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인가, 카페인가 산청 수선사
산속 깊숙한 사찰에서 옛 방식대로 불심을 강요한다면 현대인들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제 불교도 외딴 곳에 숨지 말고 익숙한 환경 속에서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어야 종교가 지속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모던하면서도 예술적인 사찰이 있으니 산청읍내에서 가까운 수선사다. 그림에 나옴직한 연지와 정성스런 손길이 닿은 정원, 그윽한 대추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요즘 인스타 명소로 명성이 자자하다.
2단 돌축대로 조성한 너른 주차장. 계단식으로 돌을 쌓아 주차공간을 만들었고 공중에 노출 콘크리트 공법으로 화장실을 조성했다. 내부는 은은한 조명, 단순하면서도 깔끔하다. 변기에 앉아 있으면 바깥으로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그야말로 근심이 절로 떨쳐나가는 해우소다.
근처에 가야시대 돌무덤 구형왕릉이 있어서 그런가. 자연스런 돌을 많이 보게 된다. 계단을 밟고 서서히 올라갔다. 탁 트인 공간에 펼쳐진 연지의 풍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연못 가운데 목책으로 만든 길이 놓였는데 時節因緣(시절인연)이라는 이름표가 걸려 있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가는 때가 있다는 말이다. 오늘 내가 이곳을 찾은 것도 인연이구나.
원래 이곳은 다랭이논이었단다. 수선사 주지스님인 여경 스님이 1990년부터 논을 조금씩 사들였는데 논에서 나온 돌과 물을 이용해 연못과 정원을 만들었다. 그래서 참 자연스럽다. 연못에 이어진 목책은 너도밤나무로 물에 강한 나무란다. 삐거덕 거리는 다리의 중간쯤에 벤치가 있어 이곳에 앉아 연못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그만이다. 참 원목을 통으로 만든 물레방아가 독특하다.
연지 옆은 3층 건물. 1~2층은 템플스테이 공간, 3층은 카페인 ‘커피와 꽃자리, 이곳에서 내려다본 연못 풍경은 그림 같다.
아메리카노 1잔에 5천원, 대추차 7천원. 수익금은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사용한다고 하니 한 잔 쯤은 마셔줘야 한다.
연못 위쪽에 수선사가 자리 잡고 있는데 작고 소박하다. 위압적인 일주문이나 무시무시한 사천왕상도 없다. 사찰이라기보다는 정원에 가깝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절을 감싸 안고 있으며 수국 군락의 흔적도 보이며 검은 대나무인 오죽도 그림의 한 켠을 차지한다. 이곳에 작은 연못이 있는데 봄날 꽃을 상상해본다.
대웅전은 16평. 여경스님이 출가한 절이 송광사인데 국사 16명을 배출했기에 딱 16평으로 지었다고 한다.
사찰 전체가 포토존으로 2021년 한국관광지 언택트 여행지 100선 선정되었으면 일년 중 여름 연꽃과 목백일홍이 필 때가 가장 좋겠다.
소박한 절집을 거닐며
코로나 때문에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를 이겨내시길
위치:경남 산청군 산청읍 응석봉로 154번지 102-23
시간: 09:00~19:00
첫댓글 특이한 절이네요..여름철 한번 고향 가보고 싶습니다..
참 고향은 특정 지역이 아니라 8도이며 국적도 10나라쯤 되네요---한국 이란 캐나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