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박경리 토지 문학제 / 松花 김윤자
장소: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에서
일시:2007년 10월 13일 토요일~14일 일요일
2007년 10월 13일 토요일 서울 출발 하동 도착, 토지문학제
*하동 도착
압구정 현대백화점 주차장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하여 산청 휴게소를 지나 하동에 도착했다. 남편의 문단인 수필문학에서 초청하여 유기섭 수필가님, 남편과 함께 나는 작년에 이어 두번째 참석한다. 하동문화원에서 문단행사를 간단히 갖고 최참판댁 행사장으로 갔다.
낯설지 않은 토지가 가을을 한가득 머금고 문인들을 반긴다. 10월이지만 긴 여름으로 아직 완연한 가을빛은 아니지만 곳곳에 고운 물이 들고 있다. 섬진강도 여전히 눈부신 아름다움이다.
*최참판댁 마을
황금빛 벌판이 내려다 보이는 곳, 조금 높은 곳에 감나무와 함께 오붓한 마을이다. 초가지붕 위에는 호박도 있고, 상가에는 하동 지방에서 생산한 밤, 감, 녹차 등등 상품을 진열해 놓았다. 실제로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라서 살아있는 옛 호흡을 그대로 느낀다.
손님을 위해 안내표지판도 마련해 두고, 길상과 서희 상점도, 우물도, 읍내장터도 그날을 재현하고 있다. 그리고는 최참판댁은 가장 윗쪽에 고풍스런 자태로 자리하여 붉은 대지, 토지를 큰 눈으로 바라보다보고 있다.
*읍내장터 석식
최참판댁 마을 중앙에 읍내장터가 있다. 최참판댁 바로 아래다. 그곳에는 토속품도 팔고 음식도 판다. 정말로 고풍스런 장터다. 입구의 큰 나무에서부터 너른 마당, 초가집 음식점들, 상가들이 정겹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모두 이곳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옛날 복장을 한 사람들이 주문한 음식을 날라다 준다.
여기서 사용되는 돈은 동그란 엽전이다. 가운데 네모로 구멍 뚫린 엽전을 입구에서 현금을 주고 산다. 그것을 식탁에 놓으면 음식과 교환된다. 참으로 재미있는 체험이다. 장터국밥이 가장 인기다. 장터에 왔으니 장터국밥을 먹자고 다들 그렇게 시킨다. 나무 의자에서 문우님들과 정담을 나누며 아름다운 저녁식사를 했다.
*평사리 문학관
저녁을 먹고 평사리 문학관에 갔다. 최참판댁 뒷편에 위치해 있어 조금 걸어 올라가면 있다. 돌계단을 따라, 대나무 길을 따라 문학에 대한, 토지에 대한 짙은 열정으로 걷는다. 석양이 드리운 마당과 문학관 건물이 고운 빛에 젖어 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오롯한 자태로 대지를 바라보고 있다. 그곳에는 대작소설 [토지]를 쓴 소설가 박경리에 대하여, 하동에 대하여, 사진 자료를 전시해 두고 영상으로도 보여준다. 이곳 문인들의 시화도 걸려 있다. 어찌 하동만의 문학이겠는가. 어찌 박경리만의 토지겠는가. 돌고돌며 조국에 대한, 토지에 대한 뜨거운 시심에 젖는다.
*토지 문학제
어둠이 내리는 밤, 늦은 6시부터 토지문학제 행사가 진행되었다. 무대는 최참판댁 안마당이다. 수많은 문인들과 참석자들이 의자에 앉아 있고 서막으로 시포퍼먼스가 열렸다. 안개가 분무하는 무대에 5명의 남녀가 번갈아 나오며, 함께 나오며, 동작과 함께 시를 낭송한다. 남의 시를 저토록 깊은 서정으로 소화하여 읊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텐데 대단한 연출이다.
최참판 일행이 '쉬이 물렀거라'를 연발하며 행사장 중앙을 가로질러 들어온다. 배꽃 날리듯 분사하는 하얀 종이의 휘날림 속으로 걸어 단으로 오른다. 양반은 무대에서, 낮은 신분의 사람들은 무대 아래에서 그날을 재현하고 있다. 드디어 최참판이 토지문학제를 선포하고 본 행사가 진행된다.
박경리의 외동딸인 김영주 여사와 그의 남편 김지하 문인이 참석했고, 김영주 여사가 무대에 올라 어머니의 연로하심으로 함께 참석치 못함을 안타까워하며 인사를 했고, 그외 하동군수, 각계 문인대표들이 축제에 대하여 인사말을 전한다.
