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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원 문명세계의 이기들
내가 1년 동안 샤르별에서 머물게 될 거처는 츠나음이 연구소였다. 아니도 내가 샤르별에 머무는 동안 숙식을 함께하며 생활하도록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측요스로부터 미리 배정된 우리들의 거처를 소개받았다. 피라미드 건물의 3층이었는데 방이 넓고 전망이 매우 좋았다. 방 안에는 샤르별의 존재들이 사용하는 4차원 문명세계의 이기들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었다.
말하자면 아니와 내가 사용해야 할 방은 각각 따로 배정 받은 것이 아니라, 같은 방에서 함께 지내며 침실까지 함께 사용하도록 꾸며져 있었다.
우주를 여행하면서 1년 동안 UFO 선실에서 같은 침실을 사용해 온아니와 나 사이였기 때문에, 연구소에서도 같은 침실을 사용한다고 하여 불편하거나 어색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샤르별의 존재들은 남녀간의 문제에 대하여 아주 관대한 세상이었다.
고도의 윤리의식으로 훈련된 샤르별의 존재들은 타인의 삶에 대해 관여하거나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일들이 없었고 철저하게 타인의 인격을 신뢰하는 세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니와 나는 같은 침실을 사용하고 지남철처럼 함께 붙어 다니는 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불편을 겪는 일들은 없었다.
구속받거나 구속하는 일은 샤르별의 존재들이 지향하는 신선의 길이 아니었다. 고도의 윤리의식으로 숙련된 자유분방함이 신선의 길이었고, 샤르별의 존재들은 모두 그 길을 가고 있었다.
그래서 남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던 이유를 달거나 간섭하는 일이 없고, 아니와 내가 같은 거처에서 동거를 하더라도 흉이 되는 일이 없었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를 만끽하며 살수 있다는 자체가 평화요 행복이었다.
아니와 내가 사용할 방은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인 3층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츠나음이 연구소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장소였다.
피라미드 건물의 벽은 겉에서 볼 때는 안쪽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데, 안에서 보면 투명하게 바깥이 모두 보였다. 투명한 건물의 벽을 통해 보이는 외부의 모습들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는 기분이었고, 외부의 신선한 공기도 그대로 느껴지고 넓은 정원에 화들짝 피어 있는 꽃들의 향기까지 그대로 느껴지는 침실 구조였다.
밀폐된 공간이면서 자연의 신선한 환경을 피부 가까이 느끼면서 살 수 있는 건물의 설계가 4차원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창문도 없고 출입문도 없는 침실. 그러나 침실은 밀폐된 공간이 아니었다. 출입문이 없지만 자유롭게 외부와 출입이 가능하고, 창문은 없지만 밖으로 손을 내밀면 외부의 물체들이 모두 손에 만져졌다.
꽃을 만질 수도 있고 나뭇잎을 만질 수도 있고 흘러가는 바람을 느낄수도 있고....
4차원 공간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을 연구소 실내의 침실에서 느낄 수 있었다.
즉 외부에서 볼 때는 단단한 벽으로 막혀 있는 공간인데, 내부에서는 투명한 공간이 되어 외부와 완전히 개방된 것과 같은 현상의 실내구조.... 이런 현상은 현대판 선경세상에서나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문명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건물의 이런 특수 구조 때문에, 침실에 앉아 있어도 꽃과 열매가 주렁주렁한 자연의 품속에 앉아 있는 기분과 다르지 않았으며, 실내의 모든 분위기는 자연과 일치한 정서 속에서 평화로운 기운이 한없이 고조되는 듯 했다.
우리들의 침실에는 샤르별의 모든 인류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4차원 문명세계의 이기들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었다. 포스머스 영상장치(가상공간 영상장치), 통신장치(가상공간 영상통화장치), 4차원 의학의 진수인 시스며 총괄의료장치와 그 외, 몇 가지 신변의 필수품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실내의 공간은 매우 넓고 높았으며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는 10미터 정도에 이르렀다. 그 넓은 침실에는 아름다운 꽃과 향기들로 장식되어 있었고, 벽 가까이는 밖을 내다보며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푹신한 의자와 탁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어떤 장치에서 들리는지 모르는 음악소리도 계속 흘러나왔다.
아주 간편하고 고급스런 분위기가 연출되는 침실의 분위기였다. 옛날 신선들은 구름을 타고 다니며 무릉도원에 머물며 살아간다고 들었지만, 우주 저편의 신문명세계에서 살아가는 신선들은 초첨단의 문명을 누리며 살아간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침실에 놓여 있는 침대는 아주 특이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침대는 바닥에 놓여 있지 않고 높은 공간의 공중에 떠 있었는데, 침대는 사람의 지시에 따라 바닥에 내려앉기도 하고 공중에 뜬 채 이리저리 이동하기도 했다. 즉 비행식 침대였다.
