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 어릴적 산에 나무를 하려다닐때, 어떤 어른은 자신이 나무를 하는 위치에서 어디든 다른사람의 소리가 들리면 가까이 오지 말라고 고함을 지른다해서 그생각만 나면 많이도 웃었다.
세상은 유형이든 무형이든, 유한하든 무한하든 무엇이든 탐욕을 가지고, 희소성이 있는 것이면 서로 먼저 가지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진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배부르면 평화가 유지되어야 함에도, 그럴수록 더 가지기 위해 전쟁이란 참혹함이 뒤따른다. 오늘 내가 한끼를 잘먹으면, 나의 소유라 할지라도 지구 전체를 보살피자면, 이기심의 발로가 되고만다.
선각자들은 자신의 욕구를 제어하며, 자원의 허비에 몸으로 대항했다. 그래서 나는 탁발승의 끼니 넘기기에 관심이 많았다.
아침의 터미널은 한적하다. 햇살받은 건너편 산사는 고즈늑하게 느껴진다. 먼곳으로 가는 버스는 서둘러 길을 떠났고, 플랫홈엔 빈자리가 더러있다.
거리두기를 강조하지 않아도 한산한 대합실 TV는 특정사건을 계속해서 다룬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장면을 각인시키기 위함이 틀림없다. 이용자가 적은 탓인지 에스컬레이트도 멈추어 섰다.
입구를 막아선 'Caotion(주의!)'이란 표지에서 휴전선 철조망의 지뢰지대를 연상케 한다.
뉴스에선 백신애기가 나왔다. 백신 선진국 영국과 이스라엘은 집단면역이 형성되어 머지않아 마스크를 벗고, 외국 관광객을 받아들일 거란다.
경제가 큰일이다. 이렇게 시간만 흘러가면, 북한은 핵무기가 늘고, 우리는 가계 빚이 늘어가겠다. 국민의 의식이 거기까지다.
죽을 꾀를 내자하면, 빚을 갚기 전에 서둘러 사라지면, 모든 압박으로부터 해방된다. 다만 남은 가족들이 상속포기를 해야하는 서글픔이 남는다.
하늘이 뿌옇다. 올해 이때쯤 중국의 기온이 높아 몇년만에 4월 황사가 심하다고 하였다.
나는 시외버스를 타면 기분이 좋아진다. 자리만 지키면, 그 범위내에서 마음의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여행이란 역마살낀 단어가 떠오른다. 여행은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게 해서 좋다.
산을 지나면 강이 있고, 다리를 건너면 넓은 들판과 마을이 나오기에 그렇다.
사람들은 늙어가며 외로움을 느낀다. 어릴땐 혼자 있음에 겁이나서 울었고, 커서는 용기있게 참았다.
그러나 노약한 세대는 눈물마져 말랐다. 애써 안그런척 해보지만, 그것은 자신을 속이는 가식이고, 위선이다.
차창밖은 벌써부터 녹음이 우거졌다. 주토(朱土)빛 땅에 자라난 푸른 잎들이 간밤 거센바람의 잔재에 오글거리며 떨고있다.
곳곳에 산업기반공사가 한창이다. 국토의 초토화가 이루어지고, 결국엔 큰 것만 살아남는 세상이다.
삭막한 회색 콘크리트 도시화로 변하는데, 슬로우시티 타령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졸음이 왔다. 지난밤 모처럼 큰방차지를 혼자하며, 그동안 뭔가가 부딧치는 듯한 소음의 원인을 찾는 성과를 이루었다.
화장실 작은 창으로 바람이 들어와 화장실 문짝을 흔들었다는 결론에 다달은 것이다.
나의 마음은 지난 시절로 돌아갔다. 말하자면 나의 닉네임처럼 시간여행자가 된 것이다.
오래전 방영되었던 전원일기, 언젠가 마니산을 다녀오며, 양촌면에서 차를 바꾸어 타면서 그곳이 드라마의 배경임을 알고난후, 가끔씩 드라마를 돌려보았다.
