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기를 쓰는 것이 이번이 두번째군요.
1, 2차를 다녀오신 분들의 글을 보니 감히 후기를 쓰기가 겁나네요.
아무튼 총무로 총대를 멨으니 끝까지 가볼랍니다.
원래 2차에 가려했는데 개인사정상 가지못해서 많이 안타까워 하던중에
우연히 3차 모집공고를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막상 예비모임에 나가보니 남자는 저 혼자더라구요. 좋다고 해야할지 나쁘다고 해야할지 기분이 뭐 그렇더군요. 일정도 갑자기 바뀌어서 애매한 구석이 없잖아 있었고 일원들도 휴가문제로 여행참가를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출발 3일 전에 가진 예비모임에서 불확실한 상황들만 듣고 와서 맘이 찜찜하더라구요. 내가 안가면 나머지 여성분들이 모두 여행을 포기할 수 밖에 없을텐데하는 생각도 들고, 이거 무슨 악연이 있어서 전부 연상의 아낙들과의 초엽기적인 배낭여행이냐하는 탄식도 했죠.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갈 수 있을까하며 결심했죠. 출발하는 날 아침 날씨 엄청 좋더군요. 백두산 보려면 날씨가 도와줘야 한다는데 느낌은 짱이었습니다. 처음 타는 대형 페리호는 배에 탈 때부터 무척 인상적이더군요. 화물컨테이너가 잔뜩 실린 뱃바닥은 무슨 영화촬영지를 연상케 했고 구석구석 들어가다가 객실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서야 '아 이게 사람 타는 배로구나'하고 안심했습니다.
대련항으로 가는 배에서의 첫날 밤 누님들이 많이 불편해해서 앞으로의 일정이 심히 걱정되더군요. 서해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사진도 찍고 도시를 탈출한 것을 기념이라도 하듯 맘껏 포즈도 취했죠. 저는 돈주머니 차고 있어서 그런지 잠이 안와서 몇번을 들락날락하다가 해뜰 무렵에나 겨우 눈을 붙였습니다. 요동반도 끄타리쯤에 있는 대련항은 생각보다 무척 크고 잘 사는 도시였죠. 여러 공원과 광장을 지나며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중국에서의 첫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2차 때와는 달리 고속도로만 다녀서 많이 피곤하지는 않았지만 통행료와 연료비는 상당히 들어갔죠. 잘 닦이긴 했지만 도로확장 공사로 여기저기 차선이 어지러웠고 그마나 차량이 적어서 정체되지 않는 것이 참 맘에 들었죠. 두 명의 중국인 친형제 운전사는 교대로 쉴 새없이 목적지를 향해 달렸죠. 끝없이 넓은 광야를 한없이 바라보니 도심에서 비적거리고 살던 생각에 기인 한숨이 터져나왔습니다. 정말 자연으로 돌아가는 이 순간을 잊지 못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볼거리들은 먼저 안산에 45톤 무게의 거대한 옥석에다 조각한 불상이 있는 '옥불화'라는 사찰과 그 전에 잠깐 들렀던 대련시 근교의 어느광장(인민광장(?)), 백두산까지 가면서 사방에 펼쳐진 광활한 대지의 위용과 한밤의 질주를 말없이 동행한 중국의 함지박 보름달, 길림성 지역을 지날 때 도로 양쪽을 끝없이 늘어선 쭈쭈빵빵한 미류나무 가로수들, 새벽녁에 풀을 먹으러 도로변의 풀밭에 한가로이 모여있는 보기 드문 양떼와 양치기 아저씨, 신새벽에도 불을 켜고 힘차게 돌아가는 석재 가공공장의 기계와 소리들, 온밤을 함께 지켜준 길림성 부근의 숲사이로 흐르던 밤안개와 달빛, 그야말로 길림성은 잘 자란 숲으로 자연의 품같이 우리를 포근히 안아주었다.