비행식 침대는 넓은 침실공간의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원하는 위치로 이동이 가능했고 공중고정도 가능했다. 그래서 잠을 잘 때는 침대가 공중에 뜬 상태에서 포근한 수면을 취할 수 있었고, 침대에 누우면 달콤한 잠을 청하게 하는 수면 음악도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침실의 공중에 떠 있는 물건은 침대뿐만 아니라 포스머스 영상장치나 시스며 의료장치 같은 문명의 이기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것들은 무엇이나 실내 바닥에 너저분하게 놓여 있지 않고 높은 천장에 매달린듯 붙어 있었다.
천정에 붙어 있던 물건들은 필요할 때 마다 원하는 장소로 이동시켜서 사용할 수 있었다. 모든 기기들은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기능들이 숨어 있었고, 사람의 지시에 따라서 편리하게 움직여 주었다.
그래서 어린아이든 노약자이든 몸이 불편한 불구자라 할지라도 실내에 놓여 있는 문명의 이기들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물건들이 공중에서 떠다니고 천정에 붙어 있는 것은 기기 내부에 바차시라고 하는 부력장치(무중력 유도장치)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바차시 기능이란 무거운 물체가 무중력 상태로 변하여 풍선처럼 가벼워져서 공중으로 떠오르는 현상의 기능이었다. 그래서 바차시 기능이 내장된 모든 물건들은 대부분 바닥에 놓이지 않고 공중에 뜬 상태로 이용되고 있었다.
침대에도 바차시 기능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때문에 침대를 방바닥에 놓지 않고 공중에 뜨게 한 상태에서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 침대의 바차시 기능을 작동시키면 침대가 공중에 고정되어 있을 수도 있고 공중에 뜬 채로 왔다갔다 움직이게 할 수도 있었다. 침실의 방안 구조는 천장 높이가 10미터에 이르고 공간의 넓이도 마당처럼 넓어서 방이 아니라 실내정원에서 생활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큰 방에는 너절하고 복잡한 생활용품이나 가재도구는 전혀 없었지만,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을 만큼 모든 준비물들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한마디로 4차원 문명세계의 초첨단 문화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침실의 분위기였다. 침실은 잠만 자는 단순한 공간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신선문화를 즐기고 휴식을 취하며 건강을 증진시키는 종합생활공간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이렇듯 샤르별의 여행이 시작되는 첫 순간부터, 4차원 문명세계의 초첨단 문화를 만끽하며 지낼 수 있는 멋진 침실을 제공받게 된 기분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공간에서 아니와 함께 1년 동안 생활하며 아기자기한 우정을 싹틔워 갈 일들을 생각하니 미리부터 가슴이 벅차기만 했다.
한마디로 측요스의 배려로 제공받은 우리들의 침실에 대한 기분은 대만족이었다.
측요스는 멋진 침실을 우리들에게 제공해 준 이후부터는 아니와 나의 활동에 대하여는 일체 관여하는 바가 없었다. 모든 활동이나 생활의 스케쥴은 아니와 내가 결정하는 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잠을 자는 일들이나 산책을 하는 일들이나 멀리 여행을 떠나는 일 등 무엇이나 자유스럽고 누구로부터 행동의 제약을 받는 일도 없었다.
인조인간 다미스와 코미스도 우리들 침실에서 함께 생활하며 시중을 들었다.
요스나 연구소 관계자의 그 누구도 우리들의 활동에 대하여는 일체 간섭하는 일도 없었고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그 무관심의 배려들이 너무 고맙고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다.
무관심의 배려는 신선의 행동지침 1호이기도 했다.
그렇지 않고 시시콜콜한 일들까지 연구소 측의 지시를 받고 감시와 제약을 받는다면 하루하루의 생활이 너무 위축되고 불편할 것 같았다.
연구소에는 수시로 많은 내방객들이 들락거렸고, 그 중에는 나이가 젊은 방문객도 있었고 나이가 많은 방문객도 있었으며, 연구소와 관련된 업무 때문에 방문을 한 내방객과 연구소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일로 방문을 한 내방객 등 다양했다.
어떤 내방객이 연구소를 방문하더라도 그들은 연구소의 주인으로 행동했고, 연구소 직원들의 간섭을 받거나 행동의 제약을 받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신선의 복장을 한 내방객들은 대부분 인조인간 비서들이 수행하고 다니는 모습들이었는데, 인조인간 수행원들은 마치 팔방미인이라도 된 듯이 처음 찾아간 장소에서도 서투른 일들이 없었고, 주인의 마음을 족집게처럼 읽으며 수행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래서 연구소를 찾아온 내방객들은 연구소 직원의 안내를 받고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한 인조인간 비서들의 도움을 받으며 필요한 업무를 마치고 돌아가곤 했다.
아무나 연구소를 찾아와서 내 집처럼 지내다 돌아가는 모습들이 너무 자유롭고 편안해 보였다. 아니와 나도 그와 똑같이 연구소에서 서투른 일이 있으면 연구소 직원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수행하고 다니는 인조인간 비서의 도움을 받아서 처리했다.