비록 물질은 부족했지만, 마음이 넉넉한 시대였다. 언제 또 그런 세상이 올 수 있을까? 그보다는 세상의 종말이 먼저 다가올 것이라는 불길함이 있다.
근래들어 산지개발이 급증했다. 좁은 국토에서 땅이란게 돈이 되기에 그럴 것이다.
언젠가 유튜브에서는 젊은 처자가 대출을 내어 땅을 구입하고, 하우스 작물 재배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나의 판단도 그렇고, 자신의 생각으로도 빚을 갚을 자신이 없다고 하였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가끔 착각에 빠져산다.
한순간에 자신만의 바벨탑을 쌓고자하나, 그리 호락호락한 세상이 아니다.
집을 나설때 애 엄마가 오늘은 친구집에서 자지 말고 곧장오라는 주문을 하였다. 이 늙음엔 바람필 기운도 없는데, 객사라도 하게되면 초상칠일이 막연해서 그럴까?
요즘은 사람 대하기도 싶지가 않다. 그넘의 타령, 이념이 뭔지... 이념은 종교보다 무섭다.
그러나 정이 쌓이면 이념을 뛰어 넘는다. 동질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슴주머니에다 생각을 담아두기 때문이다.
예전엔 버스를 타고가며 눈에 보이는 마을들을 보면서 반풍수 짓거리를 해보았다.
좌청룡 우백호 뭐 그런걸 따지는게 아니라, 내가 품어져 삶직한 터전을 그려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어느 곳도 끝까지 만족스런 곳은 없었다. 탐욕이 가슴을 밀어내고 말았다.
요즘엔 시골에도 아파트가 제법 들어섰다. 저마다 고운 이름을 짓는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만족도는 삼성 래미안이 단연 으뜸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친구의 차에 옮겨탔다. 농장에 도착하니 약간은 기온이 낮았다. 낮은 기온에서는 힘쓰는 일이 좋다. 거름부대를 옮겨 친구가 심을 고추밭에다 뿌렸다.
작년에 심은 마늘과 양파밭의 잡초도 뽑았다. 마늘은 한파에 더러 얼어죽었고, 감자는 여러해 중 가장 싹이 잘텄다. 새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지난주에 밭가장자리에다 닭장을 지었단다. 아직은 부화 능력을 가지지 못한 처녀닭들이 주를 이루었다.
달걀과 콩은 값싸고 매우 고마운 식품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을 유지시키는 소중한 역활을 해낸다.
마트에서 돼지고기와 다른 먹을거리를 사오고, 머위, 미나리, 가죽, 쪽파를 다듬었다.
시외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다른 친구도 달려왔고, 이웃에서 농사를 짓는 부부도 함께했다.
텁텁한 막걸리를 마시고, 머위위에다 미나리, 가죽, 쪽파를 얹고, 대패삼겹살을 맨위에 올렸다.
향긋한 봄내음이 코끝을 자극했고, 이 보다 더 좋을순 없었다. 주고받는 술잔이 빨라졌다. 코로나가 아니라면, 더 많은 친구들이 함께 하게 되었을 것이다.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문자를 보냈다. 도화원의 부활이라고... '도화원'은 10년전쯤 직장을 다니며, 친구들과 비닐하우스를 빌려 부추를 심었던 곳을 말함이다.
그때 그시절 한여름 40도가 넘는 곳에서 웃통벗고 일하던 모습들이 생각났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언제 까지일까? 하얀 귀밑머리, 이마의 주름살의 변화보다 세상은 더 빠르게 변했다.
전원일기의 일용(박은수)은 돼지농장의 삯일꾼이 되어있고, 극중의 처(김혜정)는 20년째 산속에서 혼자 자연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나이듬은 어른스러운게 아니라, 숨어드는 피신자가 된다. 그럴수록 배우고 읽혀야 할 것같다.
돋보기 쓰고 책을 읽자는게 아니다. 좀더 당당하고 생각해서 삶의 지혜를 넓혀서 무시당함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오늘도 정많은 친구들은 나의 귀가를 가로막는다. 도원결의는 없었어도 가슴 파고드는 정을 그 어찌 마다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