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사용하는 약 40%의 전기는 바로 원자력발전소(원전)가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또 원전은 전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거의 만들어내지 않는 특성이 있어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가장 적합한 에너지원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적`이라고만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원전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산물과 핵 발전에 사용했던 핵연료 때문입니다. 이런 물질들은 방사선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방사선의 특성을 잘 이용하면 암을 치료하고 식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지만 너무 오래 쪼이거나 강하게 쪼이면 다치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방사성 폐기물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통제되어야 하지만 맹목적인 두려움만 가져서도 곤란합니다. 폐기물의 정확한 특징을 파악하고, 이를 엄격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도 바로 모든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입니다.
◆ 방사성 폐기물이란? =
방사성 폐기물은 원전 연료로 사용된 사용 후 연료를 비롯해 원전재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작업자들이 사용했던 작업복, 장갑, 기기 교체 부품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 병원, 연구기관, 대학, 산업체 등에서 치료나 연구 목적으로 사용했던 방사성동위원소(RI) 폐기물도 범주에 들어갑니다. 이런 방사성 폐기물은 법에 의해 일정 기간 안전하게 관리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방사성 폐기물을 형태적으로 분석하면 기체와 액체, 고체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우선 기체 방사성 폐기물에는 방사능을 띤 희유 기체와 요오드, 작은 입자들이 있는데 이들 물질은 활성탄으로 만들어진 지연대와 고효율 입자 여과기를 이용해 오염물질을 제거합니다. 또 방사성 물질을 자연 붕괴시키기 위해 일정 기간 저장용기 내에 저장하면서 방사능을 충분히 감소시킨 다음 배출 요건을 만족할 때만 대기로 내보냅니다. 물론 배출되는 기체는 방사선 감시기로 실시간 감시를 받습니다.
액체 방사성 폐기물에는 이온상 방사성 핵종, 입자상 방사성 핵종과 소량의 희유 기체가 녹아 있습니다. 액체 폐기물 역시 여과처리 설비와 증발기, 이온교환수지를 이용해 방사성 물질을 제거시킨 후 배출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중저준위 폐기물과 고준위 폐기물로 분류되는 고체 방사성 폐기물입니다.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면 기체ㆍ액체와 달리 직접 땅속에 처분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폐기물 처리 어떻게? =
중저준위 폐기물은 기체와 액체 처리에 사용된 여과기, 이온교환수지, 증발기에서 농축된 찌꺼기와 작업복 등을 포함합니다. 또 관리구역 안에서 사용한 비닐 플라스틱 종이 등의 잡고체도 중저준위 폐기물에 속하지요.
농축 찌꺼기는 고화재와 혼합해 고화체 상태로 만들고 잡고체는 드럼 내에 압축포장을 통해 밀봉하게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중저준위 폐기물 드럼은 발전소 용지 내 폐기물 임시 저장고에 저장해 관리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은 현재 건설 중인 경주 방폐장에 내년 중반께부터 중저준위 폐기물을 반입해 처분할 예정입니다.
고준위 폐기물은 원자료에서 사용이 끝난 사용 후 연료를 말합니다. 고준위 폐기물은 열과 방사능을 계속 배출하기 때문에 발전소 내에 특별한 시설에서 보관됩니다. 물론 지진에 견딜 수 있고 물이나 공기에 의해 발생되는 열을 식힐 수 있는 형태로 보관됩니다. 주로 원전용지 안 냉각수조나 콘크리트 구조물 내에서 임시 저장되고 있습니다.
원전을 운용하고 있는 세계 각국은 사실 고준위 폐기물 때문에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준위 폐기물 독성이 줄어드는 반감기가 워낙 길어서 극도로 안전한 것으로 검증된 지하동굴 등에 안전한 방법으로 보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1982년 핵폐기물 정책법을 제정해 약 20년 만에 네바다주 유카산을 고준위 폐기물 영구처분장으로 확정했습니다. 일본과 스웨덴 등도 30~40년 전부터 고준위 폐기물 영구처분장에 대한 정책을 세우고 법제화를 거쳐 시행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하지만 사용 후 핵연료 성분 가운데 95% 이상은 연료로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각국은 고준위 폐기물을 단순한 폐기물로 여기지 않습니다. 한국은 현재 사용 후 연료를 다시 사용하는 재처리를 할지 아니면 그냥 버릴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국민적 합의와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그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 정부 측 입장입니다.
특히 재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플루토늄은 핵무기 재료로도 쓰일 수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재처리를 통해 연료를 재사용하면 원자력 발전 원료인 우라늄을 향후 3600년 동안 활용할 수 있지만 이를 금지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답니다.
◆ 경주방폐장 어떻게 만들어지나? =
원전 수거물을 영구적으로 최종 관리할 처분장은 천층처분과 심층처분 방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천층처분은 땅을 얕게 파서 묻는 방식이고 심층처분은 땅속 깊은 곳이나 산속, 바다 밑에 동굴을 파서 묻는 방식입니다.
원전 수거물을 어떤 방식으로 처분할 것인지는 지형이나 국민 정서, 기타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국가마다 선택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프랑스 영국 미국 일본은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을 천층처분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반면 독일과 스웨덴은 심층처분 방식을 택했습니다. 독일의 콘라드 처분장은 폐쇄된 철광 안의 오래된 암염층에 처분장이 만들어졌고, 스웨덴 포스마크 처분장은 해저 동굴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경주시 봉길리에 건설 중인 경주방폐장은 지하 80m 깊이로 땅을 판 뒤 동굴을 만들어 처분하는 심층처분 방식이 선택됐습니다. 폐기물은 내년 중반께부터 반입될 예정인데요. 우선 1단계인 10만드럼 규모에만 동굴처분 방식을 적용하고 나머지 70만드럼은 용지조사 결과와 향후 발생되는 폐기물 특성과 기술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할 방침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고준위 폐기물을 처분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언젠가 처분할 것에 대비해 지하 500m 깊이 화강암반에 동굴을 뚫고 처분하는 방안에 대해 과학자들이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김은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