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가 만발한 작품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위트만 있으면 시가 훅, 날아가 버린다.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면 시가 무거워진다. 그런데 이 시는 가벼우면서 무겁다. 씨줄과 날줄이 촘촘한 작품을 만나면 자꾸 읽고 싶어지는 법이다. 그래서 이 시를 여러 번 읽었다. 넘어가는 페이지에서 스치듯 읽다가도 다시 돌아오게 된다.
집에 영영 혼자 있고 싶지 않지만 가끔은 혼자 있고 싶다. 혼자가 되면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혼자가 되면 평소에는 들을 수 없었던 사물과 목소리를 발견하게 된다. 타인의 목소리가 소거되고, 나마저 입을 다물면, 세상 곳곳에서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 시를 보면 예전에는 ‘그것’이라고 뭉뚱그려지던 대상들이 현자처럼 등장해 자신의 존재를 건 명언을 남긴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지. 끝난 그 지점이 바로 출발점이지. 흔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을 표어처럼 걸고 존재하는 화신들이 말한다니 진정성이 느껴진다. 이 시를 앞에 놓고 ‘사람은 왜 지구에 왔을까’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다. 존재의 의의를 모르는 우리더러 저런 목소리를 들어보라는 그런 기회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