백두산으로 가는 길목의 전경 또한 가을을 재촉하듯 노랗게 물들어 모두다 담아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더했다. 힘차게 내리닿는 장백폭포와 그것을 환호하듯 연신 뿜어나오는 온천의 뜨거운 수증기, 힘좋은 외제 짚차로 백두산 정상 오십여 미터 아래까지 올라가면서 바라보이는 드넓은 고원지대와 광야의 전경은 한순간 가슴에 뭉클한 감동과 회한을 불러일으켰다. 백두산 천지는 짙푸르게 고여있어서 내려다보는 이가 두려움을 가질 만큼 크고 깊게 하늘을 담고 있었다. 정상의 거센 바람에 오들오들 떨면서 갖은 폼으로 사진을 정신없이 찍고 거친 황토 바람에 쫓기다시피 내려와야 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들은 얘기로 백두산 천지를 맑은 하늘아래서 보기가 드물기 때문에 맑은 날 천지를 본 것도 복이라고 누가 그러대요. 사진도 대빵 잘 나왔다는거 아닙니까.
본계의 배타고 들어가면서 본 동굴 '본계수동'은 그 스케일과 화려하고 웅장함에 졸도하겠더군요. 우리나라 강원도에도 이에 필적할 만한 무슨 동굴(환선동굴(?))이 있다는데 저는 안가봐서 비교를 못합니다. 아무튼 아주 좋은 볼거리지만 되돌아 나올 때는 추워서 잠깐 졸기도 했지요.
동항근처의 압록강 단교는 6.25때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차단하기위해 연합군이 B-29 폭격기로 철교를 끊은 것을 기념으로 남겨 관광객에게 중국의 입장에서 공산주의식 역사관을 은근히 설명하는 다리가 있죠. 다리의 야경도 좋지만 밤에 불켰을 때 직접 다리에 가서 포즈잡는게 잘 나오더라구요. 다리를 걸어가면서 듣는 배경음악이 개인적으로 참 맘에 들었습니다. 춤추게 만드는 흥겨운 가락이 춤을 부르더군요.
다리관광 후에 저녁식사를 북한에서 직접 운영하는 청류관에서 했죠. 여정의 마지막날 주당들은 들쭉술 한잔에 취해 분위기에 취해 북한 아가씨의 '반갑습니다' 노래를 듣더니 386세대의 응어리가 녹아나는듯 눈물을 적시며 가슴아파했지요. 북한 아가씨 참 이쁘기는 하대요. 식사를 하러온 북한 사람들과 악수도 하며 부대껴 봤지만 분단의 서먹서먹함을 일시에 깨기는 너무나 연극과도 같은 안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음식은 중국음식보다야 훨 낫죠. 우리 입맛에 딱이고 중국특유의 향신료냄새없으니 집에 온거 같던데요.
제가 나이도 젤 어리고 청일점이라 대접은 기대않고 왕따만 아니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떠난 이번 여행 참 쇼킹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각자의 삶에 큰 획은 아니라도 함께 지낸 3200여 킬로미터 5박 6일의 시간들이 정말 아름답게 새겨있기를 바라며 부족한 촘무를 끝까지 믿고 따르며 함께한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긴 여정을 잘 견디고 이끌어주신 왕언니 라벤더님, 나이를 알고 놀랐던 '여러분'의 안티전도연 미스트님, 입담 재담 주당 열창의 사박자 뜨락님, 터푸한줄 알았는데 전화로 얘기하면서 구수한 사투리가 매력이 되버린 대구수기님, 호기심소녀 친절소녀 뭐든지 잘먹고 잘 챙기는 엽기몸빼소녀 날개님, 날개님과 정말 멋진 단짝 알콜파워로 내숭에서 부활한 안양샛별님, 선배를 잘 챙기고 목소리가 참 놀라웠던 영원한 KT걸 둘리님, 엽기걸들과 함께 대장정의 재정을 맡은 어설픈 남자 하하하의 엽기적인 배낭여행 이야기 끄~~~~~~~~~~~~~~~~~~~~~~~~~~~~~~~~~~~~~~~~~~~~~~~~~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