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이라는 영화배우는 우리주변의 너무 평범한 이웃들과 같은 생김새와 외모를 가진 보편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영화스크린 속에 등장해 배역을 소화하는 것을 보면 소름이 돋을 만큼 실제적이고 감동적이다. 영화 국제시장은 대한민국의 헤아릴 수 없는 모질고 아픈 역사 중 단연 최악이랄 수 있는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이별사 그리고 아버지 없는 가정의 장남으로 살아야 했던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웃음과 눈물을 버무려 만든 영화다. 제목이 된 국제시장은 실제 북한에서 피난온 실향민들의 노점들이 모여 만들어진 부산 중구에 있는 시장이다. 영화시작은 뼈가 시리도록 추운 겨울 중공군의 개입으로 육로를 차단당한 유엔군과 국군이 흥남항에서 배를 이용한 철수를 단행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덕수는 생사를 걸고 미군함정에 승선하는 도중 등에 업은 여동생을 떨어뜨리고 만다. 이 바람에 아버지는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덕수에게 입히면서 아버지가 없으면 네가 家長(가장)이다는 말을 남기고 동생을 찾으려 떠나지만 이게 아버지와 이 땅에서 영원한 이별이 되고 만다. 천신만고 끝에 국제시장 고모가 운영하는 꽃분이네 직물가게에서 더부살이를 하게 되는 덕수는 어려서부터 구두닦이와 생선괴짝을 만들며 살아가는데 남동생이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지 결국 서울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생선괴짝 수만개를 만들어도 턱없는 학비를 벌기위해 派獨(파독)광부를 지원하는 덕수와 친구 달구(오달수역)의 삶은 그야말로 가난했던 대한민국 국민들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으로 그려지고 성별만 다르고 직업만 다르다는 것 뿐 똑같은 이유로 독일에 파견된 간호사들의 비참한 모습은 너무나도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다. 풋풋한 살구처럼 조금씩 서로를 마음에 새기면서 이국에서의 외로움을 서로를 향한 그리움으로 달래 나가던 덕수와 영자는 뜻하지 않는 난관을 만나게 된다. 갱도가 무너져 사경을 헤메던 덕수와 달구, 이 소식을 듣고 정신없이 덕수를 찾아 헤메는 영자, 독일 관리에게 가난한 나라에서 온 불쌍한 사람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영자의 울부짖음은 가난하고 불쌍한 나라의 국민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슬픔을 그대로 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구조된 덕수와 달구, 그리고 귀국하게 된 덕수, 함께 귀국하자는 덕수의 부탁을 외면할 수 밖에 없는 영자의 눈물, 혼자 귀국한 덕수는 국제시장에서 고모를 돕고 있는데 어느날 영자가 나타난다. 뱃속에 아이와 함께.....사랑하는 여인과 꿈같은 결혼식을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던 덕수는 어렸을적 소원이었던 마도로스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해양대학교 시험을 치르고 합격통지서를 받게 되지만 그 기쁨도 순간, 다시 월남전에 뛰어들게 된다. 여동생 결혼문제와 가족들의 편안한 생활을 위해서.....독일에서의 모진고생을 함께 했던 아내의 만류를 애써 외면하고 전쟁터에 나가는 덕수와 아내 영자의 모습은 가난하고 못 살았던 우리들 세대와 아버지 세대의 애환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생사의 고비를 몇차례 넘기고 덕수는 결국 다리에 총을 맞고 불구로 귀국하게 된다. 고모 가게를 인수하고 여동생 결혼도 시키고 그럭저럭 살고 있던 덕수에게 1983년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쓰나미가 몰아친다. 아니 전쟁을 치르고 30년이 지난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에게 불어닥친 이산의 아픔을 내 뱉어낸 허리케인이었다. 아버지와 여동생 막순이를 찾아 헤메는 덕수에게 미국에 있는 막순이가 연결된다. 미국과 한국이라는 거리를 전화와 카메라를 통해 생방송으로 연결된 여동생과 덕수의 오열, 텔레비전을 보면서 오열하는 어머니와 가족들의 눈물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여 동생을 찾고 어머니는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덕수의 나이는 인생을 다 달린 할아버지가 된다. 설 명절 미국의 막순이네 가족까지 온 가족이 모인 덕수네 집은 북적대는 자녀들로 넘쳐나고 어린 손주 손녀들의 재롱으로 한껏 가족들의 분위기가 고조되는데 덕수는 혼자 안방으로 들어가 네가 이제 가장이다하면서 아버지가 입혀주었던 외투를 꺼내 방 바닥에 놓고 아버지 사진을 바라보면서 아버지 이 정도면 가장 노릇 잘 한거지요? 막순이도 찾았어요! 아버지! 정말 힘들었어요. 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평생 자신의 인생도 꿈도 버리고 오직 가족의 행복과 가장이기에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거운 멍에를 짊어지고 생사의 현장을 넘나들었던 덕수의 인생이 바로 오늘을 있게 한 우리 아버지들의 세대요 또한 우리들 세대임이 그대로 나눠졌기 때문이다. 한동안 국제시장의 감동이 가슴에 울림이 되어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제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