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까리와 나팔꽃이 있는 정원>
<11월 14일 오후 2시, 청도에 있는 여향예원에 오시면 갈대와 신경림 시인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갈대/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붉은 시월이라고만 알고 있으면 되는...>
풀밭 위의 점심 식사/강인한
여러분의 자랑스런 후일담이 되어드리려고
벌거벗고 앉아 있어요,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의 고양이가 되어
땅 속으로 땅 속으로 두더지가 한사코 땅을 파듯
저 멀리 흐르는 강물 소리엔
꿈의 운하를 파는 삽질 소리가 암암리에 섞여 있지요
내 곁에 한쪽 다리를 뻗고 느긋한 파트너는
토요일까지 죄를 짓고
주일날이면 교회에 가서 사함을 받지요, 그리고
풀잎에 맺힌 아침 이슬처럼 깨끗해지지요
나는 무릎 위에 손을 올리고
물려받을 주식에 대한 생각들을 인화하기 위해서
내 얼굴의 턱을 괴고 있어요
거리에서 떼쓰다가 불타 죽은
못된 불량배들에 대한 헛소문은 믿지 마세요
감춰진 샅 사이로 향긋한 바람이 들락거리는 숲속
이 그늘이 참 좋아요
굴참나무 속에 섞인 한 그루 자작나무처럼
알몸으로 앉아 있어요, 강가에서 뒷물을 마친 친구가
건너편 남자의 짝이 되기 위해 돌아오고 있네요
방부제가 섞인 이 식빵과
농약이 스며 색깔 고운 과일들, 주기도문과 함께
벌거벗은 내 몸을 함께 들어보셔요
죽어도 우리들은 썩지 않을 거예요
썩지 않는 우리들의 사랑 먹고 마시어요
이 신선한 공기는 십 년만이지요 안 그런가요
그런데, 우리들의 풍경 밖에서
우리를 엿보는 당신은 누구인가요
내 허벅지 사이로 기어 들어와
배꼽 아래까지 깊숙이 치밀어 올리는 뜨거운 시선
도대체 도대체 보이지 않는 당신은 누구지요?
물에 비친 버드나무 가지의 그림자/조용미
해질녘 물가의 버드나무 아래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멀리 멀리 번진다
버드나무 가지 끝에 와
닿는
빛의 가닥마다
두드러기처럼 붉어진다
가랑비 적시던 날
버드나무 한 가지는 내 어깨로
길게 드리워져
마음이 한껏
치렁치렁해지기도 했다
물에 비친
버드나무 가지들의 그림자는
자기 자신에 기대어 사는 사람의
쓸쓸함을 한때
말하려 했다
먼 길 가는 새들은
떼를 지어 나는데
먼 길 가는 사람은 저 혼자다
첫댓글 다시 보아도 아름답군요, 풍경과 참 잘 어울리는 시를 찾으셨군요. 11월14일 모포 들고 갈께요~
예정대로 점심 때 가족 모두가 팔공산에 가서 송이버섯 넣은 꿩샤부샤브 먹고 왔어요. 신종플루 예방 차원에서... 오세요^^
그러게요~~ 정말 아들들 꿩고기 맥여야겠어요. 일요일인 오늘도 그 신종 땜시 출근까지 했잖아요.
감기엔 꿩이 아주 좋다고 하더군요. 기름끼 없어 좋고 살도 야물어 좋고 그렇다고 먹어본 사람들이 추천....꿩고기 먹고 싶어요~ 아주까리 울이 아름답습니다. 살짝 옅보이는 논의 풍경 아주 좋아요 ^^
삼가 꿩님과 신종플루님의 명복을 빕니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의 우포에 반한 날! 특히 반쯤 날아가버린 은빛 억새꽃과 붉은 빛으로게 변해가는 억새 줄기에 마음을 빼앗긴 날이었어요. 이제 화왕산이 아닌 이 곳으로 가을이면 억새를 만나러 올 것 같습니다. 참고로 사진에 나온 식물은 거의 억새, 붉게 말라버린 식물은 '낙지다리'랍니다
그가 낙지다리군요. 그는 마른 게 아니고 붉게 물들었을 따름인데...
신경림 시인의 '갈 대' 는 읽고 또 읽어도 늘 좋습니다. 멋진 풍경들 보여주심에 감사!
30년 전에 받은 작별의 편지 속에 들어있던 시, 갈대, 오래 전부터 이별을 훈련시킨 셈이죠. 마음에 드는 풍경은 꽃사랑님이 그냥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