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터넷을 하던 도중에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재보선 개표 현황'이 뜬 것을 발견했다. 그 날이 재․보궐 선거였던 것을 깜빡하고 있었는데 그 검색어를 보고 선거일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검색어를 보니까 얼마 전 김해에 내려갔을 때 수많은 선거 현수막이 걸려있는 것이 생각났다. 비록 내가 살고 있는 선거구가 아닌 김해을에서 한 선거였지만 과연 누가 당선이 될까 궁금해 하면서 실시간으로 개표 현황을 확인하였다. 초반에는 야당후보가 여당후보를 앞서 나가고 있었는데 후반에 여당후보가 야당후보를 역전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트위터에 글이 올라왔다. 어떻게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에서 야당후보가 이길 수 있냐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그러한 글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왜 저렇게 말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지역주의, 연고주의는 사라져야 한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트위터에서 하는 말들은 그와 정반대인 것이다. 이를 통해서 한국인들은 이중적이라는 가설을 세우게 되었다.
한 논문에서 청소년과 성인의 이중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하였다. 그 결과 다음의 표와 같이 나타났다.
문항내용 |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 |
청소년 |
성인 |
(1) |
겉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그 알맹이가 더 중요하다. |
84.2 |
91.8 |
이왕 하는 결혼이니 남부럽지 않게 해야 한다. |
60.9 |
35.6 |
(2) |
타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도 자기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
81.6 |
68.5 |
관계가 껄끄러워질까봐 웬만하면 좋은 말만 한다. |
60.9 |
62.5 |
(3) |
연고주의는 사회 발전을 더디게 한다. |
69.8 |
81.0 |
우리 학교 후배가 들어오면 그래도 내가 잘 봐줘야 한다. |
42.1 |
63.4 |
(1)번 '겉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그 알맹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청소년의 60.9%는 '이왕 하는 결혼이니 남부럽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이중적 가치관을 보이고 있다.
(2)번 '타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도 자기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면서 실제로는 '관계가 껄끄러워질까봐 웬만하면 좋은 말만 한다'는 의견이 60%가 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즉, 가치와 행동의 괴리를 보이고 있다.
(3)번 성인집단의 경우 81%가 '연고주의는 사회 발전을 더디게 한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과반수의 성인은 '우리 학교 후배가 들어오면 그래도 내가 잘 봐줘야 한다'는 학연을 쫓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중적 특성 문항을 통한 조사 연구를 통하여, 실제로 한국인이 이중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명품족'들에게 "무분별한 소비행태를 보인다"며 눈총을 주면서도 정작 자신은 명품을 소비하고 싶어하는 태도,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내적인 아름다움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외모 지상주의가 심한 현실 등을 통해서 한국인이 이중적인 태도를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역시도 이러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 '지역주의는 없어져야 하는 것이지, 난 절대로 나와 같은 지역에 있는 사람이라고 더 잘해주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새내기와 처음 만나는 대면식 때 나와 같은 지역의 후배를 만나니까 행동이 달라지더라! 지금까지 나와 같은 지역의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는데 같은 지역에다가 같은 고등학교까지 나온 후배를 보니까 무의식적으로 왠지 다른 후배들보다 더 반갑고 더 챙겨주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같이 가치와 행동이 다른 이중적인 태도는 1970년대 이후 한국사회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자본주의적인 가치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는데 이에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혼란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바람직한 가치관에 맞게 행동하기 위하여 실제 생활과 관련지어 언행일치의 인간을 기르는 교육이 이루어져야겠다.
※ 참고자료
김윤명, 「청소년과 성인이 지각하는 한국인의 특성: 집단주의-개인주의 문화차원에서」, 한국교육대학교 대학원, 2007
「한국인들은 왜 명품에 열광하는가」, 연합뉴스, 2008-10-28 17:03
첫댓글 무엇이 이중적인지요. 이중적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연구자가 조작적으로 정의를 가져야 합니다. 이를 검증야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