인조인간 비서만 같이 다니면 아무리 낯선 장소를 찾아가도 길을 헤매거나 어려운 일에 봉착할 필요가 없는 것이 샤르별 존재들의 일상생활인 것 같았다.
세상의 존재들은 누구라도 남의 간섭을 받기 싫어할 것이다. 처음 보는 장소나 집을 찾아가더라도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지내다 돌아올 수 있다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남의 집을 방문했을 때 아무리 반갑고 친절하게 대해 주더라도 자기집처럼 편하지는 않다. 보이지 않는 제약과 서투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지구인으로서 처음 찾아간 연구소의 분위기였지만, 무엇 하나 어떤 행동을 할 때도 몰라서 서투른 행동을 한다거나 연구소직원의 도움을 받아야만 처리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냥 내 집처럼 편안하고, 낯설고 불편한 일이 없다는 점이 신기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이 점에 대하여 아니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이곳 연구소에서 새삼스럽게 확인한 느낌의 소감이긴 한데……. 샤르별의 존재들은 누구의 일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거나 관여하지 않고 무관심의 배려로 일관하는 습관들이 너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소. 이러한 분위기는 이곳 연구소에서만 느꼈던 일이 아니고, UFO를 타고 여러 승무원들과 함께 여행을 할 때도, 샤르별 상공의 우주타운을 방문할 때도 한결같이 느꼈던 소감이오. 무관심의 배려란, 당신이 주인이니 누구의 간섭도 받지 말고 편히 지내시오.' 라는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오. 이러한 분위기는 샤르별의 어떤 장소나 어떤 대상들을 만나도 똑같은 현상이오?"
"우주의 존재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샤르앙은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보군요. 당연히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은 어떤 장소를 찾아가도 무관심과 무간섭의 대접을 받으며 살아가지요. 손님이나 낯선 신분이라면 남에게 불편한 관심의 시선을 받을 수도 있고, 간섭이나 행동의 제약을 받을 수 있겠지만, 주인이라면 그러한 불편을 겪을 필요가 없겠지요.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은 누구나 샤르별의 주인이고 샤르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모두의 공동재산이기 때문에 남의 눈치를 보면서 행동할 이유가 없지요. 그뿐이 아니지요. 우주에서 태어난 존재라면 누구나 우주의 주인이고, 우주에서 하나뿐인 자아의 존재로서, 소중하고 보배로운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요. 우주의 영들은 본래부터 자유요, 신선의 신분이니까요. 그러므로 샤르앙은 앞으로 우리 샤르별에서 지내는 동안 어떤 장소를 처음 방문하더라도 기가 죽거나 마음 불편한 일을 겪지 않아도 될 거예요.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수행비서가 있고, 수행비서가 모든 일을 불편하지 않도록 도와주니까 서투르고 생소해 할 불편도 겪지 않을 거예요. UFO를 타고 우주를 여행할 때처럼 말이에요."
츠나음이 연구소에는 많은 남녀직원들이 근무하거나 생활하고 있었다. 그래서 연구소 주변을 지나다닐 때 낯선 직원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연구소 직원들에 비하면 내 모습은 상당히 왜소하고 피부나 얼굴 모습까지 차이가 났다. 그러나 처음 마주친 연구소 직원들은 나에게 필요이상의 관심은 가져주지 않았으며 이상한 눈초리를 보내오는 경우가 전혀 없었다. 오다가다 마주치면 서로 정중하고 다정한 표정으로 스스럼없이 인사만 나눌 뿐이었다.
그 점이 내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했고 고마운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연구소 직원들이 생소하고 낯설게 생긴 나에 대해서 외계인이란 이유로 큰 관심과 흥미를 가져준다면 얼마나 불편하고 곤혹스러울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구 사람들 같으면 낯선 외계인이 자신들 곁에 찾아왔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무슨 동물원의 큰 구경거리라도 생긴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 일이 뻔했을 것이다.
내가 샤르별에서 그러한 신세가 된다면 즐겁고 행복한 샤르별 여행의 출발이 아니라, 불쾌하고 부담스런 여행이 되고 말았을 것이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더구나 그림자처럼 수행하며 모든 일들을 척척 알아서 보조해주는 인조인간 때문에 신선놀음을 하며 샤르별의 모든 방문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어떻든 우주 저편의 먼 곳에서 샤르별을 방문한 외계인인 내가, 샤르별에서 구경거리가 되지 않는 것이 너무나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고, 자신들과 똑같은 동족으로 맞아주는 마음들이 너무나 고맙게 느껴질뿐이었다.
행동의 제약이나 아무 부담도 없는 연구소 생활을 시작하면서, 아니는 연구소 내부의 이곳저곳 부서들을 찾아다니며 연구소 직원들에게 나를 소개하고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연구소 직원들과 부담 없이 가까워지면서 의미 있는 샤르별 여행의 첫 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著
첫댓글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