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남자 이야기
드라마 공주의 남자는 참으로 고약한 사극이라고 할 수 있다.
장르를 정통사극이라고 할 수도 없고, 퓨전사극이라고 할 수도 없다.
아무리 좋게 해주어도 <공주의 남자>를 정의한다면 <엽기사극>이라고 할 수 있다.
<공주의 남자>는 정말 도가 지나치다. <공주의 남자>에서 세령에 대한 사랑이 전해지는데
이는 김종서의 아들과의 사랑이 아닌 계유정난으로 인해서 피난한
김종서의 손자와의 사랑이다.
그런데 <공주의 남자>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손자가 아닌 김종서의 아들과의 사랑을
그린다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기본 팩트가 바뀌려면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합리적인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
김종서에게는 큰아들 김승규와 작은 아들 김승벽, 그리고 김승유가 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김종서에게도 첩의 자식인 김목대도 있었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 어디에도
김승유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단지, 순천 김씨 족보에 김종서의
세 번째 아들로 김승유가 있을 뿐이다.
“김승벽(金承璧)의 아들 김석동(金石同)은 그 나이 16세가 차기를 기다려서
전라도(全羅道) 극변(極邊)의 관노(官奴)로 영속(永屬)시키소서.” -단종실록 1451년 계유년
1451년 단종 1년 10월 10일 계유정란이 수양대군에 의해 성공한 후 김종서의 자식들에
대한 처형이 이뤄지고 둘째 김승벽는 남부지방으로 도망을 치지만 이내 잡혀서 참형된다.
둘째 이들 김승벽의 아들 김석동은 나이가 16세 이상이 되지 않아
역적에 해당하는 교수형에 처해지지 않고 관노가 되었다.
첫째 김승규의 아들 김조동, 김수동은 16살이 넘어 처형된다.
계유정란에서 김종서의 남자 후손으로 살아남은 자에 대한 기록으로는
둘째 김승벽의 아들 김석동이 유일하다.
하지만, 영조 2년 (1726년) 계유정란에 참화를 당한 사람들의 신원을 복원하고
그들 후손에 대한 신분 복원과 정계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이때 김승규의 후손인 김익량은 신원이 복원되어 정계에 진출한다.
“김익량(金翼亮)의 일은 일찍이 선정신(先正臣) 김장생(金長生)과
송시열(宋時烈) 양가(兩家)의 말을 들어보건대, 김익량은 김종서(金宗瑞)의 자손임이
분명했습니다. 송시열의 5대 조부가 김종서의 질녀서(姪女壻)로 그때 3세의 아이를
숨겨주어 김종서의 뒤가 보존되게 했었는데, 곧 김익량의 선조(先祖)이었습니다. 송시열의
가문에서 당초에 기휘(忌諱)하면서 감히 분명하게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상에서는
드디어 김종서는 후손이 없다는 말이 있게 되어, 접때의 대관(臺官)의 상소에 곧장
‘김종서는 후손이 없는데 김익량이 사칭(詐稱)한 것이라.’고 하게된 것입니다.
어찌 세속에 떠다니는 말 때문에 두 선정의 가문에 전해 오는 말을 믿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영조실록 2년 1726년
조선왕조 실록에 김승유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1451년 계유정란 이전에 정계에
진출하지 않고 일찍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 단지 순천김씨 족보에 의하면 김승유의 아들로
효달이 있는 것으로 보아 김승유의 아들 효달은 나이가 어렸을 가능성이 높다.
순천 김씨에서 계유정란에 살아남은 자들은 다음과 같다.
김종서의 후손이 살아남은 이유는 김승규의 자손이 살아남은 것처럼 나이가 어렸을
가능성이 높고, 유모의 손에 이끌려 참화를 모면했다고 하는 전승이 전해진다.
더군다나 전승으로 전해지는 것처럼 김승규, 김승벽, 김승유의 자손이 살아날 가능성이
높지 당대에 나이가 많은 김종서의 아들들이 살아날 가능성은 전무하다.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 수양대군의 딸 세령이 김승유와 결혼할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공주의 남자 제작자는 금계필담과 설화에서 전해지는 김종서의 손자와
세령의 사랑을 그의 아비 인듯한 김승유와 결혼을 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더불어 김종서의 손자들 중 세령과 엮일 가능성이 있는 자는 김승벽이나 김승유,
서자들 자식 중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지켜야할 룰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김승유를 자신의 며느리와 사랑을 하는 인륜을 저버린 패륜아로 만든 것이다.
이미 자손만 남기고 이른 나이에 죽었음직한 김승유와 세령의 영혼결혼식은
개연성이 전무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공주의 남자>제작진은 자신들이 어떠한 막장드라마를 만드는지
알면서도 스스로 김승유(?)의 자식과 세령의 만남을 극의 재미를 위해서
김승유와 만남으로 극화하고 있다.
공주의 남자는 드라마가 재미가 있으려면 그만이고, 역사의 기록대로 하면 재미가
없다는 막장드라마에서도 하지 않고 개그소재로도 사용하지 못할 엽기 야동에서나 나옴직한
막장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살아있는 자도 아니고 죽은 자와 산자의 영혼의 사랑도 아니고, 그의 자식과의 사랑을
며느리와 사랑으로 변질한 소재가 재미있으면 된다고 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할 수가 없다. 최소한 지킬 건 지켜야하고 극에 맞는 개연성을 갖추는게 드라마가
할 일이지 전혀 개연성도 없는 소재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암담하기까지하다.
더군다나 실존인물과 관련된 드라마는 기본골격과 치밀함과 사건의 개연성이 생명이다.
이를 왜곡해야만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당당히 말할수 있다면 드라마도 모르고,
역사도 모르고, 사극도 모른다고 자인하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