토지문학상과 하동소재문학상 시상식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나 소설, 시, 수필, 각 부문 1명씩 선정하여 상금과 함께 수여한다. 심사기준과 평이 발표되고 문학에 대한 향연은 더욱 짙어간다. 대부분 모인 사람들이 문인이기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 소설부문 이하연의 [검은 호수]가 큰 감동이고, 시부문에서 [불혹의 집]으로 당선된 충남청양 출신의 남자 전영관 시인이 내게는 동향으로 정겹다. 수필부문은 김영자의 [염천 아래서]다.
마지막으로 음악의 향연 시간이다. 초청가수 김태곤이 여러 악기를 들고 나와 노래와 연주로 흥겨운 밤이다. 널리 알려진 가수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연발하는 앙콜에 무대를 내려가지 못한다. 모두 일어서서 춤추며 노래하며 하나된다. 우리의 구성진 가락이 문학과 접목되어 가슴 훈훈한 시간이다.
행사를 다 마치고 9시 30분에 주차장으로 내려가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2007년 10월 14일 일요일 하동출발, 단양 문학의 집, 서울도착
*지리산 팔베개 팬션
지리산과 섬진강 물줄기가 아름다운 산장의 팬션이다. 나는 205호실에 배정받아 잤다. 이자야, 전금희, 박종숙 외 6명이 문우의 정을 나누며 지낸 행복한 밤이었다. 지난밤 윗층에서는 노래와 박자치기로 밤을 사르고, 더러는 정담으로 지새우고 모두에게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창밖에는 강과 산이 우람한 물소리와 함께 장관이다. 8시 30분에 숙소를 출발한다기에 일찍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상큼한 아침 향기가 온몸에 파고 든다. 화개장터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언제 와도, 어느 곳에 서 있어도 아름다운 지리산 자락, 섬진 강변이다.
*최참판댁 장터 조식
다시 최참판댁으로 갔다. 그곳 장터에서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어제 먹었던 곳에서 오늘 아침은 재첩국으로 시원한 식사를 했다. 잔잔한 민물 조개알의 향이 좋다. 이것이 섬진강에서 잡히는 조개로 웰빙식이다.
최참판댁을 아쉬운 걸음으로 한번 더 둘러보았다. 아침 서광이 그윽하고 어제보다 밝은 모습으로 햇살을 품는다. 하얀 꽃과 코스모스가 더욱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안방채 마당에는 오늘 전통혼례식을 거행하려고 화사하게 식장을 꾸며놓았다. 이것도 행사의 한가지다.
먼길, 서울로 다시 가야함에 서둘러 내려와 버스에 올랐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녘에는 허수아비와 강강수월래를 하는 여인들의 모형이 서서 외객을 배웅한다. 기름진 땅이며 사랑스런 토지다. 내 조국 눈물고운 토지, 내가 사랑하는 땅이다.
*문학의 집
문순태 소설가가 거하는 문학의 집을 탐방했다. 단양 가사문학관을 지나 생오지라 불리는 벽촌에 그가 살고 있다. 문학과 함께 행복하게 산다. 아담한 집안에 들어가 그의 서실을 둘러보고 창이 아름다운 창가 의자에 앉아 그의 문학강연을 들었다. 이곳이 그의 고향이며, 전원 속에서 집필하는 행복을 노래한다.
광주문인 임원식님이 와서 시집도 선사하고 문학의 집은 그렇게 문인들의 아름다운 걸음으로 화사했다. 한낮의 햇살 조명을 받으며 톡특한 설계의 집 잔디 마당에서 문인들 단체 사진도 촬영했다. 다녀간 족적을 거기 남기고 왔다.
*서울도착
들풀이라는 이름의 식당에서 임원식 문우님이 베푸는 웰빙식 중식을 마치고 서울로 향했다. 그곳 단양에서 오후 2시경 출발하여 백양사 휴게소를 거쳐 어둠을 타고 왔다. 양재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짙은 밤시간이다. 모두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이별을 고한다. 나는 시인이지만, 남편 유기섭 수필가님이 속한 문단행사에 종종 참여하여 대부분 낮익은 문우님들이어서 함께 아쉬운 작별이다.
보람된 가을 나들이다. 문학이라는 주제의 외출이기에 더욱 완전한 기쁨이다. 가을에는, 특히 이달 10월에는 문학행사가 많다. 우리는 문인 부부이기에 대부분 문학행사에 함께 참석한다. 가장 행복한 데이트라 하면 멋진 표현이될까. 시와 수필이 만나고, 문학과 사랑이 만나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런 횡보를 다짐하며 밤길을 걸어 집으로 향했다.
2007년 박경리 토지 문학제-충남문학 2007년 겨울호 제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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