눈 산행보다 더 아름다운 산행이 또 있을까?
*서설(瑞雪)= 상서로운 눈을 말함. 즉 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날 조짐이 있다고 풀이되어 있다.
*유유자적(悠悠自適)= 속세를 떠나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로우며 편안하게 사는 삶을 말함.
오늘 가는 산은 필자(筆者)는 처음 들어보는 마패봉(馬牌峰)이라고 한다. 더욱이 풍수지리학(風水地理學)의 권위자이며 산행(山行)의 대가이신 송광(松光) 김문환(金文煥) 선생께서 선정(選定)한 산이라 마패봉(馬牌峰)이라는 말만 들어도 향기가 풍기는 듯하다.
마패봉(馬牌峰)은 마역봉(馬驛峰)이라고도 하며 충청북도 괴산군, 충주시 및 경상북도 문경시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조령삼관문(鳥嶺三關門)을 안고 있는 산으로 이 산의 한 봉우리를 마패봉(馬牌峰)이라 불린다.
암행어사(暗行御史) 박문수(朴文秀)가 이곳을 넘다가 하도 힘이 들어 잠시 쉴 때 마패(馬牌)를 관문 위 봉우리에 걸어 놓았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오늘 마패봉(馬牌峰)은 네 사람이 가기로 했다. 송광(松光) 김문환(金文煥) 선생, 야해(也海) 이은태(李殷太) 안드레아 회장, 람파(嵐波) 강찬순(姜璨淳) 예로니모 회장 그리고 필자(筆者)이다.
람파(嵐波) 강찬순(姜璨淳) 회장의 차로 가기로 약속하고 우리는 천호역에서 8시에 만나 출발했다. 그런데 하늘이 심상치 않다. 눈이 내렸으면 좋으련만, 비가 오려는지 회색으로 하늘을 덮었다. 설마 문경에 가면 그곳은 하늘이 파랗게 코발트 색으로 바뀔 것이란 기대를 하고 달린다.
우리 네 사람은 이런저런 대화의 꽃을 피우다 보니 충북(忠北) 괴산군(槐山郡) 연풍면(延豊面) 원풍리(院豊里) 조령산(鳥嶺山)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때가 10시 50분이다. 지금서부터 즐거운 산행을 할 것이다.
눈 산행을 하고 싶었는데 이곳에 와서 보니 눈이 모두 녹아버렸다. 눈 산행은 기대도 할 수 없고 즐거운 산행을 할 수 있으면 만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우리가 가고자 하는 신선봉(神仙峰)은 폐쇄되었다.
조령산(鳥嶺山) 신선봉(神仙峰)을 거쳐 마패봉(馬牌峰)으로 가려 했는데 신선봉(神仙峰)은 산행이 통제되어 바로 마패봉(馬牌峰)으로 갈 것이다.
얼마 올라가지 않아 쉬어가라고 휴식 공간을 만들어 놓은 그곳의 입구 양옆에는 옛날 벼슬아치들이 멋들어진 한시(漢詩)를 써 놓았다. 읽다 보니 새재를 노래한 시로 글귀가 재미있어 필자(筆者)의 수필(隨筆)에 글을 올리기로 했다.
새재를 노래한 시
박승임(朴承任)(1517~1586) [소고집(嘯睾集)]
一家同榜世稀聞(일가동방세희문) : 한 집안에서 함께 급제하기가 세상에 드문 일이니
作伴還鄕古所云(작반환향고소운) : 짝지어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선비들이 말하 네.
丹陛聯辭天北極(단폐련사천북극) : 대궐에서 임금님께 나란히 작별하고 떠나니
秋風同望嶺頭雲(추풍동망령두운) : 가을바람 맞으며 고개 위 구름을 함께 바라 보네.
*박승임(朴承任): 조선 중기 명종, 선조 때의 문신. 황해도 관찰사. 도승지. 춘천 부사, 대사간 등을 지냈다.
새재를 노래한 시
류우잠(柳友潛)(1575~1635) [도헌일고(陶軒逸稿)]
去年嶺上逢雨宿(거년령상봉우숙) : 지난해 새재에서 비를 만나 묵었더니
今年嶺上逢雨行(금년령상봉우행) : 올해는 새재에서 비를 만나 지나갔네
年年署雨年年客(년년서우년년객) : 해마다 여름비, 해마다 과객 신세니
畢竟浮名有底成(필경부명유저성) : 결국 헛된 명성으로 이루는 것이 있겠는가
*류우잠(柳友潛): 조선 중기의 문신, 시문에 능했으나 관직에 나가지 않고 학문 연구와 후진 양성에 힘썼다.
선조들께서 과거시험을 보려고 새재를 넘으며 쓴 시(詩)의 문장력이 대단함을 느꼈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은 20대의 젊은 나이였을 텐데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 실력이 어디서 나왔을까?
시(詩)를 감상하며 생각해도 존경스럽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그렇게 천재적인 영특(英特)한 두뇌를 가진 선비니까 벼슬길에 오르려고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추측도 해 본다.
여기서 200m쯤 더 올라갔을 때다. 그곳에도 쉼터를 만들어 놓고 시(詩)를 감상할 수 있게 벤치를 몇 개 만들어 놓았다.
우리는 시간 관계상 편히 앉아 시(詩)를 감상할 수 없고 서서 읽어 보았다. 역시 아름다운 시(詩)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詩)를 우리 네 사람이 읽고 가면 안 될 것 같아 시(詩) 2편을 다음과 같이 올립니다.
새재를 노래한 시
임억령(林億齡)(1496~1568). [석천집(石川集)]
功名眞墮甑(공명진타증) : 공명이란 깨진 떳시루 같고
聚散一浮雲(취산일부운) : 모였다 흩어지는 뜬구름 같은 것
獨向空山裏(독향공산리) : 홀로 텅빈 산 속을 향해 가니
蒼蒼落日曛(창창락일훈) : 푸르고 푸른 숲 사이로 가만히 노을이 지네
*임억령(林億齡)(: 조선 중기의 무신. 동부지슬, 병조참지, 강원도 관찰사, 담양부사를 지냈다.
새재를 노래한 시
정영방(鄭榮邦)(1577~1650), [석문집(石門集)]
鳥嶺山路險(조령산로험) : 조령산 길은 험한데
之子欲何之(지자욕하지) : 그대는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
天寒爲客日(천한위객일) : 추운 날씨에 나그네가 되니
月滿望鄕時(월만망향시) : 달이 차면 고향을 바라보네
*정영방(鄭榮邦): 조선 중기의 문신. 1605년 증광시에서 급제하였으나 벼슬하지 않고 학문으로 일생을 보냈다.
마패봉(馬牌峰) 제1편은 여기서 마무리한다. 제2편은 조령산(鳥嶺山) 자연 휴양림을 거쳐 마패봉(馬牌峰)에 올라가는 장면을 그려 낼 것이다.
2024년 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