虎溪卽事(호계즉사)
권이진(權以鎭:1668~1734)
본관은 안동. 자는 자정(子定), 호는 유회당(有懷堂) · 수만헌(收漫軒).
1721년 이광좌의 천거로 승지에 올랐으며, 이듬해 사은부사로 청나라에 다녀왔다.
1733년 평안도 감찰사에 부임하였다.
글씨에 능하였고 저서로는 『유회당집』이 있다.
지팡이 짚고 먼 산 빛을 바라보고
拄杖看山色 주장간산색
고개 돌려서 가만히 물소리를 듣네
回頭聽水聲 회두청수성
흰 갈매기는 모래사장에 서 있고
白鷗沙上立 백구상사립
서로 마주 보고 있으니 마음에 끌리네
相對兩關情 상대량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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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김천역(金泉驛)의 찰방을 하던 때
문경 호계(虎溪)를 지나가면서
지은 시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호계 앞에는 영강이 흐른다
주위에 수려한 산들이 많아서
계절마다 산은 옷을 갈아입는다
산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단순히 보는 것과 생각하면서 보는 것과 마음으로 보는 것이 있다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숭배의 대상이기 때문에
옛 선비들은 ‘入山’을 해도
산과 함께 동화되기를 원했다
진정 산의 참모습은 먼발치에서
마음으로 읽는 ‘觀山’이 아니겠는가?
먼발치에서 산을 바라보고
가만히 고개를 돌려서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다
강기슭 모래사장에 흰 갈매기가 한가롭게 서 있다가
화자와 눈이 마주쳤나 보다
서로 묵묵히 바라보다
서로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그 속 마음은 알 수 없어도
물아일체 옛 선비의 너그러운 마음이 그리운 오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