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윈 노인이 아파트 현관문을 활짝 열어놓고 오후 내내 누군가를 기다렸다. 바깥에 인기척이 날 때마다 엉거주춤 현관 밖을 내다봤다. 더벅머리에 갈색 뿔테안경을 쓴 김모(22·부산대 간호학과 4년)군이 문을 열고 나온 김광남(金光男·65)씨를 향해 쑥스러운 듯 꾸벅 고개를 숙였다. 집주인 김씨가 쇠고깃국, 삼겹살, 조기, 두부조림, 두릅무침, 도토리묵이 푸짐하게 올라온 밥상에 청년 김씨를 앉혔다. 손도 잡아보고 어깨도 쓸어보며 흐뭇해했다. "번듯하게 잘 컸네." 부인 이희순(63)씨가 김 솟는 흰 밥을 떠왔다. 김씨는 자기 밥을 듬뿍 떠서 김군의 밥그릇에 얹었다. "마이 묵어라." 간장 한 방울 떨어뜨려 반 공기를 간신히 비웠다. 한 수저 삼킬 때마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김군이 걱정스레 쳐다보자 그는 희미하게 웃었다. "괘안타. 마이 묵어라." 지난해 7월 물만 마셔도 목이 따끔거려 병원을 찾았다가 암 진단을 받았다.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에 이어 35번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담담한 목소리로 "열 중 일곱은 치료 뒤 2년 이내에 재발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전에 간이나 폐, 뼈로 암이 번질 수도 있고…. 죽기 전에 아이들 얼굴 한 번 꼭 보고 싶어서 초대한 겁니더." 마산서중학교 졸업생 5명이다. 김씨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이 학교 서무과장으로 근무하면서 200만원 못 미치는 한 달 봉급을 쪼개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어렵게 사는 학생들에게 매달 10만원씩을 학비로 보태줬다.
2001년 12월 만 57세로 정년퇴직한 뒤에도 한 달에 100만원 남짓 나오는 연금을 쪼개 학비를 보냈다. 그는 "처음부터 안 도왔으면 몰라도 한번 시작했으면 졸업장 받을 때까지는 계속 돕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냥 우연히 시작된 일"이라고 했다. 계단에 웅크리고 앉아 봄볕을 쬐고 있었다. 이튿날도, 그 이튿날도 마찬가지였다. 일주일째 되던 날 김씨가 다가가서 "밥 안 묵나?" 하고 물었다. 아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점심시간이 싫다' 카대예." 인적사항을 챙겨 통장을 만들어줬다. "내 이름은 절대 말하지 말고 그냥 '어떤 아저씨가 주고 갔다'고만 하라"며 양호교사를 통해 통장과 도장을 전했다. 김씨는 같은 방법으로 4명의 아이들에게도 돈을 보냈다. 부모가 가출해 홀로 남겨진 아이, 신문배달을 하며 동생을 돌보는 아이 등이었다. 자기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학교에서 마주쳐도 아는 척하지 않았다. 좋은 일 한다고 유세 떨기 싫었다"고 했다. 당시 큰딸(39)은 고등학교 영어교사였다. 장남(37)과 차남(34)은 대학생이었다. 그는 "내 새끼들이 한창 자랄 때 풍족하게 키우지 못한게 늘 안타까웠다"며 "그래서 그런지 부모 없이 점심 굶고 다니는 애들을 그냥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암 투병을 하면서 불쑥 '잘 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뇌졸중이 온 뒤 그런 마음은 더 간절해졌다. 그는 "암이 재발하기 전에, 뇌졸중이 다시 와서 의식을 잃고 드러눕기 전에 그 아이들을 꼭 한 번 보고 싶었다"고 했다. 한참 망설이다 지난달 조심스레 전화를 걸었다. 암 말기라는 얘기는 안 하고 그저 "지금 좀 아픈데, 곧 생일이 되니 밥이라도 한번 먹으러 오라"고 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다들 굵직하고 건강했다. 또 한 명은 대학생이 됐다고 했습니다. 별 탈 없이 무사히 자랐다는 소식을 듣고 올해 처음으로 웃었던 것 같아요. 나머지 2명은 연락이 안 되데요." 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왕이면 나도 남을 도울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간호대에 갔습니다. 솔직히 의대 갈 점수는 안 됐고요." 듣고 있던 부인 이씨가 "우리 자식들은 학원 한 번 보내지 못하고 키웠는데 생판 남에게 몇십만원씩 돈을 부쳐주는 남편이 한때는 참 야속했다"며 "오늘 보니 학생들이 잘 커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학생은 경호원 일이 겹쳐 못 내려왔다. 그는 "아저씨는 통장에 입금자 이름 대신 '건강해라' '밥 많이' 같은 문구를 찍어 주셨다"며 "내가 이만큼 된 건 아저씨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배웅하는 김씨 손에 하얀 봉투를 건네고는 재빨리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김군은 김씨가 많이 아픈 줄은 알지만, 암에 걸렸다는 사실은 모른 채 떠났다. 봉투 안에는 빳빳한 1만원짜리 지폐 20장이 들어 있었다. 김씨가 혼잣말을 했다. 암투병중인 김광남씨가 옛날 교직원시절 도움을 준 학생을 생일에 초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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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가슴 따뜻한 사연입니다.누구나 생각은 해도 선뚯할수 없는게 이 선행인데........빠른 쾌유를 빌고요.그 도움을 받고 잘 자란 그 학생의 앞날에도 좋은일만 있길......내 자신이 조금은 부끄럽습니다.
참...각박한 세상 대단하시고 빨리털고 일어나세요 김광남님 화이팅
빨른 쾨유를 바랍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빠른 쾌유를 빕니다.힘내세요 .
눈물이 앞을가리네요 꼭 일어나시리라 믿습니다 화이팅 화이팅 화이팅 ....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김광남 선생님!화이팅!!!
정말 가슴이 뭉쿨해서 눈물이나네요 여직원들 앞이라 눈물을 훔치고 있어요
김광남님 그런 정성이라면 암이 무엇이라고 빨리 일어나시길 기원 드립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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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밀양에서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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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감동글 감사합니다.
병고의 몸인데 따뜻하고 훈훈한 마음을 전해주네요
빠른 쾌유를 빕니다. 좋은감동글 감사드립니다. 좋은밤 잘보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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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연은 언제어디서나 마음을 따둣하게합니다 하루속히 쾌유하시길 기원합니다..
보고 싶은 다른 아이들도 다 민나고 그러세요. 그냥 고마워요. 기적이 일어나길 바랄께요.
정말 대단하고 고마우신분이네요.그분의 아름다운삶에 꼭 기적이 일어나실거라
믿어요.좋은글 감사합니다.하루빨리 건강찾으시길 기원드립니다.사랑의이름으로 일어서세요....
그렇듯 소중한 인연을 두셨으니 얼마나 부자십니까!!! 재발없이 완쾌 되시길 간절히 기도 합니다
세월이참~바르네요~벌써12월~
중순으로접어들어가네요~
아쉬움없는소중한시간보내시고
이쁜손주랑~오늘도행복하게보내시길~
웃음은 인생의 약이다.
아름다운 옷 보다는
웃는 얼굴이 훨 인상적이다.
기분 나쁜 일이 있더라도
웃음으로 넘겨어보세요
건강하게